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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제1-6번, 바흐작품번호 1014-1019
요한 세바스찬 바흐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제1-6번, 바흐작품번호 1014-1019
  • 의사신문
  • 승인 2017.09.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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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10〉

■바이올린을 쳄발로와 동등하게 승격시킨 바로크소나타

바흐는 1717년부터 6년간 독일 쾨텐의 젊은 영주 레오폴드 아래에서 일하였다. 이 시절 3곡의 바이올린협주곡과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와 파르티타, 무반주 첼로모음곡, 브란덴부르크협주곡 등의 명곡들을 작곡할 정도로 그는 현악기에 심취하였다. 이 여섯 곡의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중 최소한 3곡 이상도 바로 이 시절에 작곡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이자 오르간니스트로서 바흐전문가였던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이 작품에 대해 "베토벤의 바이올린소나타처럼 감정과 내적 체험을 강하게 표현하며 피아노로 대신할 수는 없는 은빛 선율의 쳄발로와 바이올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각각의 곡들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통일되어 있지만 대부분 완-급-완-급의 4개 악장의 교회소나타 모음곡형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제6번만 예외적으로 급-완-급-완-급의 5개 악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를 통해 바흐는 이전 바로크 작곡가에서는 보지 못했던 교회소나타 양식을 절정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바로크시대의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는 기본적으로 쳄발로가 중심이 되고 거기에 바이올린의 자유로운 반주가 이어지는 형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바이올린의 위치가 한층 더 강화되어 쳄발로의 왼손은 통주저음을 담당하고 오른손은 바이올린과 마치 경쟁하듯 주제선율을 서로 주고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훗날 제자들이 수집한 바흐의 자필악보에 쳄발로의 왼손파트에서 비올라 다 감바로 통주저음을 덧붙일 수 있도록 기록된 것을 보면, 원래는 바이올린, 쳄발로,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한 삼중주용으로 작곡하려 했던 것 같다.

영주를 모시고 멀고도 고단한 여행을 마친 바흐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를 기다리다 네 아이들만 남겨놓은 채 아내 마리아 바브라는 사망하였고 이미 장례까지 끝나 있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그 기막힌 심정을 담은 곡이 바로 이 작품의 제1번 제1악장에서 바흐는 소리죽여 흐느끼는 듯 연주하는 아다지오 선율로 극한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그 후 마리아를 잃은 지 17개월 만인 1721년 겨울 그는 본인이 직접 궁정가수로 뽑은 스무 살의 안나 막달레나와 재혼하여 13명의 자녀를 낳게 된다.

△제1번 b단조 BWV 1014 이 곡은 역사상 가장 최초의 근대적인 이중주 소나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집 중 가장 장대하고 뛰어난 곡이다. 제1악장 Adagio 전 6곡 중에서도 가장 비통하고 장중한 곡이다. 제2악장 Allegro 쳄발로와 함께 바이올린의 경쾌한 선율로 푸가와 트리오소나타 양식이 한데 섞인 치밀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제3악장 Andante 맑고 화려한 선율로 장식되어 생생한 느낌을 준다. 제4악장 Allegro 트럼펫 음색으로 공격적인 선율을 노래한다.

△제2번 A장조 BWV 1015 밝고 즐거움이 가득 찬 곡이다. 제1악장 Andante dolce 우아하고 유려하면서 풍성한 바이올린의 자태에 이어 쳄발로가 뒤따른다. 제2악장 Allegro assai 말쑥하고 자유분방한 푸가풍이 치밀하게 짜여있다. 제3악장 Andante un poco 쓸쓸하고 아름다운 카논풍으로 흐른다. 제4악장 Presto 바이올린이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카논으로 노래한다.

△제3번 E장조 BWV 1016 제1악장 Adagio 풍부한 장식의 바이올린 선율이 이탈리아협주곡 제2악장처럼 우아하게 흐른다. 제2악장 Allegro 쳄발로의 멋진 선율을 바이올린이 따라간다. 제3악장 Adagio ma non tanto 매우 절제된 느낌의 파사칼리아풍의 노래이다. 제4악장 Allegro 빠르고 화려한 악상으로 차분함과 활기참이 적절히 대비되고 있다.

△제4번 C단조 BWV 1017 제1악장 Siciliano 시실리풍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바이올린 선율이 쳄발로의 아르페지오 선율과 어우러진다. 제2악장 Allegro 경쾌한 진행과 함께 힘차게 노래한다. 제3악장 Adagio 여름날 저녁처럼 고즈넉한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쳄발로가 아르페지오 선율을 노래한다. 제4악장 Allegro 생기 넘치는 치밀한 푸가풍의 선율을 반복하고 있다.

△제5번 F단조 BWV 1018 제1악장 Largo 침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쳄발로의 화려한 3성부에 비해 바이올린이 1성부를 맡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2악장 Allegro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준다. 제3악장 Adagio 독특한 분위기의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쳄발로의 펼친 화음으로 조화를 이룬다. 제4악장 Vivace 빠른 당긴 음으로 춤추듯 경쾌하다.

△제6번 G장조 BWV 1019 제1악장 Allegro 유난히 밝고 화창한 느낌이다. 제2악장 Largo 조용히 눈물 흘리는 듯 차분한 바이올린 선율을 쳄발로가 뒷받침하고 있다. 제3악장 Allegro 빠르지만 다소 우울한 분위기이다. 제4악장 Adagio 처연하고 매우 정적인 분위기이다. 제5악장 Allegro 바흐 칸타타 `이제 사라져라 슬픔의 그림자여. BWV202'의 선율을 인용하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한스 피쉬너(쳄발로)(DG, 1967) △헨리크 쉐링(바이올린), 헬무트 발차(쳄발로)(Philips, 1969) △요세프 수크(바이올린), 스잔나 루지치코바(쳄발로)(Supraphon, 1968) △볼프강 슈나이더한(바이올린), 칼 리히터(쳄발로)(Archiv, 1966) △레오니드 코간(바이올린), 칼 리히터(쳄발로)(Melodyia, 1972) △지그프리트 쿠이켄(바이올린),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쳄발로)(Harmonia mundi,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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