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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데 파야 〈삼각모자〉 모음곡 제1번과 제2번
마누엘 데 파야 〈삼각모자〉 모음곡 제1번과 제2번
  • 의사신문
  • 승인 2017.07.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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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01〉

■부당한 권력에 대응하는 민중을 상징적으로 묘사

데 파야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작은 항구도시 카디즈에서 태어나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민족음악 부흥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 페드렐(Felipe Pedrell)로부터 작곡을 공부하였다. 스물일곱 살에 왕립음악원의 신작 콩쿠르에서 오페라 〈덧없는 인생〉으로 우승, 바로 다음 날 열린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1위를 차지하여 일약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덧없는 인생〉이 약속대로 마드리드에서 상연되지 못하자 데 파야는 파리로 떠나 1907년부터 1914년까지 드뷔시, 라벨, 듀카, 포레 등과 교우하게 된다.

그는 플라멩코 음악 등 안달루시아의 전통음악을 통해 인간적이며 진솔한 리듬과 정열과 신비적 멜로디를 토대로 한 스페인의 민족주의에다가 인상주의나 신고전주의를 접목한 작품을 만들고자 하였다. 파야가 활동하던 당시 많은 예술가들은 파리에 모여 살았다.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파리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으며 새로운 창작에 대한 욕구를 불태울 수 있을 만큼 열정이 넘치는 도시였다.

당시 파리를 중심으로 활약하던 예술가들 중에는 러시아발레단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도 있었다. 당시 러시아발레단 `발레 뤼스'의 설립자로 막강한 영향력이 있던 인물이었다. 파리에서 파야의 음악을 접했던 그는 파야가 스페인으로 돌아가 〈사랑의 마술사〉라는 작품으로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파야를 찾아간다. 그리고 1917년 마드리드에서 발표했던 소규모 앙상블을 위한 〈삼각모자 모음곡〉을 발레를 위한 작품으로 새롭게 편성하자고 제안한다. 그의 적극적인 설득에 파야는 1919년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가세한 2막 발레극 〈삼각모자〉를 발표하고 다시 제1막, 제2막에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엮은 〈삼각 모자〉 모음곡 제1번과 모음곡 제2번을 완성하게 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민화를 토대로 한 안토니오 데 알라르콘의 소설 `삼각모자'를 기초로 초기에는 코믹한 내용의 〈시장과 물방앗간 주인의 아내〉라는 음악극이었으나 여기에 플라멩코, 판당고, 페루카 등 집시의 춤곡을 넣어 스페인문화가 담긴 클래식 발레로 재탄생시킨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최고의 예술가들과 함께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화제 거리가 되었다. 디아길레프는 초연 지휘를 데 파야에게 부탁했으나 거절하여 에르네스트 앙세르메가 지휘를 맡았고, 스페인 극작가 그레고리우 마르티네스 시에라가 대본을,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발레극의 무대와 의상을, 20세기 대표 안무가 레오니드 마신이 방앗간주인역과 안무를 맡았다. 런던 알람브라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20세기 근현대를 대표하는 최고 예술가들이 만들어 낸 걸작으로 파야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매력적이고 화려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모음곡 제1번. 제1곡 Introduction(도입), La tarde(오후) 팀파니의 강력한 리듬과 캐스터네츠의 연타와 “오레!”의 외침, 메조소프라노가 `부인, 빗장을 거시오!'라고 노래하며 막이 오른다.

제1막 안달루시아의 작은 마을. 볼품없는 외모의 방앗간주인과 미모의 아내가 등장한다. 방앗간주인은 말을 안 듣는다고 새를 야단치지만 아내가 새에게 포도를 주자 아내 말을 잘 듣는다. 곧 삼각 모자를 쓴 못된 지방관과 호위병들이 등장하자 방앗간주인은 아내에게 지방관을 골려주자며 집안으로 숨어든다. 지방관은 방앗간주인 아내를 보자 첫 눈에 반한다. 제2곡 Danza de la molinera-Fandango(밀러부인의 춤) 아내는 관능적인 판당고를 추며 제3곡 Danza del corregidor(시장의 춤) 지방관에게 포도를 건네고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간다. 제4곡 Las uvas(포도) 지방관은 그녀를 쫓아가 붙잡자 방앗간 주인이 나타나 지방관을 내친다.

△모음곡 제2번. 제2막 그날 밤 제1곡 Danza de los vecinos-Seguidillas(이웃집 사람들의 춤) 방앗간 주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술을 대접하며 파루카를 추며 그들을 흥겹게 한다. 이때 지방관이 호위병을 이끌고 나타나 방앗간 주인은 호위병들에게 끌려가며 마을 사람들도 사라진다. 방앗간 주인 아내는 집안으로 들어가고 지방관도 그녀를 뒤쫓아 가지만 발을 헛디뎌 시냇물에 빠지고 만다. 제2곡 Danza del molinera(밀러의 춤) 방앗간주인 아내는 잠을 자다가 놀라 도망한다. 지방관은 물에 젖은 제복을 나무에 걸어둔 채 방앗간주인의 침대에서 잠들어버린다. 도망쳐 나온 방앗간주인은 그의 침대에서 지방관을 발견하자 아내가 지방관과 바람을 핀 것으로 오해하고 지방관의 제복으로 바꿔 입고 지방관 부인의 침대로 들어가 앙갚음 할 것을 계획한다. 방앗간주인이 퇴장하며 지방관은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제복이 사라져버린 것을 발견하고 방앗간주인의 옷을 걸친다. 호위병들이 지방관을 방앗간주인으로 오인하여 체포하려고 몸싸움을 한다. 이를 본 방앗간주인 아내도 몸싸움에 합세한다. 다시 등장한 방앗간주인도 그의 아내를 구하려고 싸움에 뛰어든다. 제3곡 Danza final-Jota(마지막 춤) 지방관은 결국 자초지종을 말하게 되며 마을 사람들은 지방관을 담요에 싸서 헹가래로 내치면서 막이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지휘), 테레사 베르간자(메조소프라노),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61) △프뤼벡 데 부르고스(지휘), 빅토리아 데 로스앙헬레스(소프라노),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4) △로린 마젤(지휘), 베를린 방송 오케스트라(DG, 1965) 모음곡 △엔리케 호르다(지휘), 바브라 호이트(소프라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Everest,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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