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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쇼팽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즈〉 C장조 작품번호 3
프레데리크 쇼팽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즈〉 C장조 작품번호 3
  • 의사신문
  • 승인 2017.06.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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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98〉

■우아한 첼로와 화려한 피아노의 서정적 조화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은 일생 동안 실내악 작품을 단 네 곡만 남겼다. 쇼팽의 작품인지 진위가 의심되는 〈로시니의 주제에 의한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을 포함하여도 다섯 곡 정도이다.

다른 작곡가와 달리 쇼팽은 실내악을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나 바이올린소나타 등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다만 첼로소나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 마이어베어의 오페라 〈악마 로베로〉의 선율에 의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협주적 대이중주(Grand Duo Concertant), 그리고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즈〉만을 남겼을 뿐이다.

쇼팽은 첼로를 대단히 좋아했던 것 같다. 아마 피아노 다음으로 좋아한 악기가 첼로였을 지도 모른다. 자신의 피아노삼중주에 대해 쓴 편지 속에서도 “바이올린을 비올라로 바꾸는 것이 첼로와의 조화를 위해 더 나을 것 같아…”라고 말했을 정도로 첼로에 대해 호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첼로를 위해 처음으로 작곡한 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폴로네즈〉에서도 그런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가장 존경하는 첼리스트라고 하며 가까이 지냈던 요제프 메르크(Josef Merk)와 자신이 죽을 때까지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사귄 프랑스의 첼리스트 프랑콤(Auguste-Joseph Franchomme) 등 자신의 주변에 뛰어난 첼로 연주자가 항상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의 음악 감수성이 화려한 고음의 바이올린의 빛깔보다는 오히려 담담하면서도 낮은 음의 생기가 있는 첼로에 더 많은 친근감을 느꼈을 것이다. 

쇼팽의 최초 첼로 작품은 그가 열아홉 살이던 1829년 베를린 연주여행 후 돌아오는 길에 작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이센의 왕자이자 아마추어 첼로 연주가인 앙투안 라지비유(Antoine Radziwill)와 쇼팽이 피아노를 가르쳤던 라지비유의 딸 17세 방다(Wanda)를 위한 것이었다.

이 사실은 1829년 11월 쇼팽이 친구 보이체홉스키(Wyociechowski)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곡은 귀부인을 위한 화려한 살롱음악에 지나지 않아.”라고 언급한 내용에서 알 수 있다. 또한 보이체홉스키에게 보낸 다른 편지에서는 이 곡이 현재와 같은 형태가 된 것은 1830년 4월경이었다는 것과 1829년 11월경 `폴로네즈' 부분은 이미 완성되었으며, 1830년 4월 첼리스트 카진스키와 연주하기 위해 느린 서주 부분을 나중에 추가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비록 라지비유 공작 부녀를 위해 작곡되었지만, 이 작품은 고국을 떠나 빈으로 가기 직전 가까이 지냈던 첼리스트 요제프 메르크에게 헌정하였다.  

열일곱 곡의 폴로네즈를 작곡한 쇼팽에게 있어 폴로네즈는 평생에 걸쳐 작곡한 장르이기도 하다. 그가 최초로 폴로네즈를 작곡한 때가 여덟 살이었다고 한다. 16세기경 유래한 춤곡으로 당당하고 남성적이면서도 아름답지만, 웅장한 궁중 춤곡으로 거듭나면서 바흐, 쿠프랭 등 많은 작곡가들이 그 춤곡 형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 후 쇼팽의 독특한 창의력에 의해 폴로네즈는 위대한 예술영역으로 승화된다. 쇼팽이 작곡하고 평소 즐겨 연주했던 `마주르카'라는 폴란드의 좀 더 고유한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춤곡 형식도 있지만 `폴로네즈'는 폴란드 국민의 정서를 담은 애국적이고 좀 더 남성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였다.  

이 작품은 비교적 짧은 곡이지만 서정적인 우아함과 화려함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상대적으로 짧은 서주에서는 대단히 화려한 피아노의 장식음과 아름답고 다소 순수하면서도 진솔한 첼로 선율이 명확한 대조를 이룬다.

이어 곧 화려하고 당당한 폴로네즈가 시작되면서 이 단락을 지배하는 주된 선율은 함축적이면서도 젊은이다운 패기와 싱그러움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피아노는 첼로를 뒷받침하면서 종종 독주에 가까운 화려한 선율을 뽐내고 있다.

첼로는 독자적인 역할을 맡지는 않지만 선율적인 흐름을 주도하며 마지막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교를 보여주면서 끝맺음하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마르타 아르게리치(피아노)(DG, 1981)
△다니엘 샤프란(첼로), 펠릭스 고틀리브(피아노)(Melodiya, 1979)
△요요 마(첼로), 임마누엘 엑스(피아노)(Sony classic, 1992) 
△엘리사 베일러스타인(첼로), 아이넌 바르나탄(피아노)(Decca, 2014)
△솔 가베타(첼로), 버트란트 까메유(피아노)(Sony classic,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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