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대한 생각
노동에 대한 생각
  • 의사신문
  • 승인 2017.08.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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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단상
백대현 서초 방배성모정형외과의원장

지금 동유럽을 여행사 패키지여행 중이다. 나로서는 굉장히 오랜만의 유럽 여행이다. 나를 포함한 한국인의 여행 특성상 아무래도 여러 곳을 빠른 시간 안에 다 보아야 하니 패키지여행시에는 여러 나라, 여러 관광지를 버스를 타고 3∼4시간 이동을 자주해야만 한다.

이곳 유럽의 버스 기사들은 버스 운행 2시간에 한번 씩은 반드시 15분, 그 이후에 2시간을 연속해서 운전해야 할 때는 꼭 30분 이상을 쉬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며, 버스 운행 기록이 저장되어 기록되어 있고, 이 운행 기록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시에 도로상 혹은 다른 곳에서 검문을 하기도 하는데 그때 무조건 버스 기사는 조사에 응해야 해서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꼼짝없이 몇 십분 동안이나 운행 기록등을 조사 받기도 한다고 한다. 법 위반이 확인되었을 때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니 버스 기사들은 운행 시간을 철저히 잘 지킨다고 하는 여행 인솔자의 말을 버스 이동 중에 들었다. 이번 8일의 여행 기간 중 우리 일행을 담당한 버스 기사도 처음 3일간만 운전하고 중간에 다른 기사로 바뀌었는데, 이 역시 법으로 정한 근무 일수에 맞게만 일할 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도 했다.

유럽 버스 기사들은 연속 몇 일을 연속 운전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이 예외없이 다음 날의 일 때문에 절대 술을 안한다고 하니 그들이 철저한 직업 의식 또한 있음을 알수 있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법을 지키다 보니 인솔자의 말로는 몇 년 동안 유럽에서 같이 버스타고 다니면서 졸음 운전하는 기사를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고 한다. 기사들이 철저히 근무 시간을 지키니 여행자들의 안전 또한 믿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떠한가. 여행 인솔자의 말로는 한국에서는 장시간 여행인 경우 버스 기사가 졸음 운전할까봐 계속 옆에 앉아서 관찰도 해야 하고, 기사에게 말도 계속 시켜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서 이런 것이 자신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라고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버스 기사의 졸음 운전으로 무고한 다수의 사람들이 운명을 달리한 큰 사고도 두 번 정도 있었다. 사고 동영상은 끔찍한 정도 이상이었다. 열악한 근무 조건으로 잠이 부족한 버스 기사의 졸음 운전으로 인해 전력 질주하는 버스에 앞차들은 형체를 알아 볼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파괴가 되었다.

희망하건대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대중 교통을 운전하시는 기사 분들의 노동 시간을 법으로 빠른 시간 안에 정했으면 한다. 물론 최대 노동시간, 시간당 최저 임금 등과 맡물린 민감한 사항이기는 하지만 정부나 국회도 다른 업종보다 지원 등을 통해 서둘러 시행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 생각된다. 다른 사람의 어이없는 실수와 잘못으로 무고한 인명이 살상되어서야 되겠는가. 빨리 법을 만들어 졸음 운전 등으로 인한 어이없는 사고는 없었으면 하는게 내 바람이다.

우리 의사들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나와 모임에서 같이 운동을 하는 의사 지인들이 단체 모임방 카톡이나 밴드에서 여기저기 몸이 아픈 곳이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정작 의사 자신은 전문의에게 진료를 보러 갈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기도 한다. 의사는 근로자라고 볼수는 없지만 환자를 보는 일도 넓은 의미의 노동에 해당된다고 본다. 내가 항상 주장하는 이야기이지만 의사도 환자가 병원에 와야지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정작 자신의 병은 치료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개원의에게 해당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생각은 반나절 혹은 하루라도 휴진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자기 병에 대한 진료를 보고 그 병을 고치라는 것이다. 이런 휴진을 이해 못하는 원장님들의 환자가 있겠는가. 의사로서 나 자신이 정신적으로 또한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환자들도 잘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대한민국의 일반 노동자들은 일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이웃 일본에 비해서는 두달을, 가장 일을 적게하는 프랑스에 비해서는 네달을 더 일한다고 한다. 의사들의 근무 시간이야 말할 것도 없다. 직원들의 법정 근무 시간은 지켜주면서 정작 의원 원장님들 자신의 근무 시간은 너무 길다. 지금도 쉼없이 일하는 후배 의사들에게 이제 그만 쉬엄쉬엄 일하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 “마음 편한 소리하시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의 경우를 뒤돌아 보아도 어느 시기이건 해야 할 일은 항상 많다. 욕심이 없다고 말들은 하지만 사실상 욕심은 끝이 없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언제 금전적으로 또 시간적으로 여유 있을 때가 많이 있었던가. 앞으로도 거의 그러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기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제발 근무 시간을 과감히 줄이고, 쉬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당연 나에게도 해당된다.

최근 대학교 동기인 친한 친구가 통증크리닉 의원을 개원한지 나와 같은 15년이 되었는데, 3개월간 의원 문을 닫고 내부의 리모델링 공사도 할겸 휴가를 보낸다고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 좋은 결정이라고들 생각했고,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회식도 하고, 이를 진심으로 축하해 준 적이 있다.

언제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다 가지고 있어서 쉬는 사람이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현 시점에서 덜 가지고 있어도 그것에 만족하면서 꽤나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에 대해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은 얼마나 자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인가.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항상 떠날 준비를, 내려놓을 준비를 하자.

일본 작가 `히로세 유코'의 산문집 `어쩌다보니 50살이네요'에서는 항상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큰 여행용 가방과 그보다 작은 여행용 가방 두개를 보란 듯이 자기 방 잘 보이는 곳에 두었고, `여행 가방은 늘 눈에 보이는 곳에 놓아둡니다. 언제든지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라고 이 책에 썼고, 사진까지 책에 실었다. 죽음을 앞둔 다수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에서는 살면서 그동안 가장 후회되는 점들을 물었는데, 여기에 항상 들어가 있는 말들은 “여행을 많이 다닐 걸,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날 걸, 용서하면서 살 걸 등과 더불어 꼭 있는 말은 그동안 일을 너무 많이 한 것을 후회한다.”이다.

그동안 살면서 일을 너무 적게 했다고 후회하는 사람은 절대로 없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금전적, 시간적 투자는 이세상의 무엇보다도 가장 가치있는 훌륭한 투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바로 나이니까. 요즘 말로 `YOLO(You Only Live Once) 즉, 당신의 인생은 오직 한 번 뿐인 것입니다.'이다.

이번 여행은 동유럽의 역사와 경치, 다양한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여행이기도 했지만 “여행과 병에는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의 일생은 돈과 시간을 쓰는 방법에 의해 결정된다. 이 두 가지 사용법을 잘못하여서는 결코 성공할수 없다.”라고 말한 `다케우치 히토시'의 말을 한 번 되새길수 있었던 나 자신에게는 정신적으로도 힐링을 주었던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이었다.

끝으로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하늘나라 말고)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2017.8.4. 체코 프라하로 가는 버스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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