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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료계 서화 열풍 주역, 박영옥 전 서울병원 원장
[인터뷰] 의료계 서화 열풍 주역, 박영옥 전 서울병원 원장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7.10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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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서예가로 `우뚝'_`오늘의 한국서예 展' 작가 명단에 당당히 이름 올려

1980년초 취미로 시작, 서예대전 특선·예술문화대상 등 수상
의사 서예가 길 걸으며 서도협회 회장 역임·의사서화회 창립
활발 작품·봉사활동으로 국내 넘어 외교 문화적 가교 역할도

의사이자 서예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영옥 전 서울병원 원장이 한국 서예계 대표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오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예술의전당 서예축제 SACCalliFe 2017 `오늘의 한국서예 展'의 작가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자신의 작품 `기도(祈禱)' 앞에 선 박영옥 원장.

이번 전시는 서예 역사상 최초로 한국서예단체총협의회(이하 서총) 소속 한국미술협회서예분과, 한국서예협회, 한국서가협회, 한국서도협회 등 4개 단체가 함께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자·한글 서예, 문인화, 전각, 실험서예 등 서화 전 분야의 중진 및 원로 작가 131명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 박영옥 원장의 작품도 위용을 드러냈다. 작가는 4개 단체가 각각 25명씩 선정했으며, 나머지 31명은 예술의전당과 서총이 공동으로 선정했다. 이중 박영옥 원장은 한국서도협회의 대표작가로 뽑혀 이번 전시에 함께하게 됐다.

박 원장은 “한국 대표 서예단체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수십 년을 벼르고 미뤄오던 서총 전시가 지난 3∼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이번에 열리게 됐다. 한국 서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의사로서 국내 수만 명의 서예가들 중에 100여 명 안에 들었다는 것 역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은 지난달 30일 서예박물관 2층에서 진행됐다. 이날 개막식에는 예술의 전당 고학찬 사장,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이사장, 서총 윤점용 공동대표 등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번 전시가 한국 서예계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전시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아울러 한국여자의사회 김봉옥 회장도 참석해 박 원장의 작품 전시를 축하했다. 

이날 인사말에서 고학찬 사장은 “이번 전시는 그동안 소외돼 온 서예에 대중의 관심을 다시 불러 모으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양을 넘어 전 세계의 대표적인 서예 축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동국 담당 수석 큐레이터 역시 “국내 `서예'가 한 자리에 처음 모이는 자리”라며 예술의전당이 준비한 국내 최대 규모의 서예 잔치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전시된 박영옥 원장의 작품 제목은 `기도(祈禱)(200×145)'다. 박 원장은 맥아더 장군의 `자녀를 위한 기도문'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인용, 위아래로 배치했다. 

그는 “자녀가 사회에 봉사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빗나가지 않고 정직하고 또 올바르게 의사생활을 하겠다는 마음을 되새기기에는 이 보다 더 좋은 글은 없다고 생각해 쓰게 됐다”며 “맥아더 장군의 기도문은 원곡체(原谷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소전 선생의 글씨체로 서체를 달리했다”고 말했다. 

서예와 박영옥 원장의 인연은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저녁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자녀 공부를 도와주며 취미로 글씨 쓰기를 시작했는데, 동아문화센터에서 무림 김영기 서예가에게 사사 받았으며 본격적으로 서예를 배웠다. 이후 전국예술문화대상전 대상, 대한민국 서예대전 특선, 한일서화대전 대상, 국제대상, 제36회 원곡서예문화상, 서도협회 대표작가상 등 여러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며 화려한 수상 이력을 보유하게 된다. 

전문 서예가로 실력을 갈고 닦은 그는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을 넓혀나갔다. 개인전도 5회 개최했으며, 각종 전시회의 운영위원장 및 심사위원장은 물론 서도협회 공동회장 등을 역임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특히 유관순 열사 추모시 석문 13점, 응화사·법흥사 현판 6점, 대한의사협회 100주년 기념 액자 17점 등 박 원장은 자신의 글씨를 널리 알렸다. 또 20여 년 전부터는 자신의 호를 딴 대한민국 서도대전 `연당상'을 제정하고 공모전 수상자에게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그는 “유관순 열사의 후배들인 이화여고 학생들이 쓴 시를 받아 적었고 이것을 비석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유관순 열사 초혼묘로 올라가는 길가에 열세점이 세워져 있다”면서 “대한의사협회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한국의료백년 국민건강백세(韓國醫療百年 國民健康百歲)'라는 글귀를 적어 각 시도의사회관에 액자로 선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회 한국의사서화회전에서 박영옥 원장과 회원들.

이 같은 박 원장의 열정은 의료계에도 서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2009년 11월 한국의사서화회를 창립해 서예나 동양화를 취미로 하는 의사들이 서로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었다. 당시 창립회장이었던 박 원장은 2013년에 회장 자리를 내려놓고 명예회장으로 있다. 자연스레 4년 임기로 돌아가면서 내년 6월에는 곽병은 신임 회장이 취임하게 된다. 

창립 후 매년 개최돼 올해 8회를 맞은 한국의사서화회전은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내년에는 6월 19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 원장은 “이번 정기전에 3명의 신입회원이 입회했다. 총 24명의 의사문인화가들이 참여해 작품을 전시했으며, 저도 `목단'이라는 작품을 냈다”며 “우리 의사서화회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단합이 잘된다. 이번에는 대구 독립기념 거리, 박태준·현재명 음악가, 이상화 시인 고택 등 회원들과 함께 문화유산 탐방도 해 뜻깊었다”고 전했다.

의료계 곳곳에서도 박 원장의 글씨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의사신문 서울시의사회 창립 100주년 특집호의 기념작품으로 그의 작품 `施仁布德(시인포덕)'이 실리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는 의료계 지면신문으로부터 요청을 많이 받았다”면서 “최근에는 동창 모임에서 현판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박 원장은 이어 “의료계 외에도 서울남부검찰청, 영등포구청, 소방서, 경찰서 등 안 간 데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 활동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외교 관계에 있어 문화적인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5년 11월에는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alon Dessin & Peinture a l'eau 2015'에 우리나라 대표 예술가로 초청돼 자리를 빛냈다.

여기에는 `신사임당상'을 수상한 15명의 예술인이 참석했다. 박 원장 역시 지난 2011년, 어머니이자 의사로서 청소년 선도와 의료봉사와 예술 활동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신사임당의 뜻을 기리는 `신사임당상(제43대)'에 추대되면서 대표 예술가로 함께 했다. 

당시 이들의 작품 전시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박영옥 원장의 작품 `매화'는 프랑스 미술 전문지인 `위니베르 데자르(Univers Des Arts)'에 기증돼 눈길을 끌었다. 박 원장을 포함한 사임당 작가들은 같은 해 3월 한일수교 50주년을 축하하며 재일 한국문화원에서 작품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오래 전부터 베풀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1980년대 초반부터 노량진 경찰서 관할에서 청소년 선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서울남부지방검찰청까지 활동을 확대하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었다”면서 “서예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2010년 병원 문을 닫은 후, 지난날 열심히 살아온 모습들을 주변에서 높이 평가해주신 덕에 신사임당상을 수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는 박 원장은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그는 “올해 8월에 지나온 삶을 엮은 자서전을 출판한다. 오는 8월 2일부터 일주일간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는 서도협회 전시에서 출판기념회도 같이 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도 건강관리 하면서 서예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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