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5:51 (목)
21일 '설명의무법' 시행…의료계, 큰 파장 예상
21일 '설명의무법' 시행…의료계, 큰 파장 예상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06.16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과목별 표준성명안 마련 및 수가 신설 등 제도적 장치 필요

의사가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를 명문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설명의무법)’이 오는 21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의료계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술과 수혈, 전신마취 시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설명의무법의 기준이 모호해 의료계가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설명의무법’이 시행되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환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사의 설명의무와 이에 대한 동의를 명시하고 이를 2년간 보존’해야 하는 조항이 의료소송으로부터 의사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일 열린 본회의에서 의료인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같은달 20일 공포된 뒤 6개월이 경과한 오는 21일 시행에 들어간다.

설명의무법은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과 방법·내용 △설명하는 의사와 수술 등에 참여하는 의사 이름 △수술 등에 발생 예상되는 위험 △수술 전후에 환자가 지켜야 할 사항 등을 미리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게 했다.

의료기관은 이 동의서를 2년간 보존해야 하며, 설명의무를 위반한 의사에 대해서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설명의무법의 문제점은 수술 전 환자에게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질병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환자에게 수술 방법과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것은 결국 공포감만 키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계는 설명의무법으로 인해 정확하고 상세한 설명으로 가벼운 수술 대상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1차 의료기관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곧 개원가의 몰락과,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개원가에서는 ‘수술’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이와 함께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이어질 것으로 사료된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를 깨뜨려 의료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 판결 사례를 보면, 법 해석 기준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달라 의료인의 ‘의료비용’도 증가 할 수 있다.

의료계가 ‘설명의무법’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설명의무 수가 신설’ 및 ‘각 과별 설명 양식’을 제작·배포해 법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이 법안의 문제점은 ‘의사가 환자에게 적정한 설명을 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을 하기 까지는 진료 이외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설명의무’에 대한 수가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설명의무는 과거 몇 십년 전부터 의사들이 해오던 것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을 하기 싫어 이 제도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설명의무에 대한 수가를 신설해 제도를 시행해야 의료계가 납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환자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설명의무법이 의료인을 어려움에 처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법제이사는 “환자가 의료사고나 진료결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의사가 처음 약속한 대로, 말을 한대로 진료를 했는지 동의서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소송에서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건복지부가 제도를 시행하면서 문제점들을 보완해나가겠다고 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에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인데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탕발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 법제이사는 "각 전문과목별 진료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 전문과목에 맞게 수술에 적용할 표준 설명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개정법상 수술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설명 범위도 모호해 어느 범위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의학회와 복지부가 협의해 각 전문과목에 맞는 ‘설명의무 동의서’ 양식을 준비해 배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도 서비스다. 서비스 구매자를 보호하는 것이 요즘 사회 추세이고, 설명의무법 시행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설명의무법의 불합리한 규정을 수정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의료인이 설명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가장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