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건강보험공단의 원칙없는 업무처리와 이로인한 의료기관의 혼란 야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최근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법적 소멸시효가 경과한 1995년부터의 의료급여 진료내역까지 조사해 중복청구비를 환수하겠다고 의료보장기관에 통보한 것과 관련, “원칙없는 업무처리로 인해 의료기관의 혼란이 야기됐다”고 질책했다.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중복청구와 초·재진료 착오산정 또는 중복청구건에 대한 급여비 환수 미처리 건들을 의료급여 보장기관인 시·군·구청 등에 전산처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진료비 환수처분 및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의료급여법 제31조(소멸시효) 및 민법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에 준해 진료일의 최대 10년까지 진료분에 대해서만 처분 및 환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 서울본부는 법적 소멸시효가 경과한 1995년부터의 의료급여 진료내역까지도 전산처리할 것을 보장기관들에 요청했다. 이에따라 보장기관들은 의료기관에 직접 환수예정 통보서를 발송하고 불필요하게 소명자료를 요청한 것이다.
의협은 “공단이 법적 소멸시효가 지난 건을 보장기관에 통보해 의료기관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소멸시효가 경과된 소명자료 제출로 업무에 부담을 받는다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공단은 “시효기간 이후의 사안은 보장기관에서 요양기관에 확인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비적용 처리할 수 있는데도 이를 의료기관에 직접 통보해 발생한 사안”이라며 책임을 보장기관에 전가하고 있다.
또 보장기관은 “공단에서 받은 사안에 대해 근거 없이 처리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요양기관에 소명자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요양기관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
이에대해 의협은 공단이 법적 시효기간에 근거해 업무를 추진할 것과 추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같은 문제가 발생했던 강원도/원주시에 소멸시효가 지난 건은 자체 처리할 것과 향후 불필요하게 의료기관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관련, 좌훈정 의협 대변인은 “진료내역 통보 오류로 인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공단 행정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방만한 업무처리로 인해 의료기관에 불필요한 부담과 피해를 입힌 사례들이 업무방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법률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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