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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증명수수료', 책임 포함된 지식 문서…강제 규제 No
`제증명수수료', 책임 포함된 지식 문서…강제 규제 No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07.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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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등 선진국도 진단서 발급 비용 의료기관별 자율 부과

의료계, 현실성 없는 제증명 수수료 기준 고시안 철회 촉구
미·일 등 선진국도 진단서 발급 비용 의료기관별 자율 부과
헌법·민법상 `사적 자치 원칙' 반해 행정소송 등 강력 대응

의학적 판단과 진료기록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부여되는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의 가격상한선을 국가가 강제로 지정하는 방침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는 단순 서류양식이 아닌 `고도의 지식 집약적 문서'로 가격 규제를 한다는 것은 정부가 의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마련해 오는 21일까지(25일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예고안은 국민들의 불편 최소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분석결과를 고려해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을 고시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최근 의약단체와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기준에 관한 간담회를 갖고 단체별 의견을 수렴한 바 있으며 지난 4월에는 제증명 수수료 30개 항목의 최저값과 최고값, 최빈값과 중앙값을 공개했었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이들 항목의 금액 상한선을 기준으로 정하고 병원들에 자율적인 가격 책정을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고시안은 의료계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995년 복지부에서 각종 진단서별 수수료 상한 기준을 정한 이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현실성 없는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복지부, 국민 불만 고조…“의료계 의견수렴 해 마련”
보건복지부는 이번 고시와 관련, 동일한 증명서도 병원마다 가격 편차가 있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해 왔다며 환자·소비단체 및 의료인 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고시 제정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제정안을 보면, 일반진단서의 경우 1만원 이내의 범위에서 의료기관별 자율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현재는 의료기관별 최저 1000원∼최고 10만원인 상황이다.

MRI 등 진단기록영상을 CD로 발급받고자 하는 경우에도 최저 1000원에서 최고 5만원까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던 조항을 최고 1만원으로 상한선을 낮췄다. 입·퇴원확인서도 1000원 이내 범위로 규정했다.

이외 △건강진단서 2만원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 1만원 △사망진단서 1만원 △장애진단서(신체적장애) 1만 5천원 △장애진단서(정신적장애) 4만원 △후유장해진단서 10만원 △병무용 진단서 2만원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 1만 5천원 △상해진단서(3주 미만) 5만원 △상해진단서(3주 이상) 10만원 △영문 일반진단서 2만원 등으로 정했다.

또한 △통원확인서 1천원 △진료확인서 1천원 △향후 진료비추정서(천만원 미만) 5만원 △향후진료비추정서(천만원 이상) 10만원 △출생증명서 3천원 △시체검안서 3만원 △장애인증명서 1천원 △사산(사태)증명서 1만원 △입원사실증명서(입퇴원확인서에 포함) △채용신체검사서(공무원) 4만원 △채용신체검사서(일반) 3만원 △진료기록사본(1∼5매) 1천원 △진료기록사본(6매 이상, 1매당 금액) 2백원 △진료기록영상(필름) 5천원 △진료기록영상(DVD) 2만원 △제증명서 사본 1천원 등이다.

■일본·미국 `증명서 수수료 의료기관별 `자율'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진단서 발급비용과 관련해 의료기관별로 자율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의료기관에는 `진단서 포맷'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리고 환자가 진단서를 요구할 경우 통상 진료기록부를 복사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의료기관별 자율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어떤 병원을 가느냐에 따라 무료 또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환자가 병원에 지불하는 진료비가 적지 않기 때문에 진단서 수수료 부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각 문서의 금액에 대한 규정이 없고 각 의료 기관에서 설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진단서 비용'은 도시와 지방간의 격차가 크고, 기관마다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사회 김강현 법제이사가 제공한 `일본의 진단서 등의 의료 문서 요금 통계자료'(2012년 기준)를 보면, 진단서(복잡한 것)의 경우 최고 금액 1만500엔(10만 6622원, 2017년 환율 기준), 최저액수 1000엔(1만 154원)으로 평균은 3665엔(3만7216원) 이었다.

진단서(간단한 것)의 경우 최고 5250엔(5만3311원), 최저 1000엔(1만 154원)으로 평균은 2337엔(2만 3731원)이었다. 의료비에 관한 증명서는 최고 1만6500엔(1만 6754원), 최저 100엔(1015원), 평균액은 1216엔(1만2347원)이었으며 이번 조사는 지난 2009년 통계자료와 비교 시 0.2%∼0.7% 등 오른 가격이었다.

병원양식 진단서(간단한 것)의 요금을 지역별로 보면, 큐슈 1961엔(1만 9912원)에 대해서, 관동 2962엔(3만 9077원). 다른 의료 문서도 지역에 따라서 격차를 보였다.

개인보험 관련 진단서의 경우 주치의 의견서(재택·신규)는 최고 5250엔(5만 3311원), 최저 1050엔(1만662원)으로 평균액은 5125엔(1만 5739원)이었으며 이는 3년 전 통계와 비교했을 때 2.9% 증가한 수치였다.

이와 함께, 현재 일본 생보사들이 부담하는 진단서 발급비용은 약 5000엔(약 7만2000원)정도 였다. 그러나 전체 진단서 발급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 받았으나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유에 해당할 경우에 진단서 발급비용을 대신 지급하고 있다.

생보사들이 진단서 발급비용을 내는 것은 보험계약자의 보험금 청구시 부담을 경감함으로써 보험금 지급 누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보험회사의 후유장애 진단서의 평균액수는 최고 12,600엔(12만 7946원), 최저 2100엔(2만1324원), 평균 5837엔(5만 9271원)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보험 후유증 진단서는 최고 12,600엔(12만7946원), 최저 2520엔(2만5589원), 평균 5927엔(6만185원)이었다.

현재 일본 생보사 중 약 80%는 진단서 발급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다이이치의 경우 연 평균 3200만엔(약 3억700만원)정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보수표 규칙 폐지, 왜 의료인만 옥죄나
현재 변호사의 보수 기준은 2000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 보수에 관한 규칙을 폐지하면서 완전 자율화가 됐다. 변호사간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행위라는 당시 정부규제개혁위원회의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법무사 업계에서도 대한법무사협회 회칙으로 정하고 있는 `법무사 보수표'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경험과 전문성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법무사 보수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하한은 두지 않은 채 상한만 금지하고 있어 다른 전문자격사들에 비해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보수 자율화를 통해 업무 난이도에 따라 보수를 개별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현행 법무사법상 법무사가 보수표 기준을 초과해 보수를 받으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사회 전성훈 법제이사도 의료인 개개인마다 의료경험이나 연구 등 노력에 따른 역량이 다른데 진단서 비용을 강제로 제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전 법제이사는 “정부가 변호사가 쓴 서면에 대해 장수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규제한다면 아마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고시안을 보면, 진단서와 관련해 기준을 세분화했지만 진단서에 따라 간단한 것부터 많은 검토 후 작성해야 하는 것까지 성격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1만원, 2만원 등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병의원에 따라 진단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강제로 (진단서 가격을)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의료가 공공적인 성격이 강한 서비스라 해도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민법상 사적 자치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전 법제이사는 “입·퇴원서의 경우 의사의 판단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진단서에는 의사의 지적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계가 이 고시에 대해 반발하는 것을 단지 수입과 연관지어 해석하면 안된다”고도 했다.

전 법제이사는 “2005년 5월 서울시의사회가 마련한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 기준표를 병의원에 배포해 수수료를 받도록 한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자율에 맡겨야지 협회가 강제로 가격을 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과도 맞지 않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의료법이 개정됐다는 이유로 의료인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궁색한 처사”라며 “고시가 시행되는 현 시점에서 최선의 방법은 최소한 의사들의 정신적인 노동력만큼은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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