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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 〈비극적 서곡〉 D단조 작품번호 81
요하네스 브람스 〈비극적 서곡〉 D단조 작품번호 81
  • 의사신문
  • 승인 2017.09.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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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12〉

■비극을 극복하는 남성적 패기와 의지가 담긴 고백

18세기 이전의 서곡은 이탈리아와 프랑스풍이 주를 이루면서 여러 형태의 곡을 모아놓은 모음곡 형식을 띠고 있었다. 이후 고전 시대와 낭만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서곡은 대부분 오페라의 음악적 소재를 미리 사용하여 내용을 미리 암시하고 이후 전개되는 오페라 전체와의 긴밀함을 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세기에는 이전의 의미와는 달리 단독적인 곡으로 교향시 성격을 띠면서 무대예술에 부수되는 목적의 서곡과는 구별되는 연주회용 서곡이 등장하였다.

1880년 브람스는 대조되는 두 서곡을 작곡했다. 하나는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받은 명예박사학위에 대한 답례로 작곡한 밝고 화려한 〈대학축전 서곡〉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우는 서곡'이라 불렀고 어둡고 쓸쓸한 비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비극적 서곡〉이다.

어떤 특정한 비극적 사건이나 인물, 작품과는 관련 없으면서 단지 자신의 내면에 떠오르는 비극적인 동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이 곡을 〈대학축전 서곡〉과 함께 피아노 연탄곡으로 편곡하여 클라라 슈만에게 생일선물로 헌정하였다.

이 곡을 받은 그녀는 그날로 연습을 끝내고 저녁에 브람스와 함께 연주를 했다고 한다. 초연은 그해 12월 요제프 요아힘의 지휘로 베를린 국립음악원에서 있었다.

이 작품이 본격적으로 작곡되기 이전 기간을 살펴보면 그를 슬픔에 빠지게 한 사건들이 상당히 있었다. 클라라의 아들인 펠릭스 슈만이 1879년 2월 열다섯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만 뜻밖의 일이었다. 펠릭스가 시를 잘 쓴다고 생각했던 그는 펠릭스의 시에 음악을 붙이기도 했다.

또 다른 사건은 1880년 1월 친구 포이어바흐가 세상을 떠났다. 포이어바흐의 죽음을 슬퍼한 그는 다음 해 〈애도가〉를 써서 계모인 헨리에타에게 바쳤다. 1880년 5월에는 본에서 열린 슈만의 기념비 제막식에 클라라와 함께 참석한 브람스는 슈만의 비극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이뿐만 아니라 친분이 깊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과는 우정에 금이 가는 등 인생의 어두운 시기이기도 하였다. 같은 해 9월 브람스가 출판업자 짐로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고독한 마음을 고백하며 비극적 서곡을 쓴다'는 내용이 있다.

당시 총보에는 `Tragische Ouverture'이라는 작품명이 적혀 있다. 파트 악보와 총보는 1881년 7월 시판되었다. 총보에는 〈대학축전 서곡〉 때와는 달리 `대 오케스트라를 위한'이라고 되어 있지 않고 `오케스트라를 위한'이라고만 씌어 있다.

젊은 시절 비극적인 영웅을 다룬 고전 희곡 읽기를 좋아한 브람스는 그런 이야기를 소재로 한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코리올란 서곡〉에도 경의를 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단지 브람스의 심경뿐만 아니라 비극적 드라마를 승화시킨 베토벤의 고전주의적인 서곡에 상응하는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냥 슬픔에 젖어 우울한 그런 종류의 비극이 아니고 비극을 품에 안고 가면서 힘차게 다루는 남성적인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의지를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은 제목과 달리 오히려 삶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준다.

Allegro non troppo 〈대학축전 서곡〉처럼 변칙적이지 않고 재료도 많지 않다. 오케스트라 전체의 투티로 장엄하게 연주되고 나서 현으로 제1주제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조용하다가 후반은 행진곡풍이 되어 힘을 얻어간다. 이 주제를 관이 확보하면 곡은 주제 처리에 새로운 악상도 가한 경과부로 들어간다.

Molto pi<&25072> moderato 바이올린의 싱커페이션을 동반한 온화한 파도와 같은 진행이 저음현을 지속음으로 한 다음에 변조되면서 호른과 관악기에 의한 부드러운 선율이 등장한다. 이후 바이올린이 노래하는 듯이 새로운 선율을 제2주제로 연주하면서 정열적인 고양과 긴장이 느껴진다.

Tempo primo ma tranquillo 클라이맥스 이후 팀파니만이 남고, 피치카토 화음에 이끌려 현으로 제1주제가 나오고 발전부가 시작된다. 속도를 늦춰 제1주제 후반부 행진곡풍 리듬을 잠시 다룬 후 현에서 관으로 이어받아 선율이 다시 제1주제를 차례로 나타내고 호른이 그것을 확대하고 나서 비올라가 제2주제를 제시하자 바이올린이 그것을 이어받는다. 코다로 가면서 제1주제에 의해 고조되고 진정되지만, 결국 힘차게 끝난다.

■들을 만한 음반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3)
△칼 뵘(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7)
△브루노 발터(지휘), 콜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CBS, 1962)
△오토 클렘페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Columbia, 1961)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8)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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