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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 50분의 고행 끝 환희의 찬가 절로 터져나와
11시간 50분의 고행 끝 환희의 찬가 절로 터져나와
  • 의사신문
  • 승인 2017.06.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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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 백두대간 산행기(영취산 - 매요휴게소 구간) 〈하〉
양종욱 마포 양비인후과의원

또 진달래 꽃은 보통 한 가지 끝에 한 송이 씩 달리지만 2∼5개까지 달리는 경우가 있고, 꽃 속에 반점이 없으며, 홑꽃이라는 특징이 있는 반면, 철쭉은 한 가지 끝에 3∼7 송이씩 달리며, 꽃 위쪽 부분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복성이재로 향한다. 700m 내리막길을 절뚝절뚝 거리며 20분에 걸쳐 내려온다. 평상시의 2배 걸린 셈이다. 산행 시작 7시간20분만에 복성이재에 도착하게 된다.

차가 있어 차 안에서 참외를 먹으면서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박병권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길을 잘못 들어 다시 매봉으로 올라간다고. 박 원장 덕에 뜻하지 않게 40분의 휴식을 갖게 된다.

다시 산행을 시작해서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길이 없다고 한다. 되돌아 가니 등로 왼쪽에 길이 보인다. 잠시 내려간 후 4분 정도 올라가고 다시 4분정도 올라가니 임도가 나와 임도를 지나 10분 가량 힘들게 올라간다. 말 그대로 고난의 행진이다.

성을 쌓았던 돌길을 조금 올라가니 아막성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싸움터라고 한다. 선조들이 생명을 걸고 싸웠던 장소에 우리들은 취미 생활로 산행을 한다. 우리들은 무었을 깨달아야 하는 것일까? 3분 후 돌탑이 보인다. 생김생김이 고졸하다.

20분 정도 걸어가니, 철쭉으로 둘러 쌓인 잘 꾸며진 묘가 나온다. 먼저 갔던 박원장 ,문상은 원장이 길이 없다고 한다. 되돌아 가보니 나무가지에 리본이 숨겨있다. 내리막 길이라 동료들을 뒤따라간다.

약 20분 후에 동료들과 만나 쉬면서 수박을 맛있게 먹는다. 15분 정도 힘들게 올라가고 조금 걷다가 다시 내리막길이 나와 동료들 뒤를 힘들게 30분 정도 내려간다. 악전고투다. 동료들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다시 올라가고 내려가고 올라가다보니 88고속도로가 보이고 지리산휴게소가 보인다. 고남산도 보이고 봉화산과 매봉 등이 보인다. 11시간 가까이 산행했더니 만사가 귀찮다. 꼭 이렇게 해야하나 하는 회의감이 든다. 15분 정도 걸어가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등로가 좁게 나있어 10분 정도 힘들게 내려가니 사치재가 나온다. 잠시 참외 딸기 등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유치재까지 2.5km 남았다. 못 먹어도 go다. 해발500m에서 내려갔으면 좋겠지만, 다시 5분 정도 올라가고 또 5분정도 올라간다. 솔밭 길을 편안하게 산책하듯 걸어간다.

고남산이 뚜렷이 보인다. 양쪽에 마루금을 거느리면서 우뚝 서있는 게 지난 1월 힘들게 올라가고 내려가, 고난산이란 이름을 붙일 만 하다.

마을이 가까이 다가오고 내리막길 나온다. 절뚝쩔뚝 걸으면서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이번 산행은 내리막이 너무 힘들다. 오늘의 산행이 끝나간다. 햇님도 산에 가까워지는 게 오늘 할 일을 끝내려고 한다. 유치재애 도착한다. 복성이재에서부터 3시간 47분 사치재에서 47분 걸렸다. 옛날 같으면 환갑 잔치할 나이에 老軀(?)를 이끌고 80리 가까운 거리를 11시간 50분 동안 걸었다.

세월의 무게를 이겨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르고, 오늘 하루 뭔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가슴으로 슬며시 들어오면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제4악장 환희의 찬가가 머리속으로 우렁차게 울려 퍼져, 희열감을 느끼게 한다. 엔돌핀이 듬뿍 분비됨을 느낀다. 지난 4월의 빼재 부항령 백두대간 산행은 20 km 구간이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 30km 구간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11일전 부처님 오신 날 30도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 소요산, 왕방산 22km 구간을 연계 산행하여 예행 연습을 해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부처님의 大慈大悲가 베풀어졌다는 착각의 바다에 빠지게 된다. 올라가는 차 안에서 옴마니 반메훔을 들으면서 잠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날 노민관 등반대장이 고기를 사줘서 힘이 더 났을 것이다. 내 술친구이기도 한 노민관 등반대장은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고 서의산에 대한 정성이 지극하다. 고기 한번 사줬다고 하는 아부는 물론 아니다. 날씨도 산행하기에 좋은 탓도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한번에 100리길 백두대간 산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온다. 사람 욕심 한이 없고, 사람 마음이 간사스럽다. 공자님 말씀에 나이 60부터는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고 한 데서 耳順이라고 한다는 데, 나의 경우는 전혀 아닌 것 같다. 몸은 늙었지만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철이 좀 덜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망령날 일은 없을 듯해서 좋기도 하다. 잠시 시간이 있어, 지난 1월 산행시 먹었던 라면 생각이 나서 매요 휴게소로 가본다. 차도를 따라 300m 가보니 매요교회와 폐교된 초등학교가 나오고 매요휴게소가 나온다. 차도가 백두대간 길이다. 아쉽게도 주인 할머니가 안 계시다.

잠시 후 뒤에 오던 동료들이 전화연락이 와 차를 타고가 동료들을 태운 후 국도변에 있는 식당에서 된장찌개, 돼지 주물럭 등으로 저녁 식사를 한다. 술도 한잔 한다. 속된 말로 기분이 째진다.

지난 백두대간 힘든 산행 후, 서의산의 떠오르는 샛별 문상은 원장이 팍팍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는데, 팍팍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힘든 산행 후 한 잔 술은 대단한 청량제이다.

1시간 가량의 저녁 식사 후 버스에 올라 옴나미 반메훔을 들으면서 잠을 청한다. 3시간 30분 후 압구정동에 도착, 이틀 동안 우리들의 안전을 책임져 준 기사님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하차한 후, 다음에 보자고 작별인사를 하고 각자 갈 길을 간다.

헤어짐에 아쉬움이 전혀 없는 표정을 보고, 나만의 아쉬움을 짝사랑 마냥 억울해하며 이번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월이 가면 봄도 가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겠지
계절도 세월을 잘못 만나서
오고 가고 가고 오고
미친 바람처럼 빠르게 지나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구나.

一期一會!!

인연따라 왔다가 인연따라 가는 우리들의 단 한번 뿐의 삶에 있어서, 세월이 가면, 앞으로 우리들과 인연이 닿는 백두대간 산행을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추억이라는 자산이 쌓일 것이다. 내친김에 북녘 땅에 있는 백두대간 산행과도 인연이 닿아, 북한 땅의 백두대간 산행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라고, 버리기의 처절한 싸움터인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너무 커다란 바램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의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고 보니 5년 전 여름 서의산 해외산행 일정으로 백두산 산행시, 북한 땅의 장군봉을 바라보면서, 빨리 북한 땅이 개방되어 장군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有緣千里來相會 (유연천리래상회)
인연이 있으면 천리 밖에서도 서로 만나고
無緣對面不相逢 (무연대면불상봉)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대하고도 서로 만나지 못한다
會者定離 去者必返 生者必滅 (회자정리 거자필반 생자필멸)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게 마련이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고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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