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7:46 (수)
[인터뷰] `클래식 이야기' 400회 돌파,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교수
[인터뷰] `클래식 이야기' 400회 돌파,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교수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7.17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2월이면 연재 시작한지 벌써 10년…클래식 전도사로 유명세”

2008년 2월 21일자부터 스크랩…벌써 네번째 책 출간 준비
의사신문 덕분에 활발한 음악 봉사활동·라디오DJ도 맡게 돼
“사람 이해하는 좋은 의사되기 위해서는 취미활동 즐겨야”

한양대구리병원 오재원 교수(소아청소년과)의 `클래식 이야기'가 벌써 400회를 넘어섰다. 적당히 하다 끝내려고 한 것이 어느덧 햇수로 10년. 2008년 2월 처음 선보인 뒤 단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의사신문 지면을 장식해온 오 교수의 글은 의료계에 클래식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재원 교수는 “내년 2월이면 연재한 지 만 10년”이라며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점점 재미있어졌다. 어떤 곡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주말에 음악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책도 읽어보고 공부도 해야 한다. 의사신문 연재는 스스로 클래식 곡에 대해 정리할 기회를 갖는 기회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그는 한양대병원 원보 `사랑의 실천'에 클래식 관련 글 몇 편을 실었다. 그러다 2008년 2월, 의사신문에 `클래식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처음 몇 주는 원보에 실렸던 글을 보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러다 한 달 뒤 의사신문 감사패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면서 “매주 글을 쓴다는 것이 망설여졌었는데, 벌써 400회를 넘어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첫 연재가 됐던 2008년 2월 21일 신문부터 최근호까지 다 모아서 스크랩 해뒀다”며 연구실 책장에 보관해둔 스크랩북을 펼쳐보였다.

`클래식 이야기'는 책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그동안의 원고를 엮어 필하모니아의 사계 Ⅰ·Ⅱ·Ⅲ 세 권을 펴냈고, 현재는 네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올해 10월에는 필하모니아의 사계Ⅱ 개정판이 나온다.

그는 “책 자체를 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150회 정도 되니 원고가 많이 모아져 `필하모니아의 사계'를 내게 됐다”며 “시리즈로 낼 계획도 없었는데, 첫 번째 책이 호응이 좋아서 3권까지 나오게 됐다. 세 권을 모두 합쳐 모두 365곡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필하모니아의 사계Ⅰ은 발간 당시 교보문고, yes24 등 대형 서점 문화예술부문 베스트셀러 TOP10에 들기도 했다. 또 필하모니아의 사계Ⅱ와 함께 나란히 청소년 우수도서로 선정돼, 전국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돼 있다.

`클래식 이야기'의 최종 목표는 500회다. 이처럼 클래식 곡을 500곡 이상 평론하는 작가는 국내외를 망라해도 드문 편이다.

그는 “가끔 청탁이 들어와 예술의전당 객원 평론가로 글을 쓰기도 하고, 원보에도 종종 기고한다”면서 “그래도 오랫동안 연재해온 의사신문을 보고 연락하는 분들이 많다. 한 여의사는 자녀 교육에 어떤 클래식 곡이 좋겠냐고 추천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의 음악 인생은 바이올린을 처음 손에 잡은 10살부터 시작됐다. 학창시절, 음대 진학을 꿈꿨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의대에 입학해야 했다. 그래도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음악을 꾸준히 했다. 한양의대에 입학한 그는 예과 2학년에 한양의대 오케스트라 `키론(Chiron)'에 입단하게 된다.

오 교수는 “`키론'은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인물로, 의학의 신인 동시에 음악의 신, 교육의 신을 의미한다”면서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80년에 직접 키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47년 동안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입단 후 본과 4학년을 마칠 때까지 키론의 악장으로 있었던 그는 이후 지도교수로서 함께 했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15년간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협연도 4회 이상 했다. 키론의 산 증인인 셈이다.

그는 “동아리 후배이자 제자들에게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불린다”라며 “지도교수가 아닌 지금도 회장단이 바뀌면 동아리 선배라며 매년 인사 오기도 한다. 후배들이 구리병원으로 실습 나오면 더 친근감이 든다. 의대 교수라서 가능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병원에서의 음악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2년 동안 오 교수는 환자들을 위한 작은 클래식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의 진두지휘 아래 기획된 `환우를 위한 음악 산책'은 매달 넷째 주 금요일 저녁마다 병원 로비를 아름다운 선율로 물들였다. 처음 시작하면서 그랜드 피아노를 사비로 구입할 만큼 그는 열정을 쏟았다.

오 교수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매달 했었는데, 이제는 바빠서 1년에 4회 정도 한다”면서 “기본은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3중주로 하는데 때에 따라 관악기나, 성악가와 함께 할 때도 있다. 물론 바이올린은 직접 연주했다”고 말했다.

강당이 아닌 로비에서 공연 하는 이유는 환자들이 오며 가며 가볍게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잠깐 내려와서 듣는 환자나 보호자도 있고, 휠체어를 타거나 병상 그대로 내려와 듣는 이도 있다. 중간에 연주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까 박수도 치지 못하게 하는 기존의 클래식 공연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벌써 이 공연도 100회가 훌쩍 넘었다.

그는 “콘서트홀처럼 강당에서 문을 딱 닫고 하는 공연이 아니라, 오픈해서 누구나 쉽게 클래식 음악을 듣고 접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면서 “3중주에는 피아노나, 첼로는 전공자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는데 그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최근 오 교수는 음악 관련 DJ로도 활동 중이다. KBS 제1라디오 `라디오주치의 이충헌입니다'의 작은 코너 `뮤직테라피'의 DJ를 맡고 있다. 곡 선정과 원고 작성 모두 오 교수의 몫이다.

그는 “처음에는 알레르기 전문의로 참여하다가 의사신문 연재 등을 통해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고 한 코너를 진행해보겠냐는 오퍼를 받았다”면서 “지난 2015년 10월 처음 시작했는데 벌써 1년 반이 지났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금·토·일 오전 10시 50분부터 11시까지 10분 정도 주어지는데, 앞뒤 광고를 빼면 약 7분 정도다. 11시 뉴스 바로 앞이라 은근히 사람들이 많이 듣는다”면서 “클래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팝이나 영화음악 등도 소개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음악가 또는 음악 평론가로 활동해온 것이 의사로서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여유로운 주말 낮이나 보통날 저녁에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기도 한다.

오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이 꼭 즐겁지만은 않다. 환자와의 관계나 시간에 쫓기는 삶으로부터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데, 음악이라는 취미가 환풍구 역할을 해준다”며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습하면 오히려 집중이 되면서 노여웠던 마음도 많이 풀린다”고 했다.

환자를 배려하고 인간 냄새가 나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취미가 꼭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의사에게 취미가 없다는 건 굉장히 메말랐다는 의미”라며 “남을 이해하고 관대해지려면 글이나 그림, 음악 등을 즐기는 취미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예술을 공부하기 보다는 향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의사라는 직업과 예술은 다르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의사들이 한 곳에 빠지면 푹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예술을 즐기는 것이 아닌 공부하듯이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하는 시기가 딱 끝나면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면서 “평생 취미와 함께 가려면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예술은 살아온 배경과 처지, 특색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나 느끼는 감정 모두 다르다. 백이면 백 똑같아야 하는 과학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예술을 접하다보면 타인을 잘 이해하고 어떤 개인의 개성과 특색을 인정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오 교수는 `클래식 이야기'에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내용만 다루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의견이 개입되면 독자들이 선입견을 갖고 그 음악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클래식 저자와 차별화된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전시회에 가서도 도슨트나 큐레이터의 가이드부터 접하면 자신의 주관보다는 설명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의사신문 연재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클래식 이야기'도 의견일 뿐이지 만고의 진리는 아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객관적인 이야기, 곡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작곡가의 당시 상황, 생각 등에 초점을 맞췄다”며 “지루하지 않게 400회를 갈 수 있었던 이유도 한계가 있었을 내 이야기가 아니고 공부하면서 써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음악 인생을 펼쳐나갈 거라는 오재원 교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완주하는 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다.

오 교수는 “흔히 에베레스트를 넘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전공자에게도 난이도가 높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완주해보는 게 꿈”이라며 “오케스트라 키론과도 1, 2회 정도 더 협연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클래식 이야기'가 400회까지 올수 있었던 이유는 `마감'이라는 원동력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 500회까지도 좋은 곡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