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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희생 전제로 한 보장성 강화 즉각 철회하라”
“의료계 희생 전제로 한 보장성 강화 즉각 철회하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9.04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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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회장, 정책 졸속추진 강한 우려…의료보험-의약분업 실시 이은 3번째 중대위기

약 700여 명의 의사들이 한 목소리로 모든 의학적 비급여 진료비의 전면 건강보험 급여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김숙희)는 제15차 학술대회를 9월 3일(일) 오전 9시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1층 마리아홀에서 개최했다.

김숙희 회장(사진)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에 열린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통해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 “의료계 현실이 매우 어렵다. 지금처럼 어려울수록 지식습득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를 베풀어줌으로써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 의권을 지키는 가장 올바른 길”이라면서 “동시에 각 지역 각 과 회원이 최신 의학지식의 정보교류와 친목의 시간을 마련해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고 회원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서울시의사회 학술대회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면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의협도 임시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의정 협의체 구성 및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등 합리적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축사를 통해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은 재정추계가 잘못돼 적정수가를 보장하기는 턱없이 부족하고 국회 입법사무처조차 똑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면서 “의협도 말로만 회원들을 설득하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정부에 정확한 재정추계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승행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가 정책 변화 때마다 의사들의 희생만을 강조해 매우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국민들의 건강은 우리 의사들이 지키고 있다”면서 “우리의 분야인 의학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시대 변화에 맞춰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개회식에 이어 서울시의사회는 ‘합리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촉구하는 공개서한 발표와 함께 궐기대회를 열어 참석 회원들이 모두 좌석에서 일어나 구호제창을 통해 졸속 추진되는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의료전문가들의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시의사회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정부는 대한민국 의료수가가 OECD 최하위임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완화의 미명 아래 의사를 희생양으로 내모는 불합리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전에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수가를 보장하는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또 “정부는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 간의 분쟁과 불신을 야기하는 정책을 실시하기에 앞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동네의원은 1차 의료기관의 역할에 충실하고 3차 의료기관은 중증질환과 연구기능에 집중해 고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보험-의약분업 실시에 이어 의사 희생만 강조하는 3번째 중대 위기”
이날 김숙희 회장은 이번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과거 의료보험 도입, 의약분업 실시에 이어 의료계의 희생만을 전제로 한 세 번째 중대 위기라고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학술대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정오에 기자들과 만나 우선 “보장성 강화나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어 국민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게 하자는 정책 취지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정책은 의료계의 희생만을 전제로 한 정책으로 걱정이 앞선다”라고 언급해 정책 졸속 추진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 왼쪽부터 홍순원 학술이사, 박홍준 부회장, 김종웅 부회장, 김숙희 회장, 임인석 부회장, 송정수 학술이사

그는 우선 “보장성 강화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필수조건들이 결여돼 있다”면서 “적정수가 확보 방안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재정 추계도 완전히 잘못돼 있어 4대 중증 보장성 강화와 3대 비급여 급여화 대책 예산까지 포함한 30조 6천억 원의 예산으로는 정부가 제시한 보장성 강화 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보장성 강화 달성을 위한 건강보험료 적정 인상도 전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며 매년 건강보험료를 평균 3.2%로 인상해야만 2022년에 건강보험 재정이 10조원 정도 남는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건정심에서 단 2.04%의 인상률이 결정된 배경을 설명하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건정심에 의협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김 회장은 우선 “정부의 건강보험 법정 국고지원액 비율이 다른 국가들은 40-50%대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0%밖에 되지 않고 그마저도 매년 과소 지급되는 현실인데 더해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폭마저 2%대로 인상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열린 건정심에서 공급자단체 측은 당초 3%대 인상을 주장했고 정부 측도 3%대 인상을 주장했지만 시민단체와 노조 등 공익단체가 2%대를 주장하자 이에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심평원 측도 모두 찬성해 결국 2%대 인상으로 결정됐다”면서 “이 때문에 장장 4시간 이상 회의를 진행한 의미도 없어져 지난 2일 열린 전국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들에게 섭섭함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숙희 회장은 또 정부가 예비급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환자본인부담금이 90%나 될 수도 있다는데 이를 어떻게 전면 급여화라고 할 수 있나? 결국 이름만 그럴듯할 뿐 정부가 모든 진료비를 급여권으로 끌어들여 수가를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풀이하며 “이런식으로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되면 결국 정부는 재정절감을 위해 의료기관 현지실사, 삭감 등을 강화하는 등 의료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그는 “전면 급여화 추진에 앞서 우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심평원 등에서 적정수가 개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고 적정수가에 의사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포함시켜야 하며 진료에 따른 의료사고가능성, 스트레스 등도 상대가치점수에 반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협에 대해서도 “투쟁과 협상 프레임에 갇혀 복지부의 대통령 보고용이나 다름없는 ‘의정협의체’ 등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추무진 회장이 직접 대통령도 만나고 복지부 장관도 만나 문제점을 알리는 등 물밑작업을 통해 정부와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의협 내 여러 의사 직역이 있는 만큼 한 쪽에 치우치기 보다 12만 전체 의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역의사회도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중앙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서울시의사회의 경우 긴급간담회를 통한 비대위 구성 제안, 성명서 발표 등을 진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오는 16일 개최 예정된 의협 대의원회 임시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서 뽀족한 수가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우선 임시총회 참여율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종웅 서울시의사회 부회장도 “지금 우리나라 의료비는 가성비(가격대비성능비)가 상당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 당장 재정의 여유가 좀 있다고 지금처럼 막 풀어버리면 결국 보장성은 오히려 낮아지고 의료수준은 퇴보돼 미래성장동력마저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다양한 맞춤형 주제로 학술대회 700여 명 참석 성황…질병관리본부와 공동 세션 진행
이날 학술대회 주제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됐고 특별강연도 준비됐다. 저명 의과대학 교수들이 개원가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강연을 준비해 참석자가 700여 명에 이르는 성황을 이뤘다.

장애인의 건강권과 의료윤리세션에서는 ‘장애인 건강권의 일반적인 이해’, ‘장애인 건강권 보장의 실제’, ‘다양한 임상상황에서의 설명동의서 획득’, ‘임상의사가 꼭 알아야 할 의사환자관계윤리’를, 메디컬업데이트 세션에서는 ‘개원가에서 치료하는 염증성 장질환’,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과 그 대책’을, 임상의사의 기초다지기 세션에서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핵심’, ‘만성 폐질환의 원인과 치료, 명의의 한수’를 Pro and Cons 세션에서는 ‘건강보조식품의 허와 실’, ‘종합영양제, 최선의 선택은?’, ‘수액영양주사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인터베스트 문여정 이사의 ‘미래의사의 모습’과 21세기 경쟁력개발연구소 이정희 대표의 ‘초일류병원 창조하기’에 관해 듣는 특별강연이 준비됐다.

임인석 서울시의사회 학술부회장(사진)은 특히 기자간담회에서 “질병관리본부와 공동 세션을 진행한 게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감염병보고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개원의들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외에 최신의학지견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도 했다”면서 “다만, 의료윤리 세션 연자가 갑자기 불참을 통보해 취소된 것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송정수 학술이사는 “각 분야 최고권위자이면서도 강의를 잘하기로 소문난 연자들을 대거 초청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유한욱 교수 저술상 수상…개원의 학술상 최초 선정(김부기-김미정-이성렬 회원 수상)
당초 예고한 대로 ‘제22회 서울특별시의사회 의학상’ ‘저술상’은 유한욱 교수(울산의대 소아청소년과)가 수상했고, 올해 처음으로 선정된 ‘개원의 학술상’은 김부기(온누리스마일안과의원), 김미정(대항병원), 이성렬(담소유병원) 회원이 각각 수상했다. ‘젊은 의학자 논문상’ 임상강사 부문은 최상현(울산의대 영상의학과) 임상강사, 전공의 부문은 홍남기(연세의대 내과학교실)와 전익현(연세의대 약리학교실) 전공의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숙희 회장은 “올해 최초로 개원의 학술상을 마련했는데 예산이 충분하지 못함에도 많은 분들이 신청하는 열기를 보여줬다”고 감사함을 나타내며 “내년부터는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수상자도 늘려 봉직의나 개원의들이 더 의미 있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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