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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쥬 비제 〈아를의 여인〉 제1모음곡, 제2모음곡
조르쥬 비제 〈아를의 여인〉 제1모음곡, 제2모음곡
  • 의사신문
  • 승인 2017.08.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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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08〉

■남프랑스의 목가적인 풍경이 물씬 풍기는 음악

비제는 1872년 당시 보드빌극장의 지배인이었던 카르발로의 권고로 `마지막 수업'과 `별'을 쓴 프랑스의 문호 알퐁스 도데의 희곡 `아를의 여인'의 부수음악으로 27곡으로 구성된 관현악곡을 작곡했다. 3막 5장의 이 희곡은 발표된 바로 그 해 비제의 음악과 함께 상연되었는데, 당시 비제의 창작력이 절정기였음에도 그리 성공하지는 못했다. 연극은 21회 공연된 뒤 그대로 묻혀버렸고, 비제의 음악에 대해서도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아 관현악곡 〈아를의 여인〉은 묻히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이 지닌 진가를 알고 있었던 그는 곧장 원곡들에서 일부를 추려내 편집하고 합창과 소규모의 극장 오케스트라용이었던 원래의 편성을 대규모 관현악용으로 고쳐 4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으로 편곡하였다. 이 작품은 편곡되자마자 11월 파리의 파들루 연주회에서 발표하여 호평을 받았다. 비제가 선곡한 4곡은 현재 `제1모음곡'으로 불리고, 그가 죽은 후 그의 오페라 〈카르멘〉에 레치타티보(해설)를 붙이기도 한 친구이자 파리 국립음악원 작곡과 교수인 기로(Ernest Guiraud)가 편곡한 4곡은 `제2모음곡'으로 불린다. 이 모음곡 역시 오늘날 제1모음곡과 함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희곡 `아를의 여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울창한 수목과 황량한 돌산이 어우러진 남프랑스 프로방스의 아를 인근 카마그르에 사는 청년 프레데리는 아를의 투우장에서 한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보수적인 집안 어른들은 여인의 과거가 불순하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고민에 빠진 프레데리는 결국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비베트와 약혼한다. 결혼식 전날 밤에 프레데리의 집 뜰에서 축하 잔치가 벌어지는데, 잔치에 초대받아 온 아를의 여인이 춤추는 장면을 목격한 프레데리는 결국 일깨워진 여인에 대한 고뇌에 괴로워하다 투신자살하고 만다.

〈제1모음곡〉 △제1곡. Prelude. Allegro deciso 부수음악에서는 개막 전 연주된다. 프로방스 민요 `세 왕(동방박사)의 행진' 선율이 현과 목관으로 힘차게 제시된 다음 4번 반복된다. 중간부에는 프레데리의 백치 동생을 상징하는 색소폰의 구슬픈 가락이 나와 6번 되풀이된다. 바이올린이 프레데리의 고뇌를 상징하는 동기를 연주하며 악상이 점차 고조되면서 끝난다.

△제2곡. Menuetto. Allegro giocoso 제3막전 간주곡이다. 프레데리가 집안의 반대로 아를의 여인을 단념하고 자신을 연모해 오던 비베트와 약혼하는 장면으로 현의 유니슨이 소박하면서도 밝은 주제를 연주하고, 트리오에서는 클라리넷과 색소폰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제3곡. Adagietto. 프레데리와 비베트의 약혼 잔치가 벌어지던 날, 비베트의 어머니 르노는 프레데리 집안의 하인 발타자르와 재회한다. 이들은 사랑하면서도 결혼할 수 없었던 젊은 날을 회상하며 그리움에 눈물짓는다. 약음기를 단 현의 합주로 연주되며, 주선율은 짧지만 애수를 띤 감미로운 선율은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제4곡. Carillon. Allegro moderato - Andantino 축제를 준비하는 시중꾼들과 비베트의 어머니 르노가 등장하는 제3막의 일부이다. 잔치를 축복하듯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carillon)가 들려오는데, 이는 금관이 연주하는 세 개의 음으로 묘사된다. 현의 반주를 타고 두 대의 플루트가 아름다운 선율을 느리게 연주하며 다시 종소리가 나타나 절정에 이른 뒤 끝난다.

〈제2모음곡〉 △제1곡. Pastorale. Andante sostenuto assai Andantino 장중하고 유장한 선율이 프로방스의 대지를 펼쳐 보이며, 마을 멀리서 울리는 혼성합창으로 큰북을 비롯한 타악기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프로방스 선율을 노래하며 처음의 악상이 축약된 형태로 반복된다.

△제2곡. Intermezzo. Allegro moderato ma con moto 제2모음곡 중 비제의 원곡을 그대로 살려 쓴 것은 이 곡뿐이다. 엄숙하고 진지한 악상이 연주된다(훗날 성가 `Agnus Dei'로 편곡됨). 중간부로 넘어가면 색소폰이 차분하면서도 간구하는 듯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제3곡. Minuetto. Andantino quasi Allegretto 비제의 오페라 〈아름다운 페르트의 아가씨〉에서 차용하였다. 하프의 반주로 애잔하게 흐르는 플루트 선율은 일반 미뉴에트와는 다르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다. 누군가가 기로에게 “미뉴에트인데 좀 신바람 나는 곡이어야 하지 않나요?”라고 묻자, 기로는 “아니, 여주인공은 안 보이고 남자 주인공은 자살하는 판국에 신바람 날 게 어디 있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제4곡. Ferandole. Allegro deciso `세 왕의 행진' 선율로 당당하게 시작해 잠시 카논 스타일로 발전하다가, 빠르고 활기찬 프로방스 춤곡인 farandole 선율로 넘어간다. 그러다가 두 악상이 번갈에 등장하고, 마침내 둘이 어울려 열광적인 클라이맥스를 이루며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54) △토마스 비첨(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57) △앙드레 클뤼탕스(지휘),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EMI, 1964)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3)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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