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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인터메조 작품번호 117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인터메조 작품번호 117
  • 의사신문
  • 승인 2017.10.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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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14〉

■모든 고뇌가 담긴 브람스 만년의 자장가

브람스는 1880년 바트 아슐에서 피서를 보내면서 이곳이 무척 맘에 들어 1889년부터 사망하기 1년 전까지의 매년 여름을 이곳에서 보냈다. 이 인터메조(간주곡) 세 곡도 1892년 여름 이곳에서 작곡되었다.

그는 이 곡을 자신의 음악애호가였던 은행가 루돌프 폰 델 라이엔에게 보낸 편지에 이 작품을 `자장가'라고 소개했다. 이미 브람스는 이 3곡이 `자신의 고뇌의 자장가'라고 그에게 밝힌 바 있다. 그가 1891년 클라라 슈만에게 몇 개의 피아노용 소품을 보냈을 때는 이 작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클라라도 1892년 여름 완성된 이후 그 해 10월말이 되어서야 이 곡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세 곡의 인터메조는 브람스의 다양한 건반독주곡들 중에서 가장 만년 작으로 분류된다. 1892년 여름에는 6개의 소품 작품번호 118, 4개의 소품 작품번호 119도 작곡되었지만 그는 이 3곡에는 `소품' 대신 `인터메조'로 곡명을 지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형식미에 따른 순음악의 정감을 극대화하는 절대 음악적 의지가 읽히지만 곡명을 확인하면 가곡적인 성격도 유추할 수 있다. 3곡 모두 그의 만년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비교적 느린 템포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함과 집약성의 경향이 두드러지지만 대위법을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아주 교묘하게 사용하고 있다. 조바꿈도 제한된 틀 안에서 이루어지며 화성도 투명하게 이루어져 있고 일정한 리듬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르네 마그리트의 걸작 〈연인〉이 연상된다. 이 그림은 숨 막히는 사랑의 열정으로 가득 찬 연인들의 얼굴이다. 숨 막히는 사랑의 무게는 지옥의 무게이다.

열정에 이끌린 연인들이 둘만의 공간에서 완벽한 키스를 나누고 있지만 그들의 얼굴은 모두 흰 보자기에 싸여 있다. 보자기 위로도 그들의 타오르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눈을 감는 건 내면을 응시하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그림속의 보자기가 쓰인 연인의 모습은 숨이 막힌다. 사랑하고 갈망하나 그럴수록 사랑 내부에 존재하는 치명적 결함 때문에 운명적 사랑이 되었다. 사랑의 허망함을 보여주는 이 그림은 언제 봐도 강렬하다.

이 작품의 애잔함 속에서 스승의 아내라는 이유로 존경과 연모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그의 열정과 회한이 느껴진다.

슈만이 죽고 난 뒤에도 슈만의 가족을 돌보며 자신이 작곡하는 과정과 결과를 항상 클라라와 상의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브람스는 마지막으로 클라라에게 이 작품을 연주해 줄 것을 부탁하며 헌정하였고, 그 후 클라라의 마지막을 지키고 난 1년 뒤 세상을 떠난다.

△제1곡 Andante moderato 이 곡은 독일 낭만파 시인 헬더가 편집한 시집 중 〈어느 혜택 받지 못한 어머니의 자장가〉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이 시는 원래 토마스 퍼시의 〈옛 영어 시의 유산〉에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원래 스코틀랜드 자장가였다. 이 곡은 단순히 음악적으로 번역한 차원을 넘어 전체적으로 템포는 느리고 소리가 천천히 소멸하는 ABA형식을 띠고 있다. 곡이 제시부에서 더 깊이 진행될 때마다 듣는 이를 깊은 골짜기에 빠지게 만드는 느낌을 주면서 일정한 리듬과 화성으로 진행되다 멀리서 종소리가 울리는 공간감을 주고 있다.

△제2곡 Andante non troppo e con molto espressione 소규모 소나타 형식으로 하강하면서 전개되는 아르페지오가 반복되며 자연스레 아름다운 선율선이 부각된다. 천천히 모든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는 패시지는 건반을 누르는 브람스의 마음을 읽게 한다. 주제가 교차되는 동안 슬픔을 숨기고 되새기고 위로로 전이하는 전 과정이 낱낱이 노출된다.

△제3곡 Andante con molto 곡의 구조는 제1곡과 유사한 ABA형식이지만 브람스가 이 곡을 `내 모든 비탄이 담긴 자장가'로 표현할 만큼 시작부터 슬픔으로 바로 침잠하고 있다. 중간에선 당김음이 탄력적으로 사용되면서 비극적인 정서를 간간이 흔들고 마음의 휴지기를 마련하고 있지만 뒤이어 나오는 소절들은 뉘앙스를 조금씩 달리할 뿐 결국 작곡가의 회한을 내면화하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빌헬름 캠프(피아노)(DG, 1963)
△라두 루푸(피아노)(Decca, 1987)
△클리포드 커즌(피아노)(Decca, 1962)
△글렌 굴드(피아노)(CBS, 1961)
△이보 포고렐리치(피아노)(DG, 1992)
△레이프 오브 안스네스(피아노)(EMI,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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