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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스트 무소륵스키 교향시 〈민둥산에서의 하룻밤〉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교향시 〈민둥산에서의 하룻밤〉
  • 의사신문
  • 승인 2017.04.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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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91〉

■마녀들의 축제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관현악 기법

무소륵스키는 러시아 남부 키예프의 트라고라프라 산에서 매년 6월 24일마다 열리는 성 요한제의 전설에 영감을 받아 교향시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을 작곡하였다. 전설에 의하면 성 요한제의 전날 밤에는 온갖 마녀와 귀신들이 민둥산에 모여 악마를 기쁘게 하는 잔치를 벌이는데 이 교향시에서는 그들의 기괴한 연회장면이 회오리바람이 불어오듯 무시무시한 분위기로 시작되면서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은 19세기 관현악 작품들 가운데서도 매우 독창적이고 특별한 작품으로 거칠면서도 흥미진진한 느낌과 함께 재미난 표제와 대담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어서 디즈니 만화 영화 〈판타지아〉에 사용돼 인기를 얻기도 했다.

러시아 5인조 작곡가 중 가장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악상을 지닌 음악가였던 무소륵스키는 간질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46세에 심장질환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 바람에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다행히 러시아 5인조 중 관현악기법에 가장 뛰어났던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무소륵스키가 남긴 많은 작품을 원곡의 의도에 맞게 편곡하여 그의 많은 작품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무소륵스키의 많은 작품들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편곡이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교향시 〈민둥산에서의 하룻밤〉 역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깔끔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 덕분에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이 곡의 작곡배경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무소륵스키가 리스트의 〈죽음의 무도〉를 모델로 하여 1860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으로 구상하였다는 설과 1860년 멘그덴 남작의 희곡 〈마녀〉를 위한 부수음악을 구상하고 있었던 무소륵스키가 이 희곡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악마의 연회' 장면에 대한 음악을 작곡했는데, 이것이 배경이 되었다는 설이다. 이후 무소륵스키는 고골의 희곡 〈성 요한제의 전야〉에 의한 오페라를 구상하면서 1867년 교향시 〈민둥산의 성 요한제의 밤〉이란 첫 번째 판본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작곡가 발라키레프가 심하게 혹평하는 바람에 연주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묻혀버렸고 오페라 역시 완성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871년 러시아 5인조의 합작 오페라 〈믈라다〉를 위해 무소륵스키는 교향시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을 성악과 피아노용으로 편곡하려 했으나 이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을 작곡하면서 술 취한 청년의 환각에 사로잡힌 꿈을 묘사하기 위해 〈민둥산에서의 하룻밤〉 악보를 개정해 `젊은이의 꿈'이라는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이 곡은 제3막 제1장과 제2장 사이에 삽입된 간주곡이며 극의 내용과 관계가 없는 꿈속의 악마의 향연을 묘사하였다.

결국 무소륵스키가 남긴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의 악보는 〈민둥산의 성 요한제의 밤〉의 원곡판과 오페라 〈믈라다〉의 편곡판, 그리고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 중 `젊은이의 꿈' 등 세 가지 판본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1881년 무소륵스키가 세상을 떠나자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 세 개의 판본에서 최상의 부분을 발췌하여 새 교항시를 완성하였다. 이로써 교향시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케스트레이션과 무소륵스키의 악상이 결합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였고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편곡판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초연되었다.

이 곡을 편곡하면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원곡에서 `마녀의 집회와 논의, 사탄의 행렬, 사탄에 의한 저주스런 찬사, 악마의 연회'의 내용에다가 이후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에 삽입된 `젊은이의 꿈'의 평온한 분위기로 끝맺는 새로운 결말을 덧붙였다. 이 작품은 이러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지하에서 음산한 소리가 울려나온다. 어둠의 혼령들이 등장하고 이어서 어둠의 왕 체르노보그가 나타난다. 마귀들은 체르노보그를 찬미하는 암흑의 미사를 드리고, 마녀들이 안식일의 향연을 벌인다. 이 광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먼 마을 교회의 종이 울리기 시작하면서 어둠의 혼령들은 물러가고 날이 밝는다.' 

무소륵스키는 마녀들의 축제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원곡에서 현악기군과 관악기군을 대비시켜 긴장감을 만들어 내거나 여러 음향 층으로 분리하는 기법을 자주 사용했다. 이러한 거칠고 투박한 그의 오케스트레이션은 각종 마귀들의 괴성과 혼란스런 축제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데 있어 더 효과적인 면도 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편곡판에도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 원곡의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프리츠 라이너(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59)
△샤를 뒤투아(지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90)
△주세페 시노폴리(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91)
△레이프 세게르스탐(지휘)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BIS, 1986)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94)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B S,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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