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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 비올라소나타 Eb장조 제2번, 작품번호 120
요하네스 브람스 비올라소나타 Eb장조 제2번, 작품번호 120
  • 의사신문
  • 승인 2017.09.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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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13〉

■종교적 체념으로 정화된 브람스의 마지막 소나타

충만하고 따스한 브람스의 이 비올라소나타는 원래 클라리넷을 위한 곡으로 착상되었다. 이 소나타는 그의 마지막 실내악 작품이자 마지막 소나타이기도 하다.

브람스의 가장 만년의 작품이지만 그의 작품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중후하고 무거운 느낌보다는 마치 생을 초월한 듯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정화된 순수함과 종교적 체념마저도 엿보인다. 그의 생애에서의 모든 형식에 대한 실험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세련됨이 보인다.

1890년 여름 오스트리아 짤츠캄머쿠트에 있는 휴양지 바트이슐에서 휴가를 보내며 현악오중주 G장조를 작곡하던 그는 창작력이 점차 떨어지자 은퇴까지 고려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듬해 마이닝겐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주자인 리하르트 뮐펠트의 연주에 매혹되어 몇 년간 삶의 마지막 열정을 불살라 이 악기를 위한 작품에만 매달리게 되었다. 그 결과 클라리넷삼중주, 두 곡의 클라리넷오중주, 그리고 1894년 여름에는 두 곡의 클라리넷소나타를 완성하게 되었다. 한층 세련되고 원숙해진 그의 정서가 잘 드러나고 있으며 무겁게 드리워진 어둠보다는 분명히 드러나는 진솔한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그 후 이 작품들을 다시 비올라를 위한 버전으로도 작곡하여 클라리넷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다. 훗날 이 곡들은 바이올린버전으로도 편곡되었다.

브람스는 무엇보다도 뮐펠트에게서 음악가로서의 느낀 매력을 자신의 클라리넷 작품들 속에 녹여내었다. 뮐펠트의 번쩍이는 기교와 함께 따스한 음색, 세련미, 그리고 섬세한 감수성에서 느껴지는 친근감 등을 작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비올라소나타로 편곡하면서 일부 패시지를 한 옥타브 낮추고 관악기에서 볼 수 없는 더블 스톱 주법 등이 추가되면서 좀 더 비올라의 깊고 유려한 음색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변모하였고, 반면 피아노 파트는 편곡 과정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다. 바이올린을 밝고 화려한 소프라노에 비유한다면, 비올라는 어두우면서도 따뜻하고 질감이 풍성한 알토라고 할 수 있다.

진중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는 바이올린에 비해 비교적 덜 강렬하고 관통력도 적고 실제로 똑같은 높이에서 더 어두운 음색을 띠는 비올라를 통해 말년의 자신의 사상과 감성을 표현하였다.

평소 브람스는 성격상 대조를 이루는 두 곡을 함께 작곡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 두 곡의 비올라소나타에서도 그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다. 비올라소나타 제1번 F단조는 폭풍우 같은 제1악장으로 시작해 격정적인 마지막 악장으로 마무리되며, 그 사이의 악장들은 전통적인 4악장 형식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좀 더 남성적이다.

반면 비올라소나타 제2번 Eb장조는 다소 격식을 깬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2악장의 열정적인 스케르초 악장을 보다 느긋한 분위기의 제1악장과 제3악장이 감싸고 있는 섬세한 모습의 여성적인 분위기이다.

△제1악장 Allegro amabile 브람스가 소나타형식으로 작곡한 마지막 악장으로 소나타가 얼마나 유연하게 펼쳐질 수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가락의 온화한 주제는 바로 다양하게 변화한 후 깔끔하게 제2주제로 옮겨간다. 각 부분이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흘러가듯 연결되어 있어 윤곽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제2악장 Allegro appassionato 소나타의 중심 악장으로 브람스가 선호했던 이중 옥타브 연주로 가득 채워져 마치 오랜 갈증 끝에 발견한 아름다운 오아시스처럼 환상적인 느긋함과 편안함이 있다.

△제3악장 Andante con moto-allegro 브람스는 마지막 악장에서 그가 선호하는 변주곡 양식을 시도하고 있다. 첫 세 변주는 점차 빨라지는 고전주의 양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작품은 전혀 어수선하지 않고 오히려 브람스 고유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명징하게 드러나고 있다. 네 번째 변주에서는 조용한 당김음과 함께 느긋하게 이완된다. 다섯 번째 변주에서는 다시 조성이 바뀌면서 불꽃처럼 화려하게 타오른다. 마지막 코다에서는 온화한 분위기로 회귀하고 있다. 그의 마지막 작품답게 마지막 악장에서는 두 악기가 비르투오소적인 기교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한 듯한 느낌이다.

■들을 만한 음반
△유리 바쉬메트(비올라), 라리싸 디아코바(피아노)(RCA, 2003)
△윌리엄 프림로즈(비올라), 루돌프 피르쿠스니(피아노)(Seraphim, 1937)
△핑커스 주커만(비올라),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DG, 1976)
△노부코 이마이(비올라), 로저 비놀스(피아노)(Chandos, 1987)
△레오폴트 블라흐(클라리넷), 외르그 데무스(피아노)(Westminster, 1953)
△칼 라이스터(클라리넷), 게르하르트 오피츠(피아노)(Orfeo,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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