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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챤 바흐 토카타와 푸가 작품번호 565
요한 세바스챤 바흐 토카타와 푸가 작품번호 565
  • 의사신문
  • 승인 2010.03.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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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카타와 푸가의 경이로운 조화


24세의 청년 바흐가 작곡한 이 자유로운 형식의 오르간 곡은 정열적인 토카타와 아름다운 푸가의 양식을 대조시킨 곡으로 젊은 날 바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청년 시절 바흐는 작곡가보다는 오르간니스트로서 더 유명하였으며, 당시 유행하였던 즉흥 연주의 명연주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39세에서 65세까지 27년간 라이프니치의 토마스교회에서 합창지휘자로 지내면서 많은 오르간 곡을 작곡했다. 250곡이 넘는 자신의 오르간 음악 중 이 곡은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으며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바흐는 17세기 초에 시작되는 바로크음악의 최후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나이 9세에 어머니를 잃고, 10세에는 아버지를 잃게 되자 오르소르프에서 교회 오르간니스트로 있던 맏형 요한 바흐에게 찾아 간다. 그곳에서 바흐는 북독일의 북스테후데와 남독일의 파헬벨의 오르간음악의 작법을 습득하였고 이후 코렐리와 비발디로부터 이태리 음악의 명쾌한 협주양식과 풍부한 화성, 그리고 라틴적인 형식을 도입하였으며, 륄리와 쿠프랭에게서 프랑스음악의 섬세한 건반작법과 대담한 프랑스식 서곡을 배웠다. 이러한 당시 온갖 음악의 전통과 각 국민의 양식이 바흐의 천재적인 음악성 속에서 융화되어 녹아 섞이면서 긴장도가 높은 그만의 독특한 음악을 창출하게 된다. 훗날 그의 작풍에는 그 후대에 태생하는 고전파의 양식을 암시하는 많은 음악적 특징을 보여주게 된다.

이 토카타와 푸가에 대하여 신학자, 의사이며 유명한 오르간니스트인 알베르트 슈바이쳐 박사는 “이 곡에서 밝고 환하게 타오르는 듯 영혼이 궁극적으로 이상적인 음악 형식을 달성시켰다. 단순하고 극적인 기본악상이 파도처럼 겹겹이 쌓아 오르는 토카타의 대담무쌍한 악곡을 조형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푸가에서는 화음이 깨져버릴 듯 삽입된 소리들이 절정의 클라이맥스로 이끌어준다. 바흐의 소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라고 서술하였다. 한편 위대한 시인 헤르만 헤세는 이 곡을 듣고 “태고의 침묵이 응시하고… 온통 주위가 캄캄한데… 구름사이로 뚫고 나오는 한줄기 빛, 눈먼 미물은 심연에서 구해주고 공간을 만들어주며 빛으로 밤을 몰아낸다”라고 묘사하였다. 철학자 에밀 샤프티에 알랭은 이 곡에 대해 “우리를 결코 떨게 하지 않는다. 그 뒤에는 아무 것도 감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천태만상의 온갖 다양성과 엄격함과 쓸쓸함… 그곳에서 우리들이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음악뿐이다. 바로 여기에 바흐의 비밀이 있다. 매번 들을 때마다 새로운 경이감을 느끼게 한다”라고 극찬을 하였다.

토카타는 `손을 댄다'라는 이태리어로 바로크시대에 건반악기를 위해 많이 작곡된 악곡 형식이다. 전주곡이나 환상곡과 같이 본래 화려한 기교를 가진 면이 있어 즉흥성이 강하고 화려한 기교와 격정적인 표현으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은 바로크의 절정기인 바흐에 와서 더 견고하게 완성된다. 오르간의 성능을 최대한 살린 놀라운 효과를 이용하여 바흐가 즐겨 쓰는 분산화음이 이 곡들의 테마를 빛내고 있다. 도입부에서 음의 진행은 아주 느리면서 힘차게 마치 유성처럼 하행 음형이 분산되면서 자유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면서 토카타와 푸가형식이 전곡 속에 엮어져 융합되어 우주적인 화음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는 차츰 화산 폭발처럼 하늘을 향해 분출하고는 마지막 코다에 이르러 첫 부분의 재현으로 빛나는 화음은 가히 찬란하기만 하다. 이 토카타와 푸가는 바흐 후기의 내면적으로 깊고 침착한 경향의 오르간 곡들과는 대조적으로 밝고 활기차며, 밤하늘의 불꽃처럼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수놓아진 곡이다. 이 곡은 훗날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하여 더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들을만한 음반 : 헬무트 발하(오르간)(Archiv, 1956); 알버트 슈바이처(오르간)(EMI, 1936); 칼 리히터(오르간)(Archiv, 1964); 마리-클래르 알랭(오르간)(EMI, 1978); 톤 코프만(Archiv, 1983)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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