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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법 한 달…의료계 불신만 더 커져
정신건강법 한 달…의료계 불신만 더 커져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7.17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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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우려 속에 개정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을 넘겼지만 의료계와 정부의 시각차는 여전히 크다.

특히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입원 연장 시 국·공립병원 또는 지정진단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1인이 포함된 정신과 전문의 2인의 2차 출장 진단을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시행을 밀어붙인 보건복지부가 법 시행 이후에도 “문제될 게 전혀 없다”는 식으로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은 더욱 커진 모습이다.

복지부는 최근 법 시행 한 달여를 맞아 전체 입원·입소자 추이를 공개하며 “강제입원 환자 중 퇴원환자는 일평균 약 227명으로 법 시행 전인 일평균 약 202명보다 소폭 증가해 대량퇴원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자타해 위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스스로 입원여부를 결정하는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는 복지부의 여론몰이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퇴원 환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복지부가 2차 출장 진단을 위한 인력 부족을 인식하고 같은 병원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한 2인 진단이 가능토록 예외규정을 마련했기 때문인데 예외규정은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후 대량퇴원사태 발생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2차 진단도 문제가 많아 한 의사가 4시간 동안 60명 이상의 환자를 2차 진단했다는 이야기와 2차 진단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등장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는 현실이다. 4시간 동안 60명이라면 한 환자 당 진단 시간이 4분 남짓 걸렸다는 것인데 이 시간 동안 과연 제대로 된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2차 진단을 할 수 있는 정신과 전문의가 태부족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법이 시행됨에 따라 `환자인권보호'라는 입법취지는 퇴색돼 버리고 편법과 불법만 부추기고 있는 셈인데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문제 해결 의지 없이 책임 회피만을 위해 사실은폐 및 여론몰이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정신건강의학계가 요구하는 바와 같이 하루 빨리 국공립병원 정신과 전문의 확보에 나서야할 것이며 그것도 힘들다면 `사법입원심사제도' 등을 비롯한 해외 제도 도입도 심각히 고려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배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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