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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뚝 떨어진 명의없다" 전공의 수련 국가 지원 촉구
"하늘서 뚝 떨어진 명의없다" 전공의 수련 국가 지원 촉구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3.14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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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우수한 의료인 양성에 책임있다" 지적에 "재정지원 현재로서는 어렵다" 입장

전공의법 시행 후 전공의 육성과 수련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더욱 거세다.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은 물론 미래의 우수한 의료인 양성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인데, 정부는 현재로서는 어렵다 입장을 보였다.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서울대병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전공의 육성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1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전공의법 제3조 2항에 '국가는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의무성을 띄지 않아 여전히 국가 차원의 예산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박상민 교수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는 공공재인 의료에 있어 전공의 수련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먼저 그는 "민간보험이 주를 이루는 미국조차도 보험자인 메디케어(Medicare)가 전공의와 지도전문의의 인건비, 교육적 행정비용 등 직접지원은 물론 수련으로 생기는 낮은 생산성 등의 기회비용을 보상하는 간접지원까지 70%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는 의료가 공공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으로 발생한 의료공백을 PA로 대체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표했다.

박 교수는 "PA 양성화하고 확대했을 경우 전공의 수련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의료공백을 지도 전문의가 떠안게 되면서 의료사고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 이는 우수한 미래 의료인 양성, 환자 안전이라는 법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전공의뿐만 아니라 국립대병원 설치법, 서울대병원 설치법에 명시돼 있듯이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서도 정부의 예산 지원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명시돼 있지만 법 제정 이후 반년이 지났음에도 예산 책정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당이 상감됐다"며 "그동안 기계나 기기, 신의료기술에 대해선만 투자가 이뤄졌지 일선에서 일하는 의사에 대한 평가가 절하돼 사람에 투자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다른 분야에 비해 의료에 지원이 없어 유감스럽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의료공백이 일어나고 있고 여러 병원들은 간호사인지 의사인지 정보제공도 안 되는 PA라는 불법적 인력을 통해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학회 염호기 정책이사도 "대한민국 의료 중에 공공 아닌 부분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법에도 국민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의료 그 자체가 공공의료라고 명시돼 있다"면서 "기금을 마련해 처음엔 지원했다가 나중에 없어져 용두사미가 되지 말고 적더라도 전공의 인건비, 교육비, 수련기관에 대한 지원 등이 정부로부터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도전문의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며 "의료기관 입장에서 지도전문의는 진료가 목적인데 많은 시간을 교육하는 데 할애해야 한다. 전공의에게 양질의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PA 활용에 대해선 다른 입장을 보였다.

염 이사는 "병원에서 교육과 근로의 시간이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전공의에게 교육을 많이 시키려면 노동에 대한 대체인력이 필요하다"면서 "호스피탈리스트, 전문간호사제도 등 어시스트 하는 인력이 필요하며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수련교육자협의회 이상구 회장은 재정지원에 앞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의대 졸업 후 수련 3~4년이라는 현 제도에서 일본처럼 초기 연수 2년, 후기 연수 3년 구분하고 호스피탈리스트를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하는 단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초기 연수 2년에 대해 정부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2년 중 첫해는 인턴처럼, 다음 1년은 내과계와 외과계로 나눠 수련하면 기피과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군복무 기간 단축, 전문의 시험제도 개편 등을 제시했다.

플로어에 있던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상형 부회장은 "교수에게 연구에 대해서는 연구비, 진료 관련에서는 인센티브 등이 마련돼 있지만 교육에는 어떤 보상도 없다"면서 “심지어는 교육 안 하겠다고 선언하시는 교수님도 계신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미래에는 환자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어 “안과의사가 백내장 수술을 20례도 안 해보고 수련을 마친다든지 외과 전문의가 맹장수술을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명의라 일컫는 의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양질의 의료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의료환경 개선과 이를 위한 재원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주장에 정부는 재정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왜 전공의 교육과 수련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보건의료인이나 기초공학, 기초의학의 열악한 인력 역시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면서 "민간의료도 많이 접해온 국민들에게 의료의 공공성만 강조해서 설득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 사례에서 일부 국가는 전공의가 직접 진료비 청구 기능을 못하게 막고 있다. 전적으로 수련만 하고 있는 것"이라며 "영국의 경우 보건의료인 양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체계가 있다. 다른 직종 지원에 대한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보상책으로 마련된 의료질평가보상금에 전공의 교육수련비로 500억원이 책정돼 있는 상황이다.

손 과장은 "재원적으로 교육수련비가 추가됐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수련과 교육에 대한 질적 수준을 평가해 수가를 최초로 도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진료 부담을 입원전담전문의 체계 확정, 불법과 적법 사이를 오가는 PA 체계 정비 등이 정책적 우선순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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