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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사' 갈 길 멀다…인간의 실력을 더 키워라
`AI 의사' 갈 길 멀다…인간의 실력을 더 키워라
  • 의사신문
  • 승인 2017.04.1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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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사' 출현, 어떤 길을 가야할 것인가?

AI 의사의 지능과 플랫폼 구축도 인간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의료 교육에 인문학 적극 도입 `따뜻한 의료'로 성장동력 마련

김영훈 고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네이버와 SK 등, 국내 기업들이 인공 지능(AI) 개발을 위한 R&D에 일년의 영업이익에 맞먹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자율 주행 로봇, 자율주행차, 인공 신경망 번역기, 딥러닝 등의 개발에 속도를 낸다고 한다.

병원계에서는 최근 경쟁적으로 AI 의사 왓슨을 도입하면서 AI 의사의 시대가 부쩍 우리 현실에 가까이 와 있음을 느끼게 한다.

AI 의사가 인간 의사의 어느 영역을 대체 또는 보완할 것이며 어느 과의 전문의가 할 일이 없어져 조만간 직업을 바꾸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와 또 기대 속에 AI 의사의 도래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AI 의사 왓슨으로 부터 차별화된 진료를 기대하는 환자들은 점점 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바둑천재 인간이 같이 바둑을 두어 주어야 알파고의 실력이 향상되듯 의사가 정확하고 방대한 환자 정보를 입력해 주고 피드백을 주어야 AI 의사는 완성되어 나간다.

경험 많고 실력있는 의사의 도움 없이 AI 의사 개발과 수련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우리가 현재 임상에서 이용하고 있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ing system)이나 영상 및 혈액 검사의 결과들이 다 AI 의사의 수련을 위한 플렛폼이 되어주는 것이다.

AI 의사를 우리의 진료 현장에 도입한다는 것은 이러한 플렛폼 구축을 위한 시작이다.

인간 의사들과 의료정보 전문가들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방대하며 디테일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AI 의사의 지능이 결정되어 질 것이다. 똑똑한 AI 의사 시스템을 하나 갖기 위해서 드는 인프라와 노력은 과히 상상 이상이다.

현재 많은 환자들이 AI 의사를 찾게 하는 데에는 일차적으로 의사들의 책임이 크다. 환자 얼굴 한 번 안보고 컴퓨터 화면만 보다 진찰 없이 검사만 남발하는 의사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AI 의사에 대한 기대는 더 많아 질 것이고 AI 의사가 우리를 완전 대체할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심전도를 측정하면 기록지에 이미 판독 결과가 프린트되어 출력된다. 이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오랫동안 축적된 자료에 의해 그래프를 자동 인식하는 프로그램에 의한 것인데 이 컴퓨터 진단을 믿고 판독을 건너 뛴다면 자칫 중증 심장병을 오진하는 큰 낭패를 당하게 된다. 수련 받는 심장내과 후배 의사들에게 아예 컴퓨터 판독을 믿지 말고 각자의 눈으로 심전도를 분석하라고 가르친다.

특히 복잡한 부정맥의 진단에 의사의 지식과 경험을 대체할 AI 의사의 출현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심전도 진단의 오류는 곧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의사의 판단을 흉내 내어 98∼99%의 정확도까지 도달 할 순 있어도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환자 앞에서 AI 의사에게 자기 자신과 가족의 심장을 맡길 수 있을까? 환자의 총체적 신체 상태를 매 순간 모니터하고 평가하며 그때 마다 필요한 응급처방을 내릴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AI 의사에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료 플랫폼에서의 수년간 수련이 먼저 있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리 있다는 뜻이다.

인간 의사, 우리가 지금 할 일은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 누구도 우리를 대체할 수 없는 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의과 대학 교육에서부터 주입식이 아니라 좀 더 생각하게 하고 환자를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인성을 같이 교육해야 한다. 의사 교육에서 인문학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오늘이다.

인간의 감성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기계적이고 반복적이며 권위적인 `차가운' 의료는 더 이상 미래 의료가 될 수 없다. 이런 개개인 또는 시스템 개선의 노력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AI는 아직은 경계하여야 한다. 비싼 비용을 들여 하는 병원 홍보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형 왓슨, 정보 통신 기술 인프라와 전국민 국민건강보험으로 축적된 빅 데이터 시스템 등으로 볼 때 한국처럼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없다. 우리가 이것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한국형 왓슨 개발의 환경이 그 어떤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맞춤형 질병 예측 및 예방 의료, 스마트 헬스 케어 의료 산업 구축의 최적 환경을 이용해 한국형 AI 의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실력 있는 인간 의사들이 `따뜻한' 의료를 계속해 나간다면 미래에도 AI 의사는 인간 의사를 잘 도와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AI 의사가 흉내 낼 수 없는 한국형 AI 의사란 따뜻하고 실력 있으며 때로는 냉정하게 결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의사일 것이다. 한국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미래 의료의 주요한 콘텐츠가 바로 `한국형 AI 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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