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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쇼팽 〈마주르카〉
프레데리크 쇼팽 〈마주르카〉
  • 의사신문
  • 승인 2017.08.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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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07〉

■폴란드 민속춤곡을 통해 미묘한 감정과 극적인 분위기를 표현

쇼팽에게 마주르카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했던 음악이었고, 그의 음악적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으며, 파리에 머물던 쇼팽에게 조국 폴란드의 색채감을 드러내기 위한 음악이기도 했다. 쇼팽은 이를 다양한 리듬과 불규칙 패턴을 가진 새로운 음악 형식으로 발전시켜 변화무쌍한 멜로디의 풍부한 표현력과 미묘하게 변화하는 화성전개를 창작해냈다. 1826년 열여섯 살의 쇼팽은 친구에게 “전에 말했던 마주르카를 보낼게. 몇 번 연주하다 보면 이들 마주르카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거야”라며 편지를 보냈는데, 그는 첫 마주르카를 열 살 무렵에 작곡했고, 마지막 마주르카는 세상을 떠나던 1849년 완성했다. 쇼팽이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작곡했던 마주르카는 그에게 있어 그 어떤 장르의 음악보다 소중했던 음악이었다.

마주르카는 고대의 폴스카(Polska)에서 비롯한 세 종류의 춤에서 기원하였는데 느리고 장엄한 쿠자비악(Kujaviak), 보통 빠르기의 마주르(Mazur), 빠르고 활기찬 오브렉(Obrek)이 섞여 완성된 춤으로 안무 없이 자유롭게 변할 수 있다. 마주르카는 16세기 폴란드에서 유행하여 17세기에는 주변 국가들에 널리 퍼졌고, 18세기 폴란드 국왕 아우구스투스 2세에 의해 독일에 전파된 후 유럽 전역에 걸쳐 유행했으며 19세기에는 러시아에까지 보급되었다. 이 마주르카는 쇼팽에 의해 보완되고 확장되면서 인간의 미묘한 감정과 극적인 분위기를 마음껏 표현하게 되었다. 또 다른 폴란드 춤곡인 폴로네즈는 귀족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반면, 마주르카는 전형적인 폴란드의 시골 농부들의 춤을 연상케 한다.

쇼팽이 일생동안 작곡한 마주르카는 총 5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45개는 쇼팽의 생전에 출판되었고, 그 중 41개는 작품번호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13개는 쇼팽 사후 출판되었으며 8개는 유작번호를 가지고 있다. 쇼팽의 마주르카는 작곡 연대를 크게 세 개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시기는 1827년부터 1829년까지로 민속 마주르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서 작품번호 67과 68은 전형적인 리듬과 멜로디, 여성스러운 결말과 단순한 화성 등이 특징이다. 파리에 도착한 해인 1831년 이후 작곡된 중기 마주르카들(작품번호 6, 7, 17, 24, 30, 33, 41)은 초기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으로 비극적이거나 자조적인 짧은 시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고 있으며, 쇼팽의 강렬한 개성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이 중 작품번호 33-2는 폴란드 젊은 농부 남녀가 흥겨움에 겨워 경쾌하게 미친 듯 춤추는 선율이 토속적이지만 기품 있고 자유로운 선율로 대표적하다. 1841년 이후부터 사망할 때까지 작곡한 후기 마주르카(작품번호 50, 53, 56, 59)는 미묘하고 독특한 화성과 함께 고급스러워진 기교와 노련한 서사성이 돋보인다. 특히 이 시기의 마주르카에서는 비장감과 더불어 영웅적인 심리 또한 등장하고 있다.

작품번호 50-3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바흐의 음악으로부터 터득한 대위법 위에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멜로디를 정교하게 쌓아올렸다. 또한 작품번호 60-3은 쇼팽의 생전에 마지막으로 출판된 작품으로, 순수함과 정교함, 절제된 스타일의 완성을 보여준다. 쇼팽은 단순하면서도 짧은 형식 안에 화려한 생명력, 유연함과 번뜩이는 직관, 재치와 유머, 두려움과 슬픔, 에로틱한 집중력, 경박한 듯 빛나는 우아함, 고국 폴란드에 대한 향수 등 다양하게 담아 놓았다.

슈만은 마주르카 작품번호 30과 33에 대해 `음악신보'에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전지전능하고 강력한 북방의 군주는 쇼팽의 이 단순한 멜로디를 가진 마주르카가 적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깨닫는다면, 틀림없이 이 음악을 금지할 것이다. 쇼팽의 마주르카는 화원 안에 숨겨진 폭탄과도 같다.” 동시대 음악평론가 헨리 초얼리는 “마주르카는 얼마만큼의 자유와 허가를 가지고 연주하지 않으면 그 절반의 의미를 잃는다. 이것을 흉내 내기는 어렵지만, 음악을 느끼는 연주가라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리스트도 “마주르카를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각 곡마다 최상의 피아니스트가 맡아야만 한다. 모든 곡들은 악센트와 적절한 균형을 가지고 연주해야 하는데, 그 비밀은 연주자 자신이 느끼지 않으면 얻기 힘들다”고 평했다. 폴란드 고유의 색채로 충만한 마주르카는 19세기 중반 이후 `민속적'이라는 의미에서 신화화되었고, 작곡가 벨라 버르토크가 `민속적'이 아닌, 그보다 광의의 개념인 `국가적'이라는 주장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도 그 특성에 관해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보석처럼 작고 반짝이는 마주르카는 쇼팽의 사랑과 향수, 음악, 사회와 개인에 대한 휴머니즘이 담긴, 마치 그의 비밀 일기와 같은 은밀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는 걸작들이다.

■들을 만한 음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RCA, 1965∼6)
△샹송 프랑스와(피아노)(EMI, 1956)
△블라디미르 호로비츠(피아노)(CBS, 1966∼8)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피아노)(Decca, 197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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