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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청 지나니 쭉쭉 뻗은 나무숲 향기가 반겨
서대문구청 지나니 쭉쭉 뻗은 나무숲 향기가 반겨
  • 의사신문
  • 승인 2017.09.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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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16〉 안산 자락길

서울 도심의 안락한 휴식처

안산 자락길이라 하면 보통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 숲길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 있는 산이다.

안산의 `안(鞍)'자는 널찍한 산책로가 말안장을 닮아 부쳐진 이름으로 예전엔 길마재로 흔히 불렸다. 도심 한복판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비가 지속되는 날씨에 우산과 우비를 챙겨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는 오후 1, 2시에 도착할 수 있도록 여정을 맞춰 집을 떠났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내려 출구를 나서려는데 사람들이 빗물이 떨어지는 우산을 하나씩을 쥐고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서 안산 숲길 여행은 시작됐다.

■일순간 거짓말처럼 도심 사라지고 숲의 천국으로
서대문구청과 고가도로 사잇길을 오르면 서대문 청소년수련관 건물이 보이고 그 건너편으로 넓게 탁 트인 안산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자갈돌 가운데 나무판을 깐 산책로가 나타나고 길옆으로 조그마한 시냇물이 흐른다. 정자에는 비를 피해 한 가족이 요깃거리를 즐기며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에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느껴진다. 순식간에 도심의 복잡한 거리 모습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고 깊은 숲 속을 거니는 상쾌한 기분이 든다. 가끔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고가도로 위의 밀려있는 차들이 이곳이 도심이라는 걸 확인해 준다.

산책로가 끝날 무렵 안산방죽이라는 생태연못이 눈앞에 나타난다. 인공으로 조성된 돌계단 폭포와 푸르른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연못이다. 연못 위의 노란 꽃들 사이로 물위에 소금쟁이들이 바쁘게 뛰놀고 있다. 나무데크를 따라 연못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예쁜 풍광은 사진으로 남기고 오른쪽 길을 따라 다시 오른다.

산중턱을 가로지르는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왼쪽 길로 잠시 걸으니 안산 숲길의 하이라이트인 산림욕장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인다. 천천히 몇 계단을 오르니 벌써 앞쪽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빽빽이 서 있다. 계단을 올라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뿜어낸 피톤치드가 주성분인 상쾌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안산 산림욕장이다. 비는 어느 정도 그쳐서 우산은 필요 없어졌지만 아쉽게도 나무의자들에는 아직 물기가 가득해 앉아서 여유를 즐길 수는 없었다. 맑은 날 나무의자를 벗 삼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편안히 쉬거나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의 아쉬움을 달랜다.

■소나무, 쉬나무, 자작나무…다양한 나무들의 향연
산림욕장을 지나 갈림길이 나오면 봉화봉 약수터 방향으로 길을 향하니 양쪽으로 소나무와 쉬나무, 잣나무들이 우리를 반긴다. 잠시 걷다 보니 길 왼쪽으로 회색빛의 나무들이 즐비한 자작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팔만대장경도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잠시 후 무악정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따라 오르니 정자가 눈앞에 나타난다. 무악정은 안산의 옛 이름인 무악산에서 따온 것으로 이곳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음 길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안산천 약수터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빗물을 머금은 소나무들을 사진에 담고 보니 또 다른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금화체력단련장의 이정표를 따라 능선길을 걷노라면 나무 사이사이로 아파트들이 보이고 멀리 몇몇 산 봉오리들이 시선에 잡힌다. 능안정을 지나 능선길을 조금 걷다보면 왼쪽으로 안산의 조망 명소가 잘 단장되어 있다. 흐린 날씨라 멀리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인왕산과 서울 성곽, 북악산은 선명하게 보이고 서울 도심의 복잡한 건물 풍경도 한 눈에 들어왔다. 길을 따라 내려오니 아파트들이 이곳이 도심임을 알려주었고 어느덧 출발 3시간여의 걷기를 마감한다.

Tip. 안산은 갈림길이 많아 다소 복잡하지만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걷기 코스도 다양하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무악정에서 능선길 코스를 따라가 봉수대에서 안산 정상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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