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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대체는 `아직'…기계화 가능 영역은 많아”
“의사 대체는 `아직'…기계화 가능 영역은 많아”
  • 의사신문
  • 승인 2017.04.1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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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와 의학의 미래

의사 - 환자 사이의 대화 통한 전인적 치료 아직 갈길 멀어
판독 의료·외과 수술 위협…`기계의 지휘자'로 진화 예상

김주한 서울의대 정보의학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격파하는 역사적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모두가 놀란 세기의 대결, 과연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구글과 딥마인드는 대표적인 승자다. 이세돌 9단도 인공지능에 맞선 `인류 최후의 승리'로 기억될 것이다. 1997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IBM 딥블루가 꺾은 후, 더 이상 사람이 컴퓨터를 이길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승자는 바로 `한국'이다. 관심조차 없던 한국인 모두가 갑작스레 `인공지능'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전환점에서 5천만 국민이 겪은 세기적 고민과 지적성찰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다.

그럼, 가장 큰 손해는 누가 봤을까? 단연 IBM이다. 체스 제패 후 20년간 인공지능의 아이콘이었던 IBM 다음 번 마일스톤인 `바둑'을 멀리하고 DeepQA를 통한 퀴즈쇼에 매달려오다가 지난 20년간 지켜온 인공지능 아이콘 자리를 구글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렇다면 질의응답, QA, 혹은 제퍼디 퀴즈쇼와 IBM 왓슨으로 대표되는 QA 문제는 바둑 문제와는 어떻게 다른가? 물론 QA도 중요한 인공지능 과제다. 튜링 테스트도 대화를 통해 사람과 기계를 구분하는 테스트고, 최근 콜센터 상담원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려는 기대감에 IT의 거인들이 대화형 챗봇 개발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바둑은 정의가 명료하고 승부를 정확히 가릴 수 있는 판정가능 게임인 반면, QA는 문제 자체의 정의가 불가능하여 인공지능 발달의 마일스톤이 될 수 없다. 중학생 퀴즈는 중학생이 더 잘 푼다. 제퍼디 퀴즈는 사람은 알기 어려운 희소한 지식을 찾는 `검색 문제'로 사람보다 기계에게 더 유리한 문제다. 

그렇다면 보건의료 문제는 누구에게 더 적합한 문제일까? 왓슨 QA는 진료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친밀한 대화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아직은 매우 요원하다.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는 아직 상품안내 QA처럼 정형화 가능하지 않다. 물론, 오늘날 우리나라의 3분 진료, 즉 간단한 대화만 나누고 처방전을 발행해버리는 붕어빵 진료라면 곧 대체 가능하다. 한편, 알파고의 딥러닝은 패턴인식, 특히 매우 복잡하고 자가상관성이 높은 데이터 분석에 탁월하여 특히 `영상분석'과 `음성인식' 분야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모든 전문가가 동의한다. 이는 인공지능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나 가능할 일이다. 하지만, 대체가능한 부분들은 가능하다. 전인적 진료로서의 의료는 난공불락이지만, 기계화 가능한 의료 영역도 너무도 많다. 딥러닝으로 영상과 신호 중심 `판독의료(영상의학, 지단검사의학, 병리학, 핵의학)'가 격변의 최전방에 섰다. 그 이전에 이미 물류와 예약, 결제 등 행정원무 정보화가 이루어졌다. 다양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도 점차 도입 중이다.

다음은 인간 의사가 실수하기 쉬운 환자안전, 의료 사고/오류 예방 분야다. 인간은 실수하기 쉽고, 크고 복잡한 데이터를 잘 다루지 못하며, 시스템적 사고에 취약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이런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오늘날 더 장비와 검사에 의존하는 진단 관련 모든 분야는 빠르게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영상, 신호, 의료기록, 유전체 정보 등의 진단 자료들을 통합관리하는 `진단 정보의학 센터'는 현재의 병원에서 독립하여 거대 조직을 갖추고 다양한 전문가와 데이터와 시스템과 인공지능과 자본력으로 무장할 것이다. 의료계의 준비가 시급하다.

외과는 안전하다고? 점점 더 기계 의존적이 되어가는 내시경 수술이나 비침습적 처치들은 빠르게 로봇의 팔을 빌린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복잡한 수술에서도 오늘날 보조의사가 수행하는 기계적 부분들은 기계화될 것이다, 최종 집도의가 해야 할 핵심적 부분만을 남기고. 

생로병사가 있는 한 의료는 소멸되지 않는다. 농업도 달라졌을 뿐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다만, 예전의 낫 쓰는 솜씨나 모심기 능력은 더 이상 자랑할 일이 아닌 것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환자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처방전을 써 내려가면 충분했던 솜씨가 더 이상 설 자리는 없다. 오늘날의 농부가 최고의 수확을 위해 작물을 돌보고 위기 사항에 대처하고 위험에 사전 대응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작물의 상태와 시장의 동향을 분석하며 적재적시에 햇살과 영양을 공급하고 출하량을 조절함에 정보 시스템과 로봇과 인공지능과 혼연일체가 되었듯이, 미래의 `알파 의사'도 더 나은 진단, 치료, 예방, 재활을 위해 수많은 기계들의 선율을 지휘하는 사람-기계 일심동체 (Man-Machine Hybrid) 의사로 진화할 것이다. 

농업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농부는 대부분 사라졌다. 우버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운수업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종사자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콜센터의 텔레마케터도 위기다. 하지만 의료 수요는 무궁무진하고 아직도 증가일로다. 농부와 달리 의료 종사자의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의사가 `우버 의사'가 되어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며 부분적 지식과 기술을 판매하는 `알바 의사'가 될 지, 혹은 기계의 특성을 내재화하고 자유자제로 다루게 되어 최종 판단과 가치생성의 주체가 되는 `오메가 의사'가 될 지는 전적으로 의료인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우리 의료의 미래는 의학교육 혁신에 달렸다. 각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데이터와 시스템과 인공지능을 교육하는 정보의학 인증의 과정(http://www.cpbmi.or.kr/)을 미래 의학교육의 모습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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