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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내 성추행 근절' 여의사-변호사 손 맞잡아
'의료기관 내 성추행 근절' 여의사-변호사 손 맞잡아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9.19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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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옥 회장, "의료기관 내 가이드라인 마련할 것"

의대나 의료기관 등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 관련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병원 측에서 은폐하거나 내부적으로 징계처분을 내리더라도 이후 가해자의 재입학, 복직 등이 이뤄지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 실현, 성폭력 방지 노력이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의료계 내 관련 표준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국여자의사회(회장 김봉옥)는 1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브람스홀에서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과의 제5차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의료계 내의 양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이슈를 되짚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현아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이날 강의에 나선 한국여성변호사회 김현아 이사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희롱 경험이 월등히 많고, 가해자 중에는 교수가 가장 많다"면서 "대학병원에서 성추행이나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여성 의료인은 노동권, 학습권까지 침해당하고 결국 못 버티고 그만두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창원 경상대병원의 경우 겸직교수(부교수) A씨가 간호사를 폭행 및 성추행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병원에 복귀하는 것은 물론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정교수로 승진한 사례가 있다.

또 국립경찰병원은 성추행으로 벌금 5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지만, 피해자가 휴직하고 돌아온 사이에 가해자는 기간제 의사로 재고용돼 근무하고 있었다.

김 이사는 "지인관계, 위계적 권력관계를 이용해 처벌 대신 합의를 이끌어내거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가해자의 주변인 진술서 강요하는 등 재판과정에서 증거 증언 확보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가해자가 교수인 경우 물증이 없으면 전면 부인하는 등 가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물증이 있을 경우에는 선한 의도라고 주장하고 이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2차 피해를 유발하는 패턴으로 진행된다.

김 이사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육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는 병원 내 징계가 필요하다"면서 "가해자가 될 수 도 있고 징계위원으로도 참여가 가능한 리더, 의사결정자의 성인지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부 징계 조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 성폭력은 무엇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 문화 개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고려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의 경우 실형을 받고 출교 처분을 받았지만 현재 이들 중 2명은 의대에 재입학한 상태다.

인하의대 21명 집단 성희롱 사건 역시 무기정학(5인), 유기정학(6인), 근신(2인), 사회봉사(8인) 등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무기정학 4인과 유기정학 3인은 징계처분무효소송을 제기했으며 효력정지가처분이 받아들여졌다. 현재 피해자와 가해자는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분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는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성평등 문화 구현을 위해 의대생부터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며, 양성평등 실현이나 성폭력 방지 노력을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후 대응을 위한 의료계 내의 표준 매뉴얼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김 이사는 "의료기관 마다 대응 방법이 다르다. 전체 의료계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표준 매뉴얼을 마련하고 피해자가 고충처리,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옥 여자의사회장과 이은경 여성변호사회장

이에 여자의사회는 의료기관 내 성폭력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 중이다.

또 오는 28일 대한병원협회가 주관하는 K-Hospital Fair 2017에서 의료기관 성폭력 사건 관련세션을 마련해 이슈화 한다는 계획이다.

김봉옥 회장은 “최근 의료기관 성추행, 폭행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면서 "K-Hospital Fair에는 병원장, 간호부장 등 의료기관 경영자들 모이는데, 이 자리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병원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김 회장은 이어 “의료기관 내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 관행적이었던 일들이 묵인되고 넘어가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의료기관이 정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료기관 현장에 있는 저희와 사건화 됐을 때 해결이 가능한 변호사가 미리 힘을 모으면 초동 대응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은경 여성변호사회장은 “법에서 성(性), 가정, 인간이 재정의되고 있는 지금, 의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잘 듣는 강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의료와 법률의 축이 만나 때로는 강한 브레이크, 안내자의 역할을 해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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