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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5번 Eb장조 작품번호 82
얀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5번 Eb장조 작품번호 82
  • 의사신문
  • 승인 2017.08.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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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05〉

■백조의 테마가 어우러진 `신의 교향곡'

시벨리우스가 등장하기 전 핀란드의 음악적 전통은 미미한 편이었다. 그의 초기 민족주의 작품은 후기 낭만주의 작풍을 따랐으나 점점 느린 화성 전개와 힘차고 독특한 관현악법으로 자신의 독창적인 음악언어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의 음악적 관점, 특히 교향악에 대한 생각도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해나갔다. 이는 1907년 헬싱키에서 말러와 나눈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모든 모티프를 은밀히 연결하는 깊고 근원적인 논리와 엄격한 스타일을 강조한 반면, 말러는 “교향곡이란 세계와 같아서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이야기이다.

시벨리우스에게 교향곡이란 첫 마디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유기적인 형태인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음악적 가치관에는 조국 핀란드의 험준하고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벨리우스의 전기를 쓴 영국음악가 세실 그레이가 “베토벤 이후 최고의 교향곡 작곡가”라고 평한 것처럼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은 교향곡과 민족 전승에 바탕을 둔 교향시였다.

시벨리우스는 1885년 헬싱키대학 법학과에 들어갔으나 음악에 더 끌린 나머지 헬싱키 음악원에서 청강을 하다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하기 위해 음악원에 입학했다. 여기서 그는 마침 부임해 온 이탈리아의 신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부소니의 지도를 받았다. 독일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으라는 부소니의 조언에 따라 베를린과 빈에서 2년여 동안 유학한 뒤에 다시 모교 음악원의 교수가 되었다. 그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899년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하고 나서부터이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헬싱키 근교 전원에서 지낸 그가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순수한 음악을 지향하는 원숙한 스타일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이후 20년 동안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창작에 매달린 시기로, 제3번부터 제7번까지 5곡의 교향곡을 포함하여 숱한 걸작을 쏟아냈다. 1926년 교향시 〈타피올라〉를 끝으로 1957년 9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기간 동안 더 이상 작품을 쓰지 않았다.

그의 쉰 번째 생일을 맞는 1915년, 핀란드 국민들은 이 세계적이고 민족적인 대음악가를 위한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콘서트가 축하행사의 중심이었고 시벨리우스는 신작 교향곡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1914년 가을 무렵, 이 새 교향곡에 대한 구상을 한 편지에 남긴 바 있다. “깊은 계곡에 있다. 아련하게 오를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 신이 문을 열고 신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이듬해 봄, 교향곡 제5번이 완성됐다. 그해 12월 자신의 지휘로 초연해 압도적인 호응을 받았지만 작품에 불만을 느낀 그는 1916년 가을 교정판을 내놓았으나 이에 만족하지 못했고 1919년 가을 2차 교정판을 완성했다. 원래 전 4악장이었던 구성이 1차 교정판에서는 제1악장과 제2악장을 휴지 없이 연주하게 했다가 2차 교정판에서는 제1악장과 제2악장을 합쳐서 전체 3악장 구성으로 만들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연주는 이 2차 교정판이 최종판으로 연주되고 있다.

△제1악장 Tempo molto moderato - Allegro moderato 초판의 제1, 2악장을 합친 까닭에 최종판 악장의 구성은 복잡하다. 전곡의 문을 여는 것은 인상적으로 떠오르는 호른의 주제이다. 이 인상적인 호른 연주 직후 응답하는 목관의 주제와 함께 전곡에 걸친 주제의 씨앗으로 발전한다. 발전부로 가면 토카타풍의 현의 고요한 배경 위로 고즈넉한 바순의 독백이 차분하게 흘러나오다가 전원무곡풍의 주제가 나오고 점점 고조되다 정점에서 장엄하게 마무리된다.

△제2악장 Andante mosso, quasi allegretto 깔끔하고 정감 있는 악장이다. 관악기에 이끌려 비올라와 첼로의 피치카토로 제시되는 짧은 도입부 후 브람스풍의 사색적인 분위기인 목가적 주제가 느리게 진행되는 자유로운 변주곡 형식이다.

△제3악장 Allegro molto - Largamente assai 팀파니의 타격에 이어 제1주제는 현의 트레몰로로 제시되고 제2주제는 플루트, 오보에, 첼로로 `백조의 테마'를 노래한다. 자택 근처에서 백조의 떼를 발견한 시벨리우스는 “나는 16마리의 백조를 보았다. 세상에, 얼마나 아름다운지! 백조들은 내 주위를 선회하다가 이윽고 햇살 어렴풋한 아지랑이 속으로 은색 리본처럼 사라져갔다. 내 생애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을 것 같다”라고 회상하며 이 악장을 착안했다고 밝혔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가운데 가장 극적인 악장으로 꼽힌다. 경쾌하고 재기 넘치는 선율로 호른이 연주하는 두 번째 주제는 북유럽 신화 천둥의 신 `토르'를 연상시킨다.

■들을 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4) △존 바비롤리(지휘), 할레 오케스트라(EMI, 1957) △오스모 반스카(지휘), 라흐티 심포니 오케스트라(BIS, 1995) △네메 예르비(지휘),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BIS,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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