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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명찰 착용 않는 의료인 `과태료 처분' 이해불가”
[이슈&포커스] “명찰 착용 않는 의료인 `과태료 처분' 이해불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05.16 11: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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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부터 `의료인 명찰 찰용 의무' 본격화…`관치제도 논란' 가열

불법 대리 성형수술 방지 위한 제도지만 정작 수술실은 `예외'
위반시 시정명령 후 미개선 땐 1차 30만원∼3차 70만원 과태료
의원급까지 확대는 `득 보다 실 많은' 의미 없는 관치제도 지적

지난 11일 `의료인 명찰 착용 의무화' 제도가 유예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일선 병의원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명찰을 착용한 채 진료에 임하고 있다.

제도는 시행에 들어갔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미 상당수 의료인이 명찰 착용을 하고 있는데 위반 시 과태료까지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성형외과의 불법 대리 성형수술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12만 의료인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며 이는 결국 1차 의료기관의 의료환경 악화와 함께 의료진과 환자간의 불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명찰 착용 의무화'는 문제점과 불만이 많지만 `지킬 수 밖에 없는' 악법이라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의료기관 명찰착용 준비 `완료'
명찰 착용 의무화는 성형외과에서 벌어지는 `대리수술', `유령수술'을 막기 위해 의료법에 도입됐다. 즉, 환자가 의료인의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의료인이 아닌 사람을 의료인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2015년 5월 당시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이 대표발의한 `명찰 착용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2017년 3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의료계가 의료기관에서 명찰을 제작할 준비기간 등이 필요한 만큼 규정된 고시는 공포 후 1개월 이후(3월 1일 법 시행부터 약 2달)로 유예기간을 달라는 요청에 따라 5월 1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서울시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 및 시도의사회, 각 구의사회는 회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법 시행일이었던 3월 전부터 공문, 문자, 뉴스레터 등은 물론 총회, 연수교육 등 행사에서 명찰 착용 의무화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명찰 제작 기준을 안내해 왔다. 

서귀포보건소는 지역 내 의료기관·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명찰 패용 유무 지도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강남구의사회는 신청회원(전체회원 900명 중 500명 신청)에 한해 명찰을 단체로 제작했다. 

그 결과 의료기관들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인 명찰 착용 규정'에 따라 3월부터 명찰 제작 및 패용 작업에 들어가 5월 제도 시행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A 원장은 “당초 3월에 시행하려던 제도다. 3월부터 규정에 맞는 명찰을 제작해 의사 및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이 착용해 왔다”며 “우리 병원은 물론 전국 의료기관이 큰 문제없이 제도를 잘 이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원장은 “의료인의 `명찰' 착용은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제도가 아니다. 과거부터 가운에 이름을 새기거나 명찰을 착용해 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의료인의 신분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명찰 제작이 복잡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해 착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C 원장은 “2월부터 구 의사회에서 문자 및 공지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 명찰 패용 방식이 다양해 직원들의 명찰 착용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걸이 형식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앞면은 `간호부 000', 뒷면은 `간호조무사 000'로 만들어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금피하기 위해 이행, 의료계 씁쓸
그러나 의료계는 다소 씁쓸한 분위기다. 병의원 원장들은 선택이 아니라 정부 시행방침이기 때문에 `과태료 처분'을 피하기 위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의료계는 초등학생 취급을 하며 명찰을 착용하지 않는 의료인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리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것이다.

명찰 착용 의무화 제도 규정을 보면, 명찰 착용 의무 위반 시 의료기관장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1차 과태료 30만원, 2차 45만원, 3차 70만원을 부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의료계는 의료인들의 직역이 다양하고 기존부터 명찰 착용을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제도를 법으로 규정해 의료계를 간섭하고 억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의료기관들은 `지켜야 불이익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마지못해 정부 방침을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는 불필요한 규제만 만들고 있어 답답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A 원장은 “의료계는 이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태료'를 부과해 의료인을 옥죄고 있으니 원치 않지만 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의료사회를 안타까워했다. 

B 원장은 “의사들은 순응적이다. 정부 제도가 발표되면 `말도 안돼'라고 하지만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C 원장은 “명찰 의무화 제도에 대해 의료진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애 먹었다. 의료인들은 정부 정책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벌금이 무서워' 따라가는 것 뿐”이라며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진료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의료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감시와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1차 의료기관 악화 초래, `의미 없는' 제도
그러면서 의료계는 명찰 의무화는 의료인에게 `개목걸이'를 착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명찰의무화를 통해 의료진과 환자와의 신뢰를 강화시키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명 또는 소수인력으로 운영되는 1차 의료기관에는 의미 없는 제도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A원장은 “의원은 대부분 의사 1∼3명에 간호조무사 2∼3명 등 소수가 근무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의사들은 진료 책상에 명패가 있거나 의사 가운에 의사명이 있다. 때문에 환자들이 의료인과 비의료인을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도는 대학병원이나 성형외과 및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에 맞는 제도로 모든 의료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결국 의료인의 숨통을 조이고 1차 의료기관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B 원장은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가 더욱 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인과 비의료인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늘어나 불신이 생겨날 것이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간호인력 채용이 어려운 현 시점에 간호조무사들의 사기 저하 등의 문제도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C 원장은 “명찰 미착용 의료기관을 잡기 위한 이른바 `의(醫)파라치'도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정보 차원의 문제도 발생될 것”이라며 “정부, 파파라치, 환자 등의 눈치를 보며 의료인으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그는 “왜 유독 의사에게 명찰법을 시행하는지 모르겠다. 의료인에 대한 규제 강화와 처벌이 유독 심한 것 같다”고 토로하며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는 의료인처럼 명찰을 의무화하고 벌금에 처하는 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 제도를 의원급까지 확대하고 명찰 문구까지 지정해 강제화하고 있다. 의사직종에 대한 관치제도의 연장이자 정부의 즉흥적인 제도 시행 강요”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실 반영안한 제도, `또 탁상공론' 
의료계는 의료현장에 맞게 제도를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선 의료인의 명칭 및 성명을 포함하는 것을 최소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 이에 맞는 조문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감염우려 시설 조항의 경우 격리병실, 무균치료실, 중환자실로만 한정시키면 유사시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추후 범위확대를 위한 수단도 필요하다는 것. 

더욱이 대형 성형외과 대리 수술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지만 사실상 수술실은 명찰을 착용하지 않는 곳이고 수술실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명찰 착용법이 수술실의 유령의사를 근절시키는 방안이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의료계는 정부가 보조인력 수급대책이나 직역 간 업무 영역 조정에 힘써야 할 때, 터무니 없는 규제를 내세워 `개원가 죽이기'에 나서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명찰 착용법 시행 이후 의료인 명찰에 적힌 직함과 이름을 외운 뒤 의료진을 사칭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소아과의 경우 아이들을 안아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명찰을 착용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위협적이 될 수도 있다. 한 소아과 원장은 “의사 및 간호조무사들 모두 명찰을 가지고는 있지만 착용을 하지 않았다”며 의료현장을 이해하고 제도를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정부가 의료현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한편 의료인 명찰 착용 법 개정은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도록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 학생,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에게 의료기관 내에서 명찰을 달도록 지시·감독하도록 했다. 

다만, 응급의료상황, 중환자실, 무균치료실 격리병실 등 외부와의 엄격한 격리가 필요한 진료공간이나 수술실 내인 경우, 환자에게 병원 감염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명찰을 달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다. 

의사 명찰은 `의사 000', `원장 의사 000'로 표시해야 하며 전문의임을 표시하는 경우에는 `내과 전문의 000', `원장 내과전문의 000'으로 써야 한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경우 `간호사 000', `간호조무사 000'으로 써야 하며 `RN 000', `AN 000'으로 명시하면 안 된다. 

명찰의 형태는 근무복에 인쇄, 각인, 부착 자수 또는 목걸이 형태로 사용할 수 있으며 명찰에 기재된 내용이 분명하게 인식될 수 있는 크기로 제작해야 한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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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사 2017-05-25 20:41:32
아주 잘하는 일이다.무면허 의료행위 방지와 더불어 의료의 질을 높이고,환자의 알권리차원에서 가장 좋은제도라 생각한다.특히 방사선사가 아닌 무자격자가 방사선발생장치를 다루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적극적 신고요망

이런건 2017-05-19 09:43:18
전공의와 혼돈할 수 있는 인력이 있거나 PA가 존재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국한하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