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사 화사하게 화장할 것" 병원 복장매뉴얼 논란
"여의사 화사하게 화장할 것" 병원 복장매뉴얼 논란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5.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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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모 대학병원의 '의사용모복장 매뉴얼'에 강한 유감…"인권침해이자 성차별"

한 대학병원이 최근 의사들의 출퇴근 복장을 제한하고 여성 의료인에게는 화장을 강요해 반감을 사고 있다. 전공의들은 합리적이고 성평등에 입각한 병원 문화 확산에 힘써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기동훈)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내 모 대학병원이 발행 및 배포한 의사 용모 복장 매뉴얼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하고 철회를 권고했다.

이 병원 전체 의사직을 대상으로 공지된 해당 매뉴얼은 약 50페이지 분량으로, 여성·남성의 용모복장과 그 예시, 용모복장 체크리스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전협은 "일견 평범해 보이는 매뉴얼이나 그 내용을 확인한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이 문제라고 지적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출퇴근 복장에 대한 제한(남녀공통) △‘화장기 없는 얼굴은 건강하지 않게 보이므로 생기 있는 메이크업’을 지시 △눈썹 정리와 아이브로우 사용, 아이라인 혹은 마스카라의 사용과 블러셔, 립스틱에 대한 구체적인 색상 지시 및 수정화장 지시 △은은한 향수 사용 권장(남녀공통) △뒤 옷깃에 닿는 머리부터는 올림머리로 연출, 헤어 제품을 사용하여 잔머리를 완전히 없앨 것 지시(여성) △코털 정리 지시(남성) △로션 사용 지시(남성) △마스크 착용 시에도 메이크업 및 틴트 사용으로 입술 색깔을 ‘화사하게’ 할 것 지시 △체크리스트에서 성별을 분리하여 메이크업과 스타킹 등에 대한 지시 수록(여성)

대전협에 따르면 해당 내용을 접한 전공의들은 헌법 제 10조, 12조, 37조 2항에 위배돼 인권침해적인 소지가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제 2조 및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2조 제 3호, 헌법 제 11조 위반으로 성차별적이라는 문제를 잇따라 제기했다.

의료인으로서의 감염관리 등과 관련된 합리적인 복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해당 매뉴얼의 대부분은 여성 의료인을 '화사하게' 단장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성차별적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 대전협의 주장이다.

대전협 안치현 여성수련교육이사는 “의료인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성별에 따라 그 역할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전공의들에게만 추가적인 외모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성차별로 여성 전공의를 한사람의 의료인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해당 매뉴얼을 접한 다른 전공의들 역시 “그저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의료인으로서의 복장 지침이 왜 남녀를 구분해서 만들어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의료인더러 향수를 사용하라는 매뉴얼은 처음 본다”, “여성 전공의에게 화장하고 올림머리를 하라는 것이 환자를 위한 규정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대전협은 오늘(23일) 오전 해당 매뉴얼 철회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선진적인 병 문화 확산을 위한 협조를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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