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3:08 (토)
봄을 만나다, 물향기수목원
봄을 만나다, 물향기수목원
  • 의사신문
  • 승인 2017.03.20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6) - 물향기수목원

물과 나무 사이에서 `봄 소식'을 찾아 나서다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수목원이 있다. 바로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물향기수목원'〈사진 위〉이다. 듣는 대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라 하여 생긴 이름이라 한다. 몸을 움츠리게 했던 동장군이 물러서기 시작한 3월, 우리가족은 이곳으로 누구보다 먼저 봄을 찾아 나섰다.

■봄의 전령사 개울가의 버들강아지
지난 2006년 5월 개장한 물향기수목원에는 수생식물원, 단풍나무원, 습지생태원, 한국의 소나무원, 무궁화원 등 20개의 소주제별로 조성돼 있다. 보유하고 있는 식물만 1700여 종을 망라한다. 뿐만 아니라 물향기수목원은 전철역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다. 봄나들이를 떠나기로 한 날 우리 가족은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전철에 올랐다. 오산대역에 내려 계단을 향해 걸으니 역 이름부터 부제가 물향기수목원이다.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사랑받고 있는 수목원인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나무를 다듬어 만든 공작, 딱따구리 등 각종 조각품이 우리를 맞이한다. 길을 따라 예술가들이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시를 쓴 글귀들이 어울려 있다. 우리가족도 이곳에 서서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합창으로 읊어본다. 아직은 황량해 보이는 수생식물원 호수 위에는 철새들이 무리지어 적막함을 달래주고 있다.

물을 형상화해 만든 물방울온실에 들어서니 계절이 철을 잊은 듯하다. 사계절 내내 만날 수 있는 아열대 식물들이 저마다 화려한 색을 자랑하고 있다. 폭포와 연못, 푸른 야자수 나무와 바나나 나무까지 밀림이 따로 없다. 한쪽에는 작은 사막을 연상시키는 선인장들이 늘어서 있다.

온실을 나와 습지생태원 길을 따라 걸으니 양지 바른 개울가 갯버들이 뽀송뽀송 솜털을 드러낸다.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들이다. 어릴 적 버들강아지〈사진 아래〉로 장난치던 나의 모습이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물향기산림전시관
무궁화원을 지나니 우거진 소나무들 사이사이로 봄 소풍을 나온 가족들이 둘러앉아 있다. 숲속 쉼터에 마련돼 있는 나무탁자에 둘러 앉아 우리 가족도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쉼표'를 찍는다. 잠깐의 휴식 후 전망대를 올라 경치를 감상하고 소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호습성식물원으로 향한다. 저 멀리 숲속에서 자연탐방을 나온 아이들이 낙엽 밑, 돌 틈에서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찾고 있다. 아마도 동심의 세계에서만 찾을 수 있는 보물일 것이다.

아름다운 숲 속에서 교향악을 감상하기 위해 물향기산림전시관으로 들어선다. 수백년 살아온 나무의 나이테가 세계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물향기수목원의 사계를 담은 사진전도 인상적이다. 사진을 보니 이곳에 계절별로 찾아와 나무와 꽃의 향연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숲의 향기와 맛, 소리와 감촉을 인간의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는 전시실도 있다. 피톤치드향을 직접 맡아보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진 분재원을 지나 작은 나무 조각들을 깔아 놓은 길을 밟아본다. 이어서 나무로 벽을 만들어 미로를 만든 미로원에 다다랐다. 가운데 목표점이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지만 길은 생각만큼 찾기 쉽지 않다. 마지막까지 나무조각들의 배웅을 받으며 물향기수목원에서 만난 봄과의 재회를 소망해 보며 3시간여의 일정을 마감한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