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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발급 수수료 후려치기 중단해야
진단서 발급 수수료 후려치기 중단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7.03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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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자전거를 좋아해서 수입에 비해 고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고 관리 비용도 적잖게 지출한다.

며칠 전 자전거전문점을 찾아 자전거의 상태를 점검하고 간단한 수리 뒤 1만 2천원을 지불했다. 분명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저녁 9시가 다된 시간에 다른 서너 명의 손님을 뒤로 한 채 20여 분간 자전거 상태를 이곳저곳 점검하며 땀을 흘린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된다. 더군다나 기자의 자전거는 `전문점'에서만 취급한다. 만약 점검이 제대로 안됐으면 기자가 부상을 당했을 수도 있다.

자전거 점검도 제대로 받으려면 몇 만원이나 하는데 의사의 진단 비용을 1만원 이하로 `후려치기'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진단서 등 수수료 상한액을 정하고 더 비싸게 받는 의료기관은 행정처분하겠다고 밝힌 것. 복지부가 지난달 27일 행정예고한 `의료기관 제증명 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에 따르면 앞으로 의료기관은 진단서 발급 수수료를 1만원 이상 받을 수 없다.

의사의 진단서 발급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의사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고도의 정신노동이자 의학 지식의 집약적 문서로 향후 법적 책임까지 따른다. 복합 질환이나 손상의 경우 진단서 작성을 위해 다양한 문헌과 진료기록부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도대체 어느 의사가 1만원도 안 되는 액수에 이러한 부담을 모두 안고 진단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더군다나 의료계와 합의를 거쳤다고 밝혔는데도 수수료 상한기준을 최빈값 혹은 중앙값만을 근거로 정한 것으로 나타나 합의과정이 의문스럽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이 중요하다면서도 정작 생명을 다루는 의료비용은 최소한으로만 지출하려 하고 의료사고라도 발생한 다음에야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면서 생명의 가치를 운운하는 건 너무나 모순되지 않는가?

더욱이 정부는 진단서 수수료 획일화가 법령에 위반된다는 결정까지 스스로 내린 과거가 있다. 지난 2005년 서울시의사회가 마련한 `각종 증명서 발급수수료 기준표'에 진단서 2만 원, 건강진단서 2만 원, 상해진단서 10만 원 등을 책정한 것에 대해 당시 공정위가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있다”며 담합행위로 규정하고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내린 결정까지 뒤집으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하는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시정하길 바란다.

배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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