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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취미<3>
의사들의 취미<3>
  • 의사신문
  • 승인 2010.03.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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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재미있는 것들을 좋아하던 나는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 취미로 즐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그림, 운동, 여행, 뿐 아니라 내 나름대로 좋아하던 여러 가지 분야의 다양한 것들을 모아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취미생활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또 다른 사람들을 따라하며 새로운 취미를 얻기도 한다. 특히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는 의사들은 나의 주된 관심의 대상이다. 내가 근무하는 성애병원은 60여명의 과장님들이 근무하는 종합병원이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가 개원의 보다 좋은 점은 심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선생님들과 근무하며 같이 식사를 하고 가끔 술도 마시면서 어울리다 보면 10년 정도의 선배 선생님들과도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리고 친한 선생님들의 취미생활을 엿보며 재미있는 것들은 따라 하기도 한다. 한달 전부터 점심식사 후에 산부인과 과장님 방에서 커피를 마신다. 핸드드립커피의 맛을 예찬하며 권하는 바람에 같이 마시다 나도 그 커피의 맛에 반하게 되었다.

그 과장님을 따라하다 지금은 로스팅 기계를 구입하여 집에서 직접 생두를 로스팅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얼마전 구입한 하와이안코나 생두를 보며 어떤 맛을 보여줄지 상상하는 것조차 재미있다. 내게 커피의 세계를 알려준 산부인과 과장님은 며칠 전 같이 근무하는 다른 총각과장님 2명과 호텔방에서 커피와 와인 파티를 하며 밤을 지새웠다고 자랑했다.

혼기를 놓친 마흔이 넘은 남자 3명이 모여 호텔에서 와인과 커피를 마시며 와인과 커피의 세계에 대해 얘기를 하는 모습은 별로 우아해 보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즐기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다. 그 총각 과장님들 중 한 분은 인라인스케이트를 좋아하는 분이다. 밤늦은 시간 아무도 없는 병동 복도에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지나가는 모습을 본 직원이 있다고도 한다. 다른 한 과장님은 사진을 취미로 갖고 있다.

사진작가처럼 지저분한 모습을 한 채 카메라와 렌즈를 들고 병원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 저런 모습을 여자들이 좋아는할지, 언제쯤 결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많은 과장님들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생활한다. 커피 외에 최근에 내가 갖게 된 취미 생활은 보이차(茶)이다. 보이차는 중국 운남성 일대에서 생산되는 발효차인데 아내가 관심을 갖게 되며 덩달아 나도 보이차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게다가 이번 주말에는 내가 좋아하는 프로야구가 시작된다.
 
27일 롯데자이언츠 개막전을 보려고 주말에 아내와 같이 부산에 간다. 다른 일도 있어 가지만 사실 부산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전을 사직구장에서 보는 것이다. 시범경기 성적이 좋아 기대를 하고 있기는 한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 끝으로 요즘 빠져있는 책도 공개하고 싶다. 백범일지 이후 한국인이 쓴 글을 두 번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책을 보며 진산월이란 주인공을 김구 선생님만큼 존경하게 되었다. 진산월은 종남파 21대 장문인이다. 군림천하란 무협지인데 남들이 보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정말 감동적인 대하소설이다.

조재범<성애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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