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설렘 그리고 감동 `130k m의 힘찬 걸음'
웃음과 설렘 그리고 감동 `130k m의 힘찬 걸음'
  • 의사신문
  • 승인 2017.08.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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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들이 간다 - 국토대장정 `스마일로드 6.0' 참가기

한번 사는 인생, 스마일로드 YOLO

뜨거운 태양 아래 녹음이 짙고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완연한 여름, 남원역에선 한 번도 볼 수 없던 생경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온통 주황색 단체티를 입은 사람들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파랑색 티를 입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기대에 부풀어있는 참가자들과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할 기획단입니다.

뙤약볕에 하얗게 덕지덕지 바른 선크림도 그들의 설렘에 젖은 미소를 가리진 못했습니다. 한데 모여 걷기대장님의 “한번사는 인생” 선창과 대원들의 “스마일로드 욜로” 복창으로 일사분란하게 경로팀을 선두로 대열이 움직입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기획국에서 주최하는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의 행사인 국토대장정 `스마일로드 6.0'의 시작입니다.

남원역에서 출발하여 여수 오동도까지는 총 130.8km로 첫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습니다. 여행이 주는 기분 좋은 떨림은 어색할 법한 낯선 사람들과의 살가운 인사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습니다. 시시콜콜하게 서로의 신상을 묻는 일도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혹시 대화가 끊기더라도 억지로 이어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편안한 풍경에 시선을 두며 바쁠 때 잠시 유예했던 생각들에 잠기기도 합니다. 땀과 피로에 젖어 숨이 턱 끝까지 막히는 험한 구간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비탈진 경삿길이 끝없이 이어졌던 구간과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오르내리는 구간에선 `스마일로드'라는 행사명이 무색할 정도로 몇몇에겐 힘든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물집이 잡힌 발과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잡아 끌면서도, 누구 하나 힘든 티를 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힘든 표정을 하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조차 힘이 빠질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던 날엔, 날씨를 원망하거나 걷는 것에 대해 불평불만을 토로할 법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환에 근심 가득한 기획단의 걱정이 무색하리만치 대원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경험하기 어려울 이색적인 경험에 오히려 더 신나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비가 오거나, 거칠고 포장되지 않은 길 위에 뜨거운 햇볕 탓에 땀이 쏟아지더라도 잃지 않는 웃음이 있기에 우리의 국토대장정은 또 `스마일로드'가 됩니다.

고된 몸을 끌고 하루의 마지막 구간의 끝에 다다르면 모두가 일렬로 서서 수고를 전하는 하이파이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원들 전원과 웃으며 신나게 손바닥을 부딪치다보면 하루의 피로는 오늘의 걷기가 끝났다는 해방감에 희석되어 또 씩씩하게 숙소인 마을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반마다 다른 마을의 숙소는 스마일로드의 백미 중 하나로, 행사 전부터 섭외한 마을의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입니다. 대원들 대부분은 첫 날에 숙소를 마주하고 당혹감을 속으로 삼켰을 지도 모릅니다.

30명이 조금 넘는 인원이 이 곳에서 잘 수 있을지 그리고 화장실의 수도꼭지와 대야 그리고 하나씩 지급되는 호스에 말끔히 씻을 수 있을지 말입니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 일찍 취침해야 하기에 그런 의구심은 품을 겨를도 없습니다. 꿀 같은 샤워를 기다릴 다음 사람을 위해 정해진 시간 안에 정신없이 씻고 밖으로 나옵니다. 좁은 침낭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의 양 옆으로 고개만 돌리면, 첫날 보았던 말끔했던 서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햇볕에 그을리고 망가진 모습이 보입니다. 서로를 보며 머금는 실소에 대원들은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듭니다.

사흘 동안 열심히 걷다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4일차가 되었습니다. 이 날은 걷기가 없는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 간만에 갖는 늦잠에 체력을 보충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대신 각 마을 이장님과 얘기를 해 그 곳에서 필요한 봉사활동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KODA'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을 합니다. 저희 반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서늘한 바람이 부는 정자에 모시고 시원한 수박화채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마을에 젊은이가 없는 까닭에 어르신들께서는 청춘들을 너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화채와 신나는 트로트가 함께라면 그보다 좋을 것이 없습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며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풀벌레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리던 적요했던 마을은 오후내 어느때보다 활기가 가득 찼습니다. 어르신을 즐겁게 해드리고 말동무가 되고자 왔던 대원들은 나중엔 어르신들보다 더 신난 듯 보였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저희를 의과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라고 소개하자 문득 한 할아버지께서 당신의 배에 생긴 흉터를 보여주시며 천천히 운을 떼셨습니다. 간암으로 개복수술을 했는데 흉터가 너무 크고 흉하게 남았다고, 의사가 조금 더 자신을 가족같이 봐줬으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으셨다고 저희에게 의술과 인술을 겸비한 의사가 되어달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서편으로 해가 뉘엿뉘엿하게 떨어질 때쯤 마을회관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어쩐지 평소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6일차 시간이 5시를 지나 점점 새벽 여명이 강하게 밝아올 무렵, 대원들은 남은 30km의 시작을 위해 바삐 준비를 시작합니다. 채 마르지 않은 축축한 단체티를 입는 날도 마지막이기에 티셔츠를 마르게 내려쬐는 햇빛조차 반갑기만 합니다. 맛있었던 밥을 제공해주던 밥차와도 점심을 끝으로 작별을 고하고 마지막 구간을 걷기 전 휴식장소인 여수진남체육공원에 도착합니다. 단 하나 남은 구간, 걷기대장님의 파이팅 넘치는 구호와 함께 130km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힘찬 걸음을 시작합니다.

너무 익숙해져 적응해버린 5km의 그리 멀지는 않는 길 위에 오동도까지의 거리가 적힌 표지판을 볼 때마다 모든 대원들의 가슴은 설렙니다. 드디어 오동도가 보이자 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남은 힘을 더 짜내어 봅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맡은 맥주 한 캔을 들고, 이제는 마지막이 된 하이파이브를 하고 나니 남원에서 곡성, 순천을 지나 여수까지 왔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대원 모두가 완주했다는 감동에,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간직한 채 다함께 예쁜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합니다. 분위기에 흠뻑 취한 대원들은 6일 동안의 힘들었던 기억들은 이미 아름다운 추억으로 미화되었는지 내년에도 다시 걷자고, 함께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이 가슴 벅차다 못해 울컥한 마무리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42명의 기획단이 뜻을 모아 몇 달전부터 각자의 몫을 다했습니다. 공부와 시험으로 가득한 일상 속에서도 대원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아름답게 채워질 추억들을 선물하기 위한 일념 하나로 그들은 귀중한 휴식시간을 쪼개가며 일에 열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작년과 달리 대원들과 다른 색깔의 티셔츠를 입으며 하얀 종이에 그려지게 될 아름다운 그림의 스케치를 하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모두가 함께였기에 칠할 수 있었던 올 여름 뜨겁게 그려진 한 폭의 예쁜 그림을 다들 이맘때쯤 꺼내보며 기분좋게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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