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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부장관 청문회에 뜬금없는 `탁현민 논란'
보건부장관 청문회에 뜬금없는 `탁현민 논란'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7.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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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이 된다면 탁현민 행정관 해임 건의하시겠습니까?”

지난 18일 열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뜬금없이 등장한 질문이다.

최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이 과거 자신의 저서에서 여성비하 및 왜곡된 성 의식을 드러내고도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국무위원 청문회에선 이 같은 질의가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날 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야당 모 의원은 오전 첫 질의에서 박 후보자에게 취임 후 탁 행정관 해임을 건의할 것인지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신중히 생각해보겠다”며 “한 명의 사람을 쓰는 것은 특정 측면을 보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서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크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해임 건의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오후에 속개된 2차 질의에서도 똑같은 질의를 되풀이 했다. 해당 의원은 탁현민 해임에 대한 박 후보자에게 “우유부단해서 장관 소임을 다하겠냐”며 “똑같은 말을 번복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허구에 찬 말은 하면 안 된다”며 일갈했다.

다음 순서였던 여당의 한 의원은 “탁현민 인사청문회냐”며 지적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는 말 그대로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회에서 검증하는 제도다. 물론 국무위원으로서의 인사, 국정 철학 등을 검증할 필요도 있었겠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갖춰야 할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식견, 정책 방향 등부터 우선적으로 검증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의원들은 도덕성 문제를 반복적으로 들먹이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의료영리화, 원격의료, 직역 간 갈등, 저출산 등 현안에 대한 질의는 아주 일부였을 뿐이다. 결국 이날 인사청문회 자정을 지나 이튿날로 넘어가서야 끝이 났다. 하루를 넘기는 이례적인 청문회였다.

이번에 진행된 일련의 인사청문회를 보고 누리꾼들은 “국회의원도 청문회로 검증하자”고 꼬집기도 한다. 매년 있는 국정감사도 그렇고 망신주기용 말싸움으로 점철된 청문회에 모두가 지쳐있다. 국정 철학, 도덕성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몰아세우는 대신, 산재해 있는 보건의료 현안에 대해 짚었으면 더욱 의미 있지 않았을까. 좀 더 현안에 집중하고 내실을 다지는 국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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