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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문제로 치부되는 성인 ADHD 환자, 10명 중 9명 우울증"
"인간성 문제로 치부되는 성인 ADHD 환자, 10명 중 9명 우울증"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3.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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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성인 ADHD 인식·치료실태' 조사 결과 발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ADHD 환자의 치료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사회경제적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정유숙)는 제 2회 ADHD의 날(매년 4월 5일)을 맞아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성인 ADHD 질환 인지도 조사 결과 및 공존질환과의 상관관계를 발표했다. 

정유숙 이사장

정유숙 이사장은 "ADHD를 소아청소년기 질환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까지 그 증상과 기능장애가 지속되는 뇌발잘 장애의 일종"이라며 "생애주기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바뀌기 때문에 인식하기 쉽지 않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성인 ADHD는 개인의 성격적인 결함이나 인간성 문제로 치부되기 쉬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탓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이 역시 질환임을 알리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 많은 성인 ADHD 질환자들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반인 1068명과 성인 ADHD 진단 경험이 있는 정신과 전문의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성인 ADHD의 인지도 및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성인 ADHD 인지도는 턱 없이 낮았다. 일반인 응답자의 57%는 ADHD 질환에 대해 알고 있으나 성인 ADHD 질환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이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3%는 ADHD를 소아청소년기 질환으로 국한해 성인 ADHD 환자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학회에 따르면 ADHD로 진단 받은 아동의 70%는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되고, 이중 50~65% 이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지속된다. 

이소희 홍보이사

이소희 홍보이사는 "성인ADHD 환자의 일반적인 유병률이 4.4%임을 감안할 때, 국내 성인 ADHD 환자는 약 82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치료율은 0.76%로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ADHD는 생애주기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과잉행동은 연령에 따라 감소하는 반면 충동성과 부주의 증상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인데, 실제 성인ADHD 환자는 소아 환자와 달리 직장생활에서 실수가 잦고 계획적인 일처리, 효율적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게 학회 측의 설명이다.

정신과 전문의 대상의 설문조사에서는 성인 ADHD 환자가 진료실에서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으로 '집중력 저하', '빈번한 건망증', '심한 감정기복', '우울한 기분' 등이 지목됐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과반수가 성인 ADHD의 주요증상으로 과잉행동에 해당하는 '가만 있지 못하고 자꾸 움직임'을 택했다. 성인 ADHD의 증상에 대해 잘못 인지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는 성인 환자들이 병원을 찾고, ADHD를 진단받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소희 홍보이사는 "학업성취력, 경제력, 대인관계, 직장지위 직무성 등의 능력이 떨어져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각종 사건·사고, 폭식, 우울증, 중독성 질환, 범죄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손실 초래로까지 이어진다. 성인 ADHD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엔 건강보험비 2배, 교통사고 위험 2~3배, 이혼율 2~3배, 자퇴·퇴학률 20%, 물질사용장애 3배, 입건률 2배 등 지표가 그 예다. 

전문의 설문조사에서는 처음부터 ADHD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사례가 '절반' 정도에 그쳐 진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양한 증상 뿐 아니라 공존질환으로 인해 ADHD의 정확한 진단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도 성인 환자의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여러 연구들을 통해 성인 ADHD 환자의 85%가 우울증, 조울증 등의 기분장애, 공황장애 등의 불안장애, 알코올이나 약물 오남용 등의 물질사용장애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전문의 설문조사 결과 진료실을 찾는 성인 ADHD 환자 중 1개 이상의 공존질환을 경험하는 비율이 95%에 달했다.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한 성인 731명을 대상으로 '성인 ADHD 자가 보고 척도(ASRS) 증상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선별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55.7%(407명)가 ADHD 환자로 의심됐다. 이는 성인 환자의 경우 우울증 등의 공존질환에 가려져 기저질환인 ADHD 가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이소희 홍보이사는 "성인 ADHD 증상에 대한 낮은 인지는 기저 질환인 ADHD가 아닌 공존질환 치료만 시행되는 등 올바른 치료로 이어지지 못해 증상과 치료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경험할 수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ADHD가 아닌 ADHD로 인한 우울증, 불안증, 중독성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진단 시 과거 행동까지 살펴보는 등 기저질환에 대한 판단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성인 ADHD 환자는 학교 중퇴, 실직, 대인관계문제, 교통사고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사회경제적 손실도 야기될 수 있는데, 온라인게임중독과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ADHD,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리가 가장 연관성이 높았고, ADHD 증상과 게임중독이 공존하는 환자에서 ADHD를 치료하면 게임중독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도 관찰됐다. 

문제는 환자가 관련증상을 인지했을 때도 방문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전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성인 ADHD를 진단 받은 환자 중 소아 청소년기에 증상을 인지한 비율은 25.7%에 불과하고, 성인 이후가 되어서야 최초 인지를 한 경우도 절반이상(56.8%)으로 나타났다. 증상을 인지하고도 즉시 정신과를 방문하기 보다는 1년 이상, 심지어는 10년 이상 경과하여 방문하는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82.4%를 차지했다. 

실제 일반인의 절반 이상은 본인이 ADHD를 진단 받은 후에도 치료를 받기가 꺼려진다고 응답했는데, 이 비율은 한창 사회생활을 하는 20-30대에서 더 높았다. 그 이유로는 10명 중 7명이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고 답했는데, 이 역시 20-30대에서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문의들은 성인 ADHD의 근본적 치료방법에 대해 10명 중 6명이 심리상담이라고 응답했고, 약물치료라고 응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해 적절한 치료방법에 대한 인지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증상 인지 후 조기에 정신과 도움을 받아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는 인식 개선이 매우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정유숙 이사장은 "ADHD는 발병 후 성인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신경정신질환으로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손실이 야기될 수 있고, 성인의 경우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며, "ADHD는 올바르게 치료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과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학회는 제 2회 ADHD의 날을 맞아 일반인들에게 성인 ADHD를 알리기 위한 영상(https://youtu.be/RZ0uMonD0oI)을 제작하는 등 홍보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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