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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프랑크 교향곡 D단조 작품번호 48
세자르 프랑크 교향곡 D단조 작품번호 48
  • 의사신문
  • 승인 2017.06.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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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00〉

■프랑크 특유의 고전적 오르간적인 중후한 울림

`프랑스에서의 참된 교향음악의 예술은 프랑크와 그 일파에 의해서 산출되었다.' 이것은 그의 제자인 뱅상 댕디가 한 말이다. 분명히 프랑스의 교향음악은 프랑크의 출현으로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크가 `프랑스계 작곡가'로 인식되긴 하지만 그 태생을 보면 독일계에 더 가깝다. 벨기에 리에주에서 태어난 그의 어머니는 독일계 혈통이었고 아버지도 독일 국경 출신이었다.

프랑크가 리에주음악원을 거쳐 파리음악원에 진학할 때도 그의 국적문제로 입학이 거부당했다가 2년 뒤에야 허락받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프랑크는 음악적 성향도 다분히 독일적이었다. 그는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와 바그너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당시 오페라와 발레 등의 극장음악에 치우쳐있던 프랑스 청중에게 실내악의 가능성과 절대음악의 가치를 설파하였고 탁월한 오르간니스트로서 이론적 토대와 깊은 종교적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음악을 통해서 독실한 신앙심을 표출한 기독교인이기도 했다.

프랑크는 시류를 정면으로 거스른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파리 생 클로틸드 성당의 오르간니스트 지위에 만족했고 그를 따르는 소수의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 이외에는 속세에 초연했다.

그의 음악도 좀처럼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이 〈교향곡 D단조〉는 프랑크가 만년에 이르러 남긴 유일한 교향곡이다. 이 작품은 1886년에 착수하여 그의 나이 66세인 1888년에 완성되어 그 이듬해에 파리음악원 연주회에서 초연되었다. 그가 유명해졌을 때는 이미 세상을 뜨기 1년 전이다.

이 교향곡은 프랑크 특유의 고전적 취향이 잘 드러나 있으며 전형적인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큰 특색은 순환형식(forme cyclique)이라는 점이다.

이 순환형식이란 것은 특징 있는 하나 또는 두 개의 순환주제를 곡 전체에 걸쳐 변형이나 있는 그대로 사용하여 내면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기법이다.

이 곡에서는 세 개의 순환주제가 쓰여 있다. 곡이 시작되자마자 중저음의 현악 유니슨으로 제시되는 순환 동기와 여기서 파생된 동기들이 모든 악장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전곡에 긴밀한 유기성과 강력한 통일감을 가지게 된다. 프랑크는 그의 걸작 〈바이올린소나타 A장조〉에서도 이 수법을 쓰고 있다. 뱅상 댕디는 `이 교향곡이야 말로 가장 순수한 기쁨과 생명의 빛을 향하여 끊임없이 올라가는 음악'이라고 극찬하였다.

또 하나의 특색은 변조의 교묘함과 오르간적인 중후한 울림이다. 프랑크는 모차르트와 더불어 `변조의 천재'로 불리는 작곡가였다. 그 천변만화하는 변조의 재미는 절묘하기 이를 데 없다.

빈번한 조바꿈은 프랑크의 두드러진 특징이면서 슈베르트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프랑크의 즉흥 오르간 연주를 들은 리스트가 `마치 바흐의 재림 같다'고 절찬했을 정도로 오르간의 고수였다. 프랑크의 음악을 논할 때 오르간을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제1악장 Lento-Allegro non troppo 서주는 순환 동기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인 전개 양상은 팽팽한 긴장감과 투쟁적 기운으로 충만하여 베토벤을 연상시킨다.
마지막 코다는 다분히 종교적 분위기와 바로크적인 분위기의 혼합으로 장식되어 있어 프랑크 특유의 `종교적 희열'을 표현하고 있다.

△제2악장 Allegretto 현악기의 피치카토와 하프의 탄주로 시작되고 이어 잉글리시 호른이 주제를 인상적으로 노래한다. 차분함과 동요를 오가는 오묘한 흐름은 종교적 묵상의 시간이나 중세 음유시인의 노래를 연상시킨다.

△제3악장 Allegro non troppo 현악파트에 의한 D장조의 찬란한 빛 속에서 장엄하고 열광적인 승리의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이어 첼로와 파곳이 제시하는 늠름하고 의연한 제1주제와 금관이 노래하는 당당한 제2주제에다가 앞 악장에서 나왔던 주제들과 순환동기들까지 가세하여 유장하고 다채로운 흐름이 빚어내는 분위기와 종교적인 색채의 결합을 보여주면서 장엄하고 찬란한 클라이맥스를 분출한 후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파리 오케스트라(EMI, 1969)
△샤를 뮌슈(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57)
△피에르 몽퇴(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61)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53)
△로린 마젤(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Decca,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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