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버' 이야기
`페버' 이야기
  • 의사신문
  • 승인 2017.08.14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여름의 단상
한광수 의약평론가 전 서울시의사회장

`페버'는 한국에 살고 있던 나이지리아 국적의 부모에게서 1993년에 태어난 올해 18살 된 청년이다. 미국처럼 속지주의를 택하는 나라에서였다면 당연히 한국 국적의 한국인이다. `페버'가 9살 때인 지난 2008년 아버지가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어 나이지리아로 추방되면서, `페버'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국제인권법 전문가들은 `페버'처럼 그 나라에서 태어나서 성장했고 그 나라 말과 글 밖에 쓸 줄 모르는 외국인 아이들을, 비록 아버지의 나라라고는 하나 `페버'에게는 전혀 낯선 외국인, 법적으로만 모국인 나라로 보내지는 일은 부당하다고들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다.

추방의 공포없이 안심하고 체류하면서 어린 동생들까지 돌봐야 하는 `페버'가 지난 4월 청주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된 후에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낸 사실이 반짝 언론에 소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추방을  면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으나 우리 정부의 법무부는 두 달 만에 기각해 버렸기 때문에 동생들과 함께 조만간 추방되게 되고 말았다.

부모가 설령 불법체류자라고는 하나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으므로, 선진국들은 아이들에게 자국인과 똑같은 교육과 의료 등 제반 사회보장 혜택을 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미국 등지에 있는 많은 한국인 불법체류자들도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스스로 생계를 영위할 능력만 있으면, 몇 년 안으로 반드시 대통령의 사면으로 영주권을 받게 될 것을 확신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

세계 제1위 인구절벽국가로 이미 인구의 빠른 감소세로 돌아선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수십 년 안에 인구가 반 토막 나고 이대로 가면 두 세기가 지나기 전에 대한민국과 한민족은 저절로 소멸할 것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로마제국이나 베네치아공화국, 중국의 진나라처럼 크게 번성했던 국가들은 대량이민을 받아들인 정부정책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약 200여만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그중 절반가량은 조선족이다. 말이 외국인이라고는 하나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이 있다. 작은 배려로 이들은 즉시 우리 국민이 될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특히 가까운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국제결혼이나 취업 또는 스포츠 활동이나 교육을 위해 우리나라에 입국해서 성실히 생활하는 외국인들을 모두 우리 국민으로 받아주는, 획기적 이민정책의 실현은 급격한 국민의 감소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권국가로서의 입지를 강하게 할 것이고 나라의 경제도 향상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1974년 월남 패망 후 수천 명의 난민들을 부산에 수용한 적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기는 커녕 전원을 외국으로 추방에 가까운 출국을 시켜 월남전 참전국으로 지나친 처사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이 근래에는 새터민에서 다시 탈북민으로 슬그머니 명칭이 바뀐 3만 여명의 북한 탈북자들을 제대로 관리도 못하는 듯하다. 이런 상태에선 될 수도 없고, 되어도 보통 일이 아닌데도 마치 통일만 되면 인구감소문제도 해결되고 희토류 확보는 물론 모든 한민족의 문제가 일소에 해결될 듯이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보통 큰일이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반 이민정책주의자이지만, 대선 공약사항이었던 불법체류자 추방을 여지껏 유예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속지주의를 택하는 많은 나라에서는,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어도 자기 나라에서 태어난 2세들을 전부 자국민으로 인정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을 바꿔 미국에서 태어났고 10년간 거주했으면 자동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해 주겠다고 해서 반 인권주의자의 허물을 벗을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따뜻한 법치를 다짐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페버'를 추방한다면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거짓말쟁이 정부라고 국제사회의 비웃음만 사고 말 것이다. 대선 때 공약한대로 따뜻한 법치실현과 인권옹호를 실천할 `이민행정청'이라도 설립해서, 3D 업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포용하는 일은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위상과 국격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외국 국적 취득한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병역의무나 납세의무, 교육의 의무 등을 회피해 온 주제에 건강보험 등 온갖 혜택을 불법으로 누리고 부정한 재산을 늘려온 일을 당연시하는 일부 국회청문회 후보자들보다 비록 피부색은 검지만, 우리 말 우리 글을 막힘없이 구사하는 `페버'에게서 우리 국민이 될 자격이 넘치는, 누구보다도 훨씬 더 한국적인 한국인의 자존심을 본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