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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었다고 기관장 교체만이 능사인가?
정권 바뀌었다고 기관장 교체만이 능사인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6.1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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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내각 구성 막바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장 대거 사표…향후 인사에 '관심 집중'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장들도 대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교체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감사원이 53개 공공기관에 대한 채용비리 감사를 벌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혼란한 상황에 이뤄진 공공기관장 인선 과정을 집중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져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은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등이 있다.

기관장들의 임기는 대부분 3년인데 이 중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과 국립중앙의료원 안명옥 원장은 약 5개월,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약 1개월 정도의 잔여임기가 남아 있고 인증원 석승한 원장의 경우 후임자 인선에 난항을 겪어 임기를 다 채우고도 10개월 정도 초과한 상황이다.

복지부 장관 인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기가 단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기관장들의 경우 안정적 조직 운영을 위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잔여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고 교체가 이루어지더라도 이에 따른 조직 내부 혼란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나머지 기관장들의 임기가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 9개월까지 남아 있다는 것.

특히 건강보험제도의 큰 축을 담당하는 심사평가원 김승택 원장의 경우 취임한 지 약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잔여임기가 무려 2년 9개월이나 남아 있고, 보건의료원 이영성 원장도 2년 4개월, 인력개발원 최영현 원장도 2년 5개월 정도 잔여임기가 남아 있어 기관장 교체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매우 큰 상황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더라도 취임한 지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은 기관장까지 교체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각 기관의 독립성과 임기제가 갖는 함의, 그리고 기관장 교체만으로 획기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감안하면 차라리 주어진 임기를 보장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심평원은 국내 유일의 진료비 심사평가기관이고 보건의료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공공의료기술평가연구기관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더라도 정치색이 옅은 두 전문기술평가기관에까지 기관장 교체를 단행하며 인사권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코드인사’로 비춰질 수 있다.

우리는 역대 정권 교체 시기마다 기관의 고유한 특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나눠먹기식으로 대대적인 기관장 교체를 단행하는 적폐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토록 적폐 청산을 강조하는 새 정부가 또다시 인사권을 정권의 전리품처럼 휘두르며 스스로 적폐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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