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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의사? 쉼없는 도전으로 세계적 발명왕 `우뚝'
괴짜 의사? 쉼없는 도전으로 세계적 발명왕 `우뚝'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09.0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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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별난 사람들> `의사 발명왕'을 만나다 〈1〉 - 대한의사협회 이병훈 고문

`휴대용 시청형 청진기'로 의료제품 발명 시작…57개 특허권
발명계 노벨상 WIPO상 수상 등 국내 외 발명대전에서 `두각'
원천기술 가치 200억원…“인류 건강증진 위해 발명은 계속”

 

■발명계 노벨상 수상자 `이병훈 고문'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 그에게 가장 맞는 속담인 듯하다. 바로 소아과의사에서 발명가로 전업한 `이병훈 고문'이다.

그는 특허 출원을 거부당했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더욱 단련해 나갔다. 10여 년간의 도전 끝에 결국 `의료계 발명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20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이 고문은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를 생각하며 만든 제품으로 하나 둘씩 특허를 받기 시작했다.

■음악소년, `발명'의 길로 들어서다

사실 이병훈 고문이 어릴 적부터 발명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린 시절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이 고문은 중학교 3학년까지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가를 꿈꿨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의대 진학을 위해 음악을 접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였던 아버지로부터 `음악은 취미이지 직업이 될 수 없다', `특별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아버지와 같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발명을 꾸준히 해 온 아버지의 영향을 받게 된다.

아버지가 `아이디어'를 내면, 이 고문은 `도면'을 그리는 작업을 도왔다. 하지만 아버지의 발명품은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특허 등록이 돼 있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고문의 아버지는 10년간 연구 끝에 발명을 포기했다.

이 고문은 “그 시절은 지금과 달리 특허 승인 제품을 미리 조사해 볼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아버지의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게 안쓰러우면서도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왜?…`역지사지'가 답이다

이병훈 고문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발명에 더욱 열을 올렸다. 이 고문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을 개원하면서도 틈나는 시간마다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그리고 발명에 필요한 관련 서적들을 공부해 나갔다.

이 고문은 “처음에는 나도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며 “특허청에 특허 출원을 신청할 때마다 거절당했는데, 그 시간이 약 10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왜 안 되지'라는 생각에 오기가 발동했던 것 같다”면서 “매번 다른 사람보다 한 발 늦어 특허를 받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어느 날, 이 고문은 생각을 고쳤다. 그러자 10년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해결됐다. 그는 '역지사지를 통해 반대로 생각하기'가 답이었다고 했다. “의사가 아닌 `내가 환자다'라는 생각으로 개발했더니 특허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고문이 초창기 특허를 받은 제품은 `환자용 베개'나 `다용도 모자', `위생팬티', `낚시 추' 같은, 주로 일상생활과 관련된 제품이었다.

그러다 15년 전부터는 전문 분야와 관련된 발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의료 관련 제품들을 연구·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고문은 지금까지 100개의 특허출원을 냈고, 57개의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다.

■휴대용 청진기∼원격진료 청진기까지

이병훈 고문이 의료관련 제품 발명으로 처음 특허를 받은 것은 1998년 만든 '휴대용 시청형 청진기(한국·미국 특허)'다. 이 청진기는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기존 청진기를 가정에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으로, 소형 단말장치가 달려있어 맥박이나 호흡 등의 소리를 분석, 스피커를 통해 검진 결과를 알려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2003년에는 `자동판독 기록 진단장치(청진기의 자동 진단장치- 한국·미국 특허, 금상)'를 내놓았다. 자동판독 기록 진단장치는 환자의 진찰 청진음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미리 입력된 각종 질환의 청진음 표준데이터 정보와 검색 비교한 뒤 병명을 판독, 출력 기록하는 동시에 모니터에 표시하도록 돼 있다.

이후 자동판독 기록 진단장치 원천기술로 `병명이 나오는 청진기 및 혈압기(2005년 일본 디자인 특허)', `휴대폰 청진기(한국·미국)', (원격진료 청진기(2012년 한국)', `병명이 표시되는 혈압기(2012년 한국)'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원격진료 청진기'는 시청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까운 병원이나 지역의원 주치의에게 전달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즉, 환자의 호흡이 거칠 때 이 청진기를 사용하면 병명이 자동으로 진단되고 청진 데이터도 화면에 시청각적으로 기록, 저장된다. 이와 동시에 가까운 의료센터의 의사에게 관련 데이터를 보내 `원격진료'를 통한 응급처치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안했다. 이는 환자의 1차적인 진단과 치료 효과를 높이고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건강관리 프로그램과 연계돼 개인 건강관리와 환자의 질병의 예후 판단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원격 진료기는 원격진료 청진기 기술을 스마트폰에 내장한 것으로 청진기·혈압기·체온기·초음파기 등이 설치돼 있는 지금까지의 발명품 중 최첨단제품이다.

이 고문은 “의사가 항상 국민들 옆에 있을 수는 없다. 국민들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명을 바로 확인해 대처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이 빨라질 때 청진기를 대면 건강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도 안심이 될 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프로그램과 연계돼 검진내용을 기록·저장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갑자기 쓰러졌을 때 청진기에서 `부정맥이 발생해 심장마비가 올 예정'이라고 알려주면 환자나 보호자가 당황하지 않고 의료기관에 연락함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수상, 해외업체들 눈독

현재 이병훈 고문이 개발한 발명품 중 아직 실제 상용화 된 것은 없다.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상품인데, 이 때문에 이 고문의 특허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다.

특히 이 고문은 2012년 `원격진료 청진기'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발명계의 노벨상'격으로 최고 권위를 가진, UN 산하 국제발명협회(WIPO)가 수여하는 `WIPO Award for Best inventor'를 수상한 바 있다.

그는 WIPO 수상 당시 UN본부 관계자로부터 발명특허출원 분야에서 의사로서는 세계 최대 특허를 보유했을 것'이라고 인정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 고문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2009년 이란 특허청장이 최우수 발명상을 줬고, 2010년에는 러시아 교육부장관이 주는 최우수 발명상을 받았다. 또한 우리나라 특허청장의 표창장을 비롯해 국제발명전시회(SIIF)와 세계발명혁신대전(WIC) 등에서도 수상했다. 지난해 열린 제51회 발명의 날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발명 분야를 발전시키고 국위선양한 공로를 인정 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세계발명전시회에 부스를 설치해 참석했을 때에는 행사에 참여한 많은 기업과 관계자들이 그의 발명품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은 “특허는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도면으로든, 상품으로든 만들어 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사가게 되는 것”이라며 “현재 미국·한국·유럽 등 다수 국가의 특허도 가지고 있는데, 발명품이 획기적이라 제품 상용화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애플 스마트폰에 탑재돼 있는 `건강관리' 어플들을 보면 내 발명기술을 참고하고 있다”며 “청진기나 원격진료 등의 원천기술 특허를 내가 가지고 있는 만큼 미국 기업에서 이 기술로 제품을 만들려면 내가 낸 특허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이병훈 고문의 원천기술은 200억원에 가까운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괴짜의사 No…인류 건강 증진 위해 발명 계속

이 고문은 국내 의사 발명왕 1호이다. 75세의 나이에도 그의 발명은 진행 중이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발명하기 위해 생각을 하고, 도면을 그리고, 특허를 내면서부터 머릿속은 온통 발명에 대한 생각뿐”이라고 했다.

특히 “처음엔 특허 출원에 실패해 오기로 시작한 것이 `역지사지'를 통한 원리를 깨달으면서 많은 특허와 수상들이 가능했고, 그 성취감에 발명에 취미가 생긴 것 같다”면서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만든 발명품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 인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개발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발명은 인생의 목표였고, 집념이었다. 오죽하면 꿈에서도 발명을 할 정도로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청진기, 원격진료 등을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정밀해야 하고, 90%이상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술이 어렵다보니 미국·유럽 등의 국가에서 상용화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IT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상품화를 시킬 때가 된 것 같다”면서 “청진기, 스마트폰 원격진료기 등의 상품이 출시되면 억울하게 죽음을 맞는 환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 인류와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힘이 닿을 때 발명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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