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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제1번 Eb장조 작품번호 107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제1번 Eb장조 작품번호 107
  • 의사신문
  • 승인 2017.04.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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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92〉

■프로코피예프에게서 자극을 받아 쓴 20세기 첼로협주곡의 수작

쇼스타코비치는 1959년 여름 당시 레닌그라드(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에 위치한 코마로보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곳은 1953년 스탈린의 죽음을 기념해 교향곡 제10번을 작곡한 곳이기도 하였다. 그의 부인 니나 바르샤르가 불치의 병으로 1954년 말 세상을 떠나면서 불행은 그에게도 몰아닥쳐 병마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는 마르가리타 카이노바라는 젊은 여인과의 새로운 사랑과 결혼으로 구원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또한 성공하지 못했다. 1959년 여름 쇼스타코비치는 코마로보 인근에 안식처를 발견했고, 그는 모스크바로 떠날 때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첼로협주곡 제1번을 작곡했다.

그해 6월 쇼스타코비치는 기관지 `소베츠카야 쿨투라'와의 인터뷰에서 이 첼로협주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로코피예프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의 연주를 듣고 난 뒤 창작의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언급은 과거 자신의 작품에 대한 창작 동기를 잘 말하지 않았던 그여서 더 중요한 기록이다. 첼로협주곡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그는 1951년 프로코피예프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젊은 첼리스트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에 의해 초연되는 것을 보고 선배 작곡가의 탁월한 작품에 자극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첫 번째 첼로협주곡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7년이 지난 1959년이었다. 뜨거운 열정과 탁월한 연주력, 유머러스한 감각과 더불어 협주곡의 독주 파트와 협주 파트를 하나로 통합해내는 로스트로포비치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그는 첼로협주곡 제1번을 헌정하였다. 이 작품은 1959년 10월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연주와 예브게니 므라빈스키가 이끄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었고, 그 후 첼리스트들의 필수 연주곡목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엘가의 첼로협주곡과 더불어 20세기 작곡된 첼로협주곡의 수작으로 칭송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이 첼로협주곡은 프로코피예프의 그것을 넘어섰다. 프로코피예프가 그랬듯 그도 이 작품을 쓰면서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조화에 각별히 포커스를 맞췄다. 비교적 소규모인 2관 편성, 그마저 금관은 호른 한 대만으로 제한한 오케스트라로 첼로의 주도적인 역할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나게 배려함과 동시에 첼로와 관현악의 유기적 짜임새와 밸런스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그로 인해 이 협주곡은 첼로연주자로 하여금 박진감 넘치는 동시에 섬세한 독주를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첼로 독주에 의한 카덴차를 따로 하나의 악장으로 독립시켜 독특한 구성미를 창출한 것은 쇼스타코비치만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1악장 Allegretto 첼로와 목관이 제시하는 스케르초풍으로 출발한다. 경쾌하고 해학적인 주제는 제3악장과 제4악장에서도 등장해 이 작품의 주제 동기(라이트모티브)로서 기능을 하게 된다. 그 후 팀파니의 일격을 신호로 반주가 제시되는데 목관의 높은 음역에서 작곡가의 이니셜인 `DSCH' 코드를 변형한 집요하게 반복되는 일련의 음들이 나타난다. 이 반주를 배경으로 자유롭고 정열적인 제2주제가 리드미컬하고 역동적으로 전개된 후 명쾌하게 마무리된다.

△제2악장 Moderato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로 시작하면서 인상적인 호른의 팡파르가 나온다. 그 후 첼로가 스며드는 듯 주제를 노래하면 비올라가 그 속으로 들어온다. 이어 클라리넷이 노래하면서 첼로 독주가 새로운 선율을 꺼내놓고 주제가 반복되면서 드라마틱한 고조를 이루다 클라이맥스를 지나면서 첼로의 하모닉스와 제1바이올린, 그리고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첼레스타의 울림이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속에 조용히 사라지듯 마무리된다.

△제3악장 Cadenza 독주 첼로에 의한 카덴차 악장으로 앞선 악장의 다양한 동기와 주제를 변형하여 노래하면서 이어지는 피치카토를 통해 음악은 침묵과 고독의 벽을 향하며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한다. 점차 열기와 속도를 높여 정점에 이루고 곧바로 다음 악장으로 넘어간다.

△제4악장 Allegro con moto 앞 악장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독주 첼로에 의해 슬픔과 탄식, 사려 깊은 통찰력 등 지금까지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것들이 이제는 공허함으로 치부되는가 싶더니 호른의 절제력을 바탕으로 오롯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 나가면서 관현악과 함께 질주가 현란하게 펼쳐지다가 마지막엔 높은 음역에서 주제를 되새기다가 급자기 마친다.

■들을 만한 음반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유진 오먼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CBS, 1959)
△하인리히 쉬프(첼로), 막심 쇼스타코비치(지휘), 바이에른 방송 심포니 오케스트라(Philips, 1984)
△나탈리 구트만(첼로), 유리 테미르카노프(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CA, 1990)
△미샤 마이스키(첼로), 마이클 틸슬 토마스(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93)
△트루스 뫼르크(첼로), 마리스 얀손스(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Virgin Classics,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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