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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여성전문병원 '보구여관' 130주년, 새 역사준비
한국 최초 여성전문병원 '보구여관' 130주년, 새 역사준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05.27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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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구여관 '나눔섬김' 이념 이어받아 마곡지구 새병원 건립으로 세계 우뚝 설 것

1887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이자 근대적 여성의학교육기관인 ‘보구여관’이 설립됐다. 보구여관이 올해 130주년을 맞이했다.

보구여관은 이화학당 설립자 ‘스크랜튼 부인(1832∼1909)’에 의해 세워졌다. 그녀는 ‘조선 여성을 위한 교육과 의료사업’을 구상하고 있었고 ‘여성을 위한 의료기관’ 설립은 숙원사업이었다.

스크랜트 부인은 미국 감리교 해외 여선교회의 지원을 받아 1887년 서울 정동에 병원을 세우고 여의사 메타 하워드(1862∼1930)를 초빙해 여성 진료를 시작했다. 고종황제가 여성을 보호하고 구하라는 의미의 ‘보구여관(保救女館)’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이런 보구여관의 구조를 보면 전통한옥을 개조한 형태로 마루 끝의 커다란 방이 대기실, 가운데 방이 진찰실, 진찰실 너머에 약제실이 있고 그에 덧붙여 병실이 여러개로 구성되어 있어 현재의 병원구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의료를 하기 위해 지어진 보구여관은 그 이름에 걸맞게 질병과 인습에 고통 받던 많은 여성들을 보호하고 구했다.

1892년에는 보구여관 의사 로제타 홀(1865~1951)이 다섯 명의 조선 여학생을 선발해 의학교육을 시작했으며, 이는 한국 최초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의학 교육이자 이화의학 역사의 시초가 된다.

로제타 홀에 의해 미국에서 의학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인 이화학당 졸업생 박에스더(김점동) 역시 보구여관에서 진료를 했다. 보구여관은 또한 우리나라 간호 교육과 간호사 양성 사업의 효시가 되기도 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이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만을 위한 의학교육’의 효시가 된 보구여관 설립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교내 ECC에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김한수 이화여대 의학과 교수 사회로 장윤재 교목 기도, 김경효 학장 인사말, 김승철 의무부총장을 비롯한 내외빈 축사로 문을 여는 심포지엄은 유경하 이대목동병원장의 ‘보구여관의 역사: 정동에서 마곡까지’ 기조발제로 이어진다. 

김경효 학장은 “1887년 설립된 보구여관은 한국 최초의 여성병원으로 고종황제가 하사한 이름(널리 여성을 보호하고 구하라)에 맞게 근대 여성 의사와 간호사를 배출하며 의료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은 보구여관의 정신을 이어 받아 지속적으로 발전, 2017년 현재까지 4300여명이 넘는 우수한 여성의학자를 양성하는 최고의 의학교육기관으로 여성학자와 의사들을 배출해 낸 세계 최대 최고의 학교”라고 자랑했다.

김 학장은 “고종 24년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의료’라는 뜻 깊은 첫걸음을 떼었던 보구여관의 설립 130주년을 맞이했다.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이화의대·의전원은 2019년 초 개원하는 마곡지구 새 의과대학 새 캠퍼스 및 새 병원과 함께 동북아 의료 허브로 도약하게 될 것”강조했다.

김승철 의무부총장 “올해는 이화의료원의 전신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만을 위한 의료기관으로 잘 알려진 보구여관 설립 13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라고 전했다.

김 의무부총장은 “21세는 의료계는 융합의학시대가 도래했다. 의학 분야 발전에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다. 세상은 여성이 지닌 잠재력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에 부응해 이대 의과대학·의전원은 세계 의학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남희 동창회장은 “130년 전 설립된 보구여관은 조선 땅에 서양의학이 도입됐던 시기와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의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을 만들어 냈다”며 자랑스런 역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화의과대학·의전원은 보구여관의 ‘나눔섬김’이라는 정신을 이어받아 마곡지구의 새병원 건립을 통해 국제의료기관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심포지엄이 이어졌다. 심포지엄은 1부, 2부, 3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 ‘사회 속의 이화의학’에서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김정선 교수의 ‘한국 사회와 여성 건강’, 이화여대 의학과 박미혜 교수의 ‘이화의학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2부 ‘미래를 준비하는 이화의학’에서는 김혜경 미국 콜롬비아의대 교수의 ‘뇌성마비-근거기반 진료’, 하은희 이화여대 의학과 교수의 ‘한국 출생코호트 연구의 미래와 전망’, 김현미 미국 에모리의대 교수의 ‘의료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소아 뇌전증 연구’ 순으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3부 ‘이화의학 세계를 품다’에서는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학과 교수의 ‘보구여관에서 개발도상국 소녀건강까지’, 신상진 이화여대 의학과 교수의 ‘세계 속의 보구여관’ 발표가 진행됐고 마지막으로 의학전문대학원 박지향, 전소현 학생이 ‘통일한국에서 이화의학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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