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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5분 거리에 동네의원 90%…민간과 경쟁해야 하나"
"보건소 5분 거리에 동네의원 90%…민간과 경쟁해야 하나"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7.12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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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협, '공중보건의사 업무의 적절성과 발전적 방향’ 연구결과 발표

보건소 주변 5~10분 거리에 동네의원이 존재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보건소가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하는 구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별 공보의 배치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철수 회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김철수)는 12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공중보건의사 업무의 적절성과 발전적 방향의 검토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배치 타당성 △업무수행 현황 △후생복지 △제도 개선 등에 대해 조사했으며, 현재 복무 중인 의과 공중보건의사 2138명 중 47.4%인 1015명이 참여했다.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2회에 걸쳐 10일간 진행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건소 주변 1km 거리 내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비율은 90%, 5km 거리 내에 의원이 있는 경우는 98.4%에 달했다. 1km 거리 내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있는 경우는 65.3%, 주변 5km의 경우 91.9%로 드러났다.

김철수 회장은 "대부분의 보건소가 시청이나 구청 근처인 중심지에 있기 때문에 도보로 5~10분 거리인 1km 이내에 동네의원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취약지라고 할 수 없는 곳에 공보의가 배치돼야 하나 의문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로 앞에 병·의원이 있는데 국가 예산을 들여 여러 명의 공보의와 보건 공무원을 고용하고,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민간의료기관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건지소 주변 1km 내 의원급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비율은 41.6%에 불과했으며, 5km 거리 내에도 63.2%였다. 

근무기관에 따라 일차진료 업무수행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주변에 민간 의료기관이 많은 보건소의 경우에는 일차진료 업무수행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63.6%)이 '필요하다'는 응답(36.4%)보다 많았다. 반면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보의들은 일차진료의 업무수행이 '필요하다'(68.4%)고 응답한 비율이 '필요하지 않다'(31.6%)고 응답한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김 회장은 "병·의원 거의 없는 섬에 근무하는 공보의들은 3명 제외하고 당연히 일차 진료가 필요하고 업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무지에 따라 공보의 업무를 진료 중심에서 보건사업을 개편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응답자의 53.5%가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 근무연차가 올라갈수록, 보건소나 보건지소 근무자일수록 더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들은 보건사업으로 업무가 개편된다면 만성질환 관리, 금연·비만·절주 등 건강증진사업, 결핵관리사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의료기관이 중첩된 곳, 참여하길 원하는 공보의부터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방법일 될 것"이라며 "지역민 만족도도 높이고 공보의도 보람될 수 있는 보건 사업을 찾아 나서야 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예방접종 건수가 보건소 실적 평가에…하루 5000명 접종하기도"

기형적으로 보건소 쏠리는 독감예방접종 사업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지자체가 예방접종 건수를 보건소의 실적으로 평가하는 현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저도 하루에 1300명까지 접종한 적이 있다"면서 "어르신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마치 도장 찍듯이 주사를 맞으신다. 제대로 예진도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주사를 놓을 수밖에 없고 이후 이상반응 있는 지에 대해 관찰할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하루 평균 독감 예방주사 접종 건수는 234.5건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섬 지역 등 거주 인구가 현저히 적은 곳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보건소의 경우 하루 평균 712.1건에 달했으며, 하루 최대 5000건까지도 예방접종이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시·군에서 보건소마다 몇 건 했는지를 공표하는데 이것이 곧 공무원들의 실적이 된다"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굳이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가까운 병·의원에서 접종 받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지자체가 인근 병·의원에 독감 백신을 소량 배포하고 다시 지급하지 않아 보건소로 오도록 유도해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가까운 병·의원에서 정확한 예진을 받고 접종받을 수 있도록, 실적을 평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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