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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피아노를 위한 환상소곡집〉 작품번호 12
로베르트 슈만 〈피아노를 위한 환상소곡집〉 작품번호 12
  • 의사신문
  • 승인 2017.07.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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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04〉

■음악으로 이루어진 현실과 환각 속의 꿈들

〈피아노를 위한 환상소곡집〉은 문학적 요소가 강하게 나타나는 슈만의 대표 모음곡으로 그의 많은 피아노 걸작 중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상상력의 자유로움과 함께 형식과 내용을 통한 다양함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각각 시적인 표제를 지닌 8개의 판타지는 서로 정취적인 관련을 가지면서 유기적으로 통일되어있고 환상적인 표현을 통해 상상력의 자유로움과 형식, 대비와 조화의 신선함, 그리고 내용을 통한 다양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른 모음곡들과 달리 작품 전체를 반드시 한 번에 이어서 연주해야만 한다는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각 곡들을 이어서 연주하라는 지시도 없을 뿐 아니라 각 곡들의 조성관계나 내용을 보면 분리된 곡으로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평론가 마르셀 브리용이 `음악으로 이루어진 꿈들' 이라고 이름 붙였듯 이 작품은 꿈에서 보는 듯한 현실성과 환각성과의 대비를 볼 수 있다. 슈만의 피아노 기법은 몽상의 밝은 이미지 세계를 노닐면서 독창의 깊이와 함께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곡의 제목은 E.T.A. 호프만의 소설 `칼로의 수법에 의한 환상소품집'에서 인용하였는데, 여기에는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작품번호 16에 영향을 준 `악장 크라이슬러'의 시가 실려 있어 그가 호프만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호프만의 환상소품과 비교하면 슈만의 작품세계는 환상의 나래가 광채가 나며, 꿈처럼 밝고 부드러운 구원의 손길이 있다. 그는 자신의 문학적인 환상을 독창적인 개성과 함께 환상적인 기법을 통해 이 작품 안에서 표현하였다. 특히 표제음악이나 성격소품의 장르를 통해 문학과 연계된 표제나 자신의 감정표현, 나아가 낭만주의의 이상까지 구현하였다.

그가 빈에서 머물며 이 작품을 착수한 1837년은 부인 클라라와의 관계가 순탄치 않았고 새 잡지 일로 힘든 시기였다. 이듬해 초 완성되어 영국의 여류 피아니스트 안나 로베나 레이들라브에게 헌정하였다.

△제1곡 석양(Des Abends).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으로(sehr innig zu spielen) 조용하게 석양이 물들어 가는 정경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서곡이다. 이 곡은 호프만의 칼롯 수법에 의한 환상소품집(Fantasiest<&25073>cke in Callot's manier)'의 `금 항아리' 중 첫 번째 `야경'에서 `저녁의 태양이 비추고, 저녁 바람이 이파리를 흔든다. 저녁 여명이 그 베일을 주위에 덮을 때, 종소리가 반 쯤 흩날리는 조용한 말이 된다.'에서 노을의 모습을 연추해 볼 수 있다.

△제2곡 비상(Aufschwung). 매우 빠르게(Sehr rasch) 빠르고 격렬한 곡으로 날개를 펴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느낌을 준다. 넓은 음정 도약과 한 손에 의한 주선율과 반주음을 동시 민첩하게 연주한다. `금 항아리' 중 4번째 `야경'에서 주인공 `안젤무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린트호르스트'는 갑자기 흰빛 회백색 독수리가 되어 환상적인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 버린다. 

△제3곡 왜?(Warum?). 느리고 섬세하게(Langsam und Zart) 짧은 곡으로 우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묘사한다. `금 항아리' 중 5번째 `야경'에서 파울만 교감의 딸인 `베로니카'는 주인공 `안젤무스'와의 사랑을 위해 마술 노파와 대화하는 동안 상상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제4곡 변덕스러움(Grillen). 유머를 가지고(Mit Humor) 변덕스러운 스케르초를 표현하는 곡으로 유머러스한 경쾌한 느낌과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 빠진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금 항아리' 중 아홉 번째 `야경'에서 `안젤무스'는 자기의 애인 `세르페니나'가 우연히 본 초록색 뱀의 상상이라 생각하고 `베로니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이제껏 일들을 자신의 꿈으로 생각한다.

△제5곡 밤에(In der Nacht). 고통과 열정을 가지고(Mit Leidenshaft Appassionato) 변덕스럽고 경쾌하다. 왼손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듯 아르페지오와 선율적 동기가 끊임없이 이 곡을 지배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로 격정적인 밤을 연상하게 한다. 슈만은 어느 편지에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레안드로스와 헤로의 이야기를 언급하였다. `금 항아리' 중 세 번째 `야경'에서 백합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슈만이 클라라와의 어려운 사랑과 결부시킨 듯하다.

△제6곡 우화(Fabel). 느리게 그리고 빠르게(Langsam and Scnell)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하려다가 빠른 부분에서 마치 동화책을 읽는 듯 재미를 주려고 상상의 세계를 펼쳐 놓은 듯 하다.

△제7곡 꿈의 갈등(Traumes Wirren). 특히 생기있게(Ausserst lebhaft) 밝고 변덕스런 느낌을 지닌 주제와 함께 환상적인 꿈속에서 사랑의 도취 상태를 그리고 있다.

△제8곡 노래의 끝(Ende vom Lied). 유머를 가지고(Mit gutem Humor) 시적으로 진행되다가 슬프고 아련하게 끝난다. `금 항아리'의 마지막 장면인 열두 번째 `야경'에서 이제껏 있었던 모든 이야기들이 정리되고 `안젤무스'는 그의 사랑 `세르페니나'와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된다.

■들을 만한 음반
△마르타 아르헤리치(피아노)(EMI, 1976)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Philips, 1982) △마르크-앙드레 아믈렝(피아노)(Hyperion, 2006) △머레이 페라이어(CBS,1972)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Decca,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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