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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출생신고 의무화' 논란…우리가 왜? 입력오류 책임소재는?
[이슈&포커스] `출생신고 의무화' 논란…우리가 왜? 입력오류 책임소재는?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07.17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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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분쟁조정법 등 각종 규제-분만중 사망 실형 이어 가족관계등록 개정안에 분노 `폭발'

 산부인과, 분쟁조정법·산모 초음파 급여화 등 각종 규제 및
 분만 중 사망 실형 이어 가족관계등록 개정안에 분노 `폭발'
 행정업무·책임 부담 의사에게 전가 `분만기피 가속화' 우려

산부인과가 정부·국회의 지속적인 악법 발의와 제도 시행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최근 산부인과 진료 관련 법안 및 제도를 보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 개시'를 위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일명 신해철법)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것을 비롯해 진료 중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대리수술 등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하다 적발된 의사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린 의료법 개정안, 산모 초음파 급여화, 포괄수가제, 낮은 분만수가 등이 있다.

지난 4월에는 산모의 분만 진행 중 태아가 자궁 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인천지방법원이 해당 산부인과 전문의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인력 감소와 함께 폐업하는 의료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자원 추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산부인과 인력은 무려 842명이나 줄었고, 올해도 4월말까지 68명이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인력 감소폭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2010년부터 5년간 총 520곳의 산부인과가 문을 닫았으며 같은 기간 새로 문을 연 산부인과는 절반 수준인 300곳이 채 되지 않았다.

산부인과의 어려움이 날로 증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함진규 의원(자유한국당)은 아동이 출생한 의료기관에 대해 출생증명서 송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의 출생신고는 그 부모가 의사·조산사나 그 밖에 분만에 관여한 사람이 작성한 출생증명서를 첨부해 1개월 이내에 출생지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함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출생신고를 부모에게만 맡겨두게 되면 출생신고가 누락되거나 태어나지도 않은 아동이 신고돼 아동이 불법적으로 매매되거나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아동이 출생한 의료기관에 출생증명서 송부의무를 부여해 아동의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출생신고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사·조산사나 그 밖에 분만에 관여한 사람은 △자녀의 성별 △출생의 연월일시 및 장소 △부모(부를 알 수 없는 경우 모)의 성명·주민등록번호, 주소(부 또는 모가 외국인인 때는 그 성명·출생연월일·국적) 등을 포함한 출생증명서를 작성해 출생 후 30일 안에 출생지를 관할하는 시·읍·면의 장에게 보내야 한다. 출생증명서를 받은 시·읍·면의 장은 출생신고의무자가 출생 후 1개월 안에 출생신고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30일 안에 신고할 것을 알려야 한다. 출생증명서의 양식과 송부, 접수 및 처리 절차에 관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게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탁상공론적인 제도로 의료기관에 행정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다.

A 산부인과 의사는 “행정업무를 민간의료인에게 부과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이는 민간의료인에 대한 침해”라며 “정부가 개인에게 노동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대한민국은 전체주의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의료인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를 공공재로 사용하고 싶으면 정부가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보조해야 한다. 더욱이 행정서류 송부의무를 행정공무원이 아닌 의료인(민간인)에게 넘긴다면 시험을 보고 공무원 채용을 하는 의미가 없지 않냐”며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병원이 하는 것은 효율성 유무를 떠나 애초부터 논의될 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B 산부인과 의사는 “정부가 의사, 의료기관에 대해 터무니없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느니 차라리 분만은 국가가 담당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 정부가 민간의료기관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취득해 운영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며 “정부나 국회의 탁상공론적인 제도 추진이 많다보니 답답한 마음에 별난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C 산부인과 의사는 “산모가 아이의 이름을 태어나자마자 짓지 않으면 `무명씨'라고 기재해 출생증명서를 올려야 하는 것인지 이 법안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출생신고를 담당하는 동사무소 직원도 실수를 한다. 의사가 실수를 하면 엄청난 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내릴 것 아니냐”며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산모에게 동의서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대한 위험은 물론 출생 관련 자료들을 모두 의료기관에서 보관해야 하는 어려움도 생길 것”이라며 “산부인과 의사에게 왜 이런 올가미를 씌우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D 산부인과 의사는 “현행법 대로 의료기관은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경우 분만장부를 작성하고 보관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맞는 제도이다. 의료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법안”이라며 답답해 했다.

그는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병원 내 출생신고 `입력 실수'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가 문제다. 그리고 행정공무원이 할 일을 왜 의료인이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출생신고를 하려면 부모와 아이의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자칫 범죄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뿐 출산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 미혼모는 누가 보호해 줄 것이냐”며 “행정편의주의 제도에 불과한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산모가 출생신고를 기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실효성이 의심되는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의사회는 “자신의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얻을 이익과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얻을 이익은 명백하게 차이가 난다. 출생신고를 기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부모와 동거친족에게 신고의무를 인정하되, 의사 등 비혈족의 신고의무는 보충적으로만 인정하는 것이 현행법 규정이고 외국의 입법례 또한 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식절차를 통한 입양은 입양아의 친모나 입양할 부모에게 입양과 연관된 기록이 출생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입양아의 친모가 낳은 아이의 출생신고서를 위조, 입양한 모친이 낳은 아이로 하는 것이 요즘의 음성적인 아동 거래의 양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또 “이 같은 범죄는 의사가 사전에 개입해 출생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직접 제출하는 경우에도 막을 수 없다고 보여진다”며 “개인의 법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사적인 법률 행위를 단지 출산에 관여한 의사라고 해서 산모를 대신해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사적 자치 침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아동의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출생신고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행법상으로도 출생신고 시 의사나 조산사가 작성한 출생증명서를 첨부하도록 돼 있어 태어나지도 않은 아동이 신고될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출생신고 누락으로 인한 아동의 불법 매매가 그 가능성을 넘어 입법까지 나아가야 할 정도로 실제로 빈번한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아동을 더욱 큰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있으며, 탁상공론적인 아동보호 인식에 기반해 실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례를 상정해 모든 의료기관에 행정적인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법안은 본말이 전도됐을 뿐만 아니라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도 미혼모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의협은 “미혼모 및 혼외자녀 문제 등으로 인해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들에 대한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다.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들은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기피하게 돼 비의료기관에서의 분만 뿐 아니라 자택분만·해외분만 등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출생신고 누락 및 허위신고를 이유로 의료기관에게 출생증명서 송부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친 의무부과라는 것이다.

의협은 “출생신고의 경우 국가가 수행해야 할 업무인 반면 이번 개정안은 아무런 비용보전 없이 행정기관의 업무를 의료기관에게 전가하고 있어 이는 매우 부당하며 행정편의주의적 입법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법안 제안이유 중 태어나지도 않은 아동이 신고될 가능성이나 출신신고 누락으로 인해 아동의 불법매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정부가 해결해 나아가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또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도 출생신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 개인정보 관련 문제 등에 있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 비용과 책임을 오로지 의료기관이 떠맡게 될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면서 “안그래도 어려운 산부인과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여지가 충분하다”며 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의 경우 터무니없이 낮은 분만수가로 인해 많은 개원의들이 분만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오히려 추가적인 규제만 부과하고 있으므로 이는 산부인과의 분만기피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이는 결국 산모와 태아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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