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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교향곡 제3번 작품번호 97 〈라인〉
로베르트 슈만 교향곡 제3번 작품번호 97 〈라인〉
  • 의사신문
  • 승인 2017.08.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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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06〉

■라인에 깃든 독일정신과 함께 새 희망과 포부를 펼쳐

슈만이 교향곡 제3번을 작곡한 것은 뒤셀도르프로 이주한 1850년의 일이었다. 그와 라인 강의 인연은 이보다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 피 끓는 청춘이었던 1829년, 그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유학을 한 적이 있었다. 하이델베르크로 향하던 도중 프랑크푸르트에 들렀는데, 라인 강의 지류인 마인 강의 풍경에 매혹된 그는 결국 라인 강에까지 이르게 되고 코블렌츠에서 라인 강을 처음 만났다. 당시 슈만은 독일서부 라인 강 유역의 도시인 뒤셀도르프의 음악감독으로 막 부임한 상태였고, 마침 뒤셀도르프는 산업혁명에 힘입어 발전을 거듭하며 라인란트의 중심도시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미래를 향한 활력으로 가득한 새로운 도시에서 그는 진정한 독일음악을 위한 자신의 오랜 꿈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부풀었다.

라인 강은 알프스에서 발원하여 북해로 흘러드는 유럽 굴지의 하천으로 독일인들은 `아버지 라인'이라고 부른다. 슈만은 포도주로 유명한 뤼데스하임에도 들렀는데, 그곳의 저녁 풍경은 그를 매혹시켰다. “몇 척의 배가 생생한 모습으로 떠 있었다. 노인들이 집 주위 의자에 파이프를 물고 앉아 있었다. 강변에선 귀여운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있어 달이 뜨는 줄도 모를 지경이었다. 이윽고 점점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뤼데스하임에서 만든 술을 한 잔 들었다. 늙은 선주가 딸과 함께 강물을 저어 나갔다. 라인은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하다. 달빛은 푸르다 못해 투명하다. 뤼데스하임은 달빛의 신비한 파도 속에서 어두운 로마인의 폐허와 함께 비추고 있었으며, 저 높은 산 위에는 로슈스카펠레가 외로이 서 있었다… 다시 땅에 내렸다. 달빛은 계속 은빛을 비추고 있었으며, 라인의 물결이 고즈넉이 밀려들어 나그네의 눈을 감겼다.”

1850년 당시 슈만에게 라인 강은 추억의 대상이었고, 새 희망과 포부를 펼쳐 나갈 무대였다. 그는 음악감독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한편, 같은 해 10월 첼로협주곡의 작곡을 진행시켜 11월 완성했고, 바로 이어 교향곡 제3번에 착수하여 12월 초에 완성하면서 미래를 향한 열망과 의지를 드러냈다. 아내 클라라와 함께 라인 강 유역을 여행한 후 그 체험을 바탕으로 이 곡을 썼는데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라인 강의 다양한 얼굴들, 나아가 그것을 기반으로 고양되는 독일인의 정신과 자부심이었다.

이 작품은 슈만의 교향곡들 중에서 베토벤의 영향이 가장 선명한 작품이다. 첫 악장 주제의 힘찬 흐름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을, 전 5악장의 구성은 교향곡 제6번을 연상시킨다. 노래처럼 흐르는 선율과 가곡적인 형식을 교향악적인 주제와 구조로 발전시킨 면에서는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의 영향도 받은 듯하다. 중간 악장들의 라인 강 유역의 풍경들이 떠오르는 회화적인 이미지의 묘사는 이 곡의 표제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이 순음악적인 견지에서 받아들여지기를 바랐기 때문에 이런 특성들을 출판되는 과정에서 배제하였다.

△제1악장 Lebhaft(활기차게) 슈만 교향곡의 첫 악장들 중에서 유일하게 서주부가 생략되었지만 구성이 가장 탄탄하다. 관현악이 힘차게 탄력 넘치는 리듬과 열기 가득한 흐름에 실려 시원스럽게 질주한다. 제1주제는 마치 독일인의 정신을 나타내는 듯 라인의 도도한 물결을 그렸다. 반면 제2주제는 목관이 제시하는 왈츠풍으로 보다 차분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여유를 보인다.

△제2악장 Scherzo: Sehr mäßig(아주 온화하게) 렌틀러 춤곡풍의 온화한 기운을 머금고 느긋하게 흘러가는 선율에서 라인 강가 사람들의 소박하고 풍요로운 생활상이 묻어나는 듯하다. 사이사이에 넉넉한 호른의 울림이 가미되어 다채로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제3악장 Nicht schnell(빠르지 않게) 멘델스존의 〈무언가〉 인상을 준다. 부드럽고 상냥하게 다가서는 선율로 발산하는 은은한 광채는 달빛 아래 강변을 산책하는 연인을 비추는 듯하다.

△제4악장 Feierlich(장려하게) 슈만이 클라라와 함께 쾰른 대성당에서 접했던 대주교의 추기경 즉위식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였다. 종교적 분위기로 가득한 이 악장에는 슈만이 드레스덴 시절에 공부했던 바흐 대위법의 영향이 나타나있다. 초연 당시 악보에 `장엄한 의식의 반주 같은 스타일로'라고 적혀 있었던 이 악장은 `라인 정신'의 종교적 승화를 의도했던 것 같다.

△제5악장 Lebhaft(활기차게) 축제 같은 분위기로 활기찬 주제가 단순 명쾌한 베이스의 움직임을 타고 흐르는 가운데 울려 퍼지는 팡파르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피날레에서 전 악장의 주제가 다시 나타나고, 첫 악장의 주제도 가세하여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후 마무리된다.

■들을 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1)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4)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지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Philips, 1981) △라파엘 쿠벨리크(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6) △볼프강 자발리슈(지휘), 드레스덴 국립 오케스트라(EMI, 1972) △오트 클렘페러(지휘), 뉴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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