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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병원 도약·병원 문화 혁신 모멘텀 필요 때문”
“세계적 병원 도약·병원 문화 혁신 모멘텀 필요 때문”
  • 의사신문
  • 승인 2017.04.1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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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은 왜 `인공지능 닥터 왓슨'을 선택했나

환자 신뢰 확보 최우선 목표 위해 왓슨의 가능성 주목 도입
암진료 시 장기간 예약대기·치료결정에 대한 불신 해소 도움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장

길병원이 IBM과 왓슨포온콜로지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조인한 날은 지난해 9월8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당시 우리 사회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 마침 길병원이 인공지능을 최초로 진료현장에 적용한 것을 두고 이루어진 세간의 평가는 다양했다.

길병원이 선도적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한 것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소위 빅4로 불리는 대형병원을 제치고 어떻게 길병원이 먼저 도입했는가?'라는 다소 거북한 질문이 거침없이 나왔고, `알파고에 편승한 길병원 특유의 발빠른 마케팅이다.'라고 폄하하는 질문도 서슴없이 했다.

`길병원은 왜 이 시점에서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했을까?'라는 의문에 답을 얻으려면 길병원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아야한다. 

길병원은 1958년 설립자인 이길여 현 가천대 총장이 자그마한 산부인과의원을 개원한 것을 시작으로 오늘날 가천대 길병원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굴지의 대학병원이다. 길병원의 역사는 해방이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고속성장을 거듭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유사한 점이 많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에 있듯 길병원도 세계적인 병원으로 진입하기 위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제까지의 성장 방식으로는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 어려운 것처럼 길병원 역시 이제까지의 방식만으로는 세계 굴지의 병원은 물론 소위 빅4의 대열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길병원은 진료시스템과 관행, 환자접근방식, 진료서비스제공 방식, 환자 치료 후 관리를 포함한 병원문화를 송두리째 혁신할 모멘텀(동인)이 절실했다. 때마침 2014년 미국임상암학회(ASCO)에 뉴욕 코넬대학교 병원인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병원(MSKCC: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이 `Piloting IBM Watson Oncology within Memorial Sloan Kettering's regional network.'라는 제목의 인공지능 왓슨의 암치료 적용 결과 발표를 하였다. 

인공지능을 진료에 적용한 최초의 결과보고를 접하고, 인공지능이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도약하려는 길병원에 좋은 혁신의 방법과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길병원이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노력을 넘어 환자로부터 받는 신뢰가 세계적 수준이어야만 한다. 이러한 진료능력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하지 않고 단순히 마케팅과 광고만으로는 결코 도약할 수 없다. MSKCC가 ASCO(미국임상암학회)에 보고한 바에 의하면 왓슨포온콜로지의 기계학습 모델은 단순히 규칙에 바탕을 둘 때보다(즉, 단순히 기존의 가이드라인에 바탕을 두고 결정할 때보다) MSKCC 전문가들과 더 비슷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왓슨은 단순히 기존 연구 결과와 가이드라인에 바탕을 둔 진료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논문이나 교과서로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경우에 대해서 치료 방침을 제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즉, 최고의 전문가가 경험으로 터득한 일종의 암묵지는 왓슨이 따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왓슨포온코로지를 적절하게 학습시키면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물론 왓슨이 스스로 의학적 증거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를 수 있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길병원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였다. 길병원은 단순히 가이드라인에 기초한 치료의사 결정이 아닌 세계 최고수준의 암병원 의사들이 갖고있는 암치료의 암묵지가 절실했다. 인공지능 왓슨을 길병원의 암진료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과 대등하게 만들기 위한 주요한 수단 중 하나로 판단했다. 아직 왓슨의 진료현장 도입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인공지능 왓슨이 아직 많은 문제점을 가진 것 또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 완벽한지 여부가 아니라, 왓슨이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휴식없이 지속적으로 학습하여 자신의 능력을 향상 시킨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가공할 능력을 이용하여 세계적 수준의 치료 노하우가 녹아있는 암치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작금의 암진료 현실은 일부 병원의 일부 유명 의사에게 환자들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장기간 예약 대기 짧은 진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집중의 문제도 완화시키고 암환자들이 의사의 치료결정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난감한 일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었으면 한다. 길병원을 방문하여 암치료 방법을 정하면 더 이상 다른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도록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최상 최적의 치료 방법 제시하려고 한다. 

향후 암치료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만성 신경질환 등 진료 전 분야에 인공지능을 확대하고 병원의 모든 인프라를 과감히 혁신하여 진정한 인공지능기반 길병원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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