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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료계 4차 산업혁명' 이끄는, 이상헌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사업단장
[인터뷰] '의료계 4차 산업혁명' 이끄는, 이상헌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사업단장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7.09.05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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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국가과제로 5년후에 끝나버리면 굉장히 소중한 기회를 잃는 것_성공 위해 노력하겠다."
이상헌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사업단장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6월 "대규모의 국책 사업을 수주, 국내 의료계의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등 ‘미래 의학’을 선도하게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고려대의료원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가 총 사업비 약 769억 규모(정부 약 624억, 민간 약 146억)의 국가전략프로젝트 정밀의료 분야에 2개 사업단(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단)이 선정된데 따른 것이었다.

이 국가전략프로젝트 정밀의료분야 사업은 △김열홍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이끄는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 사업단)’과 이상헌 고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연구부원장)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단’으로 정밀의료 분야에서 2가지 부문 모두 선정됐었다.

이중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단장’을 맡은 이상헌 연구부원장을 지난 4일 오전 고대안암병원 부원장실 회의실에서 만나 'P-HIS' 개념 및 개발계획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이 사업단장은 지난 초여름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을 통해 각종 바이오 헬스케어 융복합 연구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는 새로운 사업화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 최종적으로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세계 의료 선진국 수준의 의료혜택을 받기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사업단장은 “향후 5년간 정부로부터 총 624억원을 지원받아 정밀의료에 기반을 둔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하고 ICT기술을 활용,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게됨에 따라 향후 국가 의료 체계에 있어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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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료 사업에 대해 소개한다면...

-환자 맞춤형 의료를 말한다. 앞으로의 의료는, 정밀의료와 환자 맞춤형 치료가 미래의학이 될 것이다. 맞춤형 치료가 려면 환자들의 유전체 정보, 일상생활 라이프로그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야 하며 생활패턴이 필요하다. 환자마다 어떤 질병에 잘 걸리고 이것에 어떤 약이 효과적인지 사람마다 다른데, 어떤 치료가 제일 좋다는 것을 찾아가는 게 정밀의료다.

이게 가능하려면, 의료 빅데이터가 생성돼야 한다. 환자 발생률과 예방률, 치료도 정밀의료로 이뤄져야 하므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AI관련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해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1사업단'과 '2사업단' 간 구체적인 수행업무는?
-1사업단은 정밀의료 중에서도 특히 암에 집중했다. 현재 정밀의료 중 가장 앞서 있는게 암이다. 암이란 환자 유전체 정보에 따라 맞는 항암제도 다르고 치료법도 다르다. 그런 환자들의 유전체를 검사해서 적합한 항암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를 계속 축적해서 정밀의료 빅데이터로 활용해야만 다시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가 된다.

1사업단은 신약개발 제약사도 혜택을 볼 수 있다. 환자 데이터 1만명 축적해 빅데이터화로 하고, 이를 대상으로 신약이나 신약에 맞는 환자군, 유전체군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프로파일링해 가장 효과 있는 환자 대상으로 신약임상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신약개발 제약사도 혜택이나, 앞으로 전국에서 모이는 환자군에도 혜택이다.

2사업단은, 1사업단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만들고, AI기업과 함께 분석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게 메인이다. 정밀의료를 하려면 맞춤형 데이터가 아주 정밀하고 깨끗하게 많이 축적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병원마다 쓰는 EMR이 다르다. 그럼 고품질 의료 빅데이터를 만드는 데 제한이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가장 이상적인 EMR시스템을 공유해 쓰는 것으로, 이 때는 빅데이터가 그만큼 가치를 지니게 된다.

국내만의 특이 사항으로는, 참여 세부단체로 심평원이 들어와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건보 데이터에 각 병원에서 했던 데이터를 합치면 더 의미 있다. 건보 데이터에는 환자들이 어떤 검사했고 지불은 있으나, 실질적인 수치는 없다. 때문에 각 병원에서 나오는 환자들의 실제 치료 데이터를 합하면 더욱 의미 있는 것. 우리나라만 가능한 일이다.

✜환자 개인정보 보호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적용해도 역추적이 되면 안 된다.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려고 한다. 아직 세계적으로 성공한 예는 없지만, 블록체인은 의료정보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그 이력을 계속 기록한다.
특히 한 곳에 있는 서버에만 기록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서버로 분산되고, 또 분산되서 저장된다. 여기에 다른 기록이 함께 활용되면 또 분산되서 저장되므로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라면 데이터가 분산된 모든 컴퓨터를 해킹해야 하는데, 위변조를 통해 얻는 이득보다 해킹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커져 사실상 시도되지 않을 것이다.

특이한 점은 블록체인은 개인정보 식별을 없앤 후 개인의 ID를 증명하는 키값을 공유하는데, 암환자의 경우 이를 통한 여러 혜택을 보는 게 가능하다. 만일 암환자가 정보활용에 동의할 경우, 이 데이터가 프로파일링돼, 새로운 신약임상에 가장 적합한 환자군이라는 알림을 스마트폰으로 받을 수 있고, 여기에 응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환자의 질병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제대로 관리 가능하다. 지금은 공익에만 사용하고 사적 이윤추구에는 사용하기 싫다고 체크해도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블록체인은 이겉이 확인가능하며, 나의 암정보를 AI 기업의 소프트웨어 트레이닝 등에 사용해도 된다고 동의할 경우 '헬스 포인트'(가칭)를 지급받을 수도 있다.

각 병원은 자신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안 내놓을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정보이슈를 보완하고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다면, 이렇게 창출된 기업수익을 병원과 환자에 같이 나눠줄 수도 있다. 건보 보장성강화 시대에 병원이 진료로만 돈을 버는 건 국가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앞으로 병원이 크게 발전하려면 결국은 스탠포트나 보스턴, MIT처럼 새로운 4차산업혁명에 맞는 연구나 알앤디를 해야 하고, 그렇게 수익이 나와야 한다.

✜고대의료원이 개발하고 있는 병원정보시스템이 정착될 경우, 달라질 병원 문화라면?
-우리가 개발하는 시스템은 개방형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open API)이기 때문에, 현재 1-2차 기관을 타깃으로 하는 작은 HIS업체들은 이를 활용해 자체 모듈을 개발하고 UI만 바꾸면 될 것이다. 현재 영세 업체들이 만드는 HIS는 최신 심평원 심사지침 등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진 않는데, 이같은 점이 개선될 것이다.

병원의 여러 문화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어떤 약처방과 검사, 금액이 얼마인지 나올 것이다. 이를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처럼 앱으로 연동해, 앱에서 바로 결재하고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처럼 10분, 20분씩 서서 기다리며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카드결제는 한 건당 병원이 80원씩을 내야 하는데, 앱으로 결제하면 환자도 편해지고 병원도 추가 지출이 없어진다. 1차 병원들은 병원정보시스템을 이용하면 한 달에 5-10만원을 내는데, 이런 돈이 절약될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의 장단점이라면?
-차세대 시스템이므로, 현 시스템에 익숙한 의료진들이 쓰던 것을 계속 쓰고 싶어한다는 게 단점이다. 참여 확대와 이용 확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개발하는 시스템은, 만들 때부터 심평원 심사엔진, 암 분석 솔루션, AI 솔루션이 탑재돼 있는 한국 맞춤형이라는 것이다. 왓슨의 경우 도입하려면 국내 병원 시스템을 '왓슨'에 맞춰야 한다.

비용측면에서도 효과적인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은 대규모 시설장비 비용이 필요하지 않으며 매달 일정 사용료만 내면 된다. 탑재된 여러 솔루션 중에서 이번 달 이요해봤더니 효과가 없는 솔루션은 다음달에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신청만 하면 된다.

✜몇 개 기관의 참여가 목표인가?
-기본적으로 81개 기관이 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했다. 여기에는 대형뿐 아니라 1-2차도 기관도 있다. 얼마나 많은 병원 올지는 모르나 노력 중이다. 43개 상종 중 최소한 30-40%는 들어와야 의미가 있다. 권역별 국공립대학병원들은 참여를 하면 좋겠다. 병원정보시스템은 10년 주기로 업그레이드되는데, 이제 다른 상종들도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지방 국공립은 10년에 한 번씩 바꾸려면 한 번에 최소 몇백억원이 든다. 기재부에 요청해야 할텐데,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을 사용하면 사용료만 내면 돼 병원도, 기재부도 재정운용에 효율적일 것이다.

만일 참여한다고 하면 크게 두 가지로 가능할 것이다. 하나는 병원정보시스템 전체 활용이다. 나머지는, 만일 시스템 전체를 바꾸기 어렵다면 CDM이나 분석솔루션, AI솔루션 등 일부 모듈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

✜참여 병원들에게 당부의 말이라면?
-국가적 빅데이터 만드는 사업이므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며 조인하게 만들어야한다. 무조건 따르라고 할 수는 없다.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이 사업이 현재의 몇몇 병원만 사용하는 데서 끝나면 우리나라가 4차산업혁명과 빅데이터 시장에서 선진국가로 부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9월과 10월 계속 설명회를 할 예정이다.

아쉬운 점은,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은 몇십조씩 빅데이터에 투자하는데 우리는 4년간 겨우 200억이다. 그래도 우리 장점을 살려서 성공하도록 하겠다.

4차산업혁명과 빅데이터의 시대로 가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이제는 의료 빅데이터 시장으로 넘어가는데,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앞서거나 최소한 같이 가는 유일한 길이 바로 이것이다. 단지 국가과제로 5년 후에 끝나버리면 우리는 굉장히 소중한 기회를 잃는 것이다. 참여하는게 훨씬 큰 혜택일 것이며,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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