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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단 칼럼] 음악단상
[구의사회장단 칼럼] 음악단상
  • 의사신문
  • 승인 2017.03.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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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 금천구의사회 회장

지금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열심히 클래식 음악을 들었던 것은 중학교에 다닐 때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그때는 오디오 시스템이 있어서 그것으로 음악을 들은 것은 아니고, 라디오에서 정명훈 지휘로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실황 중계해 준다는 정보를 미리 얻고 A4용지 만한 녹음기를 라디오 앞에 대고선 전악장을 녹음한 후에 그 녹음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었던 것이 첫 시발점이었던 것 같다. 

이미 학교에서 배운 신세계교향곡 2악장의 잉글리쉬호른 파트부분이 익숙한 상태였기에 나머지 악장은 어떻게 구성 되어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심리로 반복하여 듣다 보니 나중에는 첫 악장부터 마지막 악장까지 흥얼 거릴 수 있게 되었다. 

고교시절엔 청계천에서 어설프게 조립한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하여 팝송도 듣고 가요도 들으며 FM라디오에서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주로 감상하였다. 

대학에 들어가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며 본격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학교음악 감상실에 가면 하루의 음악 스케줄이 나와 있고 엄청 큰 스피커에서 좋은 음질의 음악을 하루 종일 들을 수도 있었다. 마침 지인이 산 성음음반의 클래식 전집 50개를 헐값에 양도받아 한꺼번에 많은 음악을 듣게 되었다. 

이때 들은 전집에는 그야말로 클래식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다량의 곡들이 들어 있었는데 이 음반들은 결혼하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까지도 반복하여 듣는 나의 애청 곡들이 되었다. 

결혼 후에는 자그마한 오디오를 장만하여 주로 LP판으로 음악을 감상하였는데 음반을 오래 듣다 보면 지지직 거리는 잡음이 생겨나고 때마침 나온 CD라는 것은 잡음이 없고 2∼30분마다 판을 뒤집을 필요도 없이 한 시간 이상을 계속 들을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는 말에 보급형 CD플레이어를 구입하였다. 처음 CD를 들었을 때 잡음 하나 없이 맑고 고운 소리에 탄복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음반에 대해서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어려워서 음악동아 등의 전문지나 안동림 교수의 `이 한 장의  명반' 등의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음반을 사야 할지를 고민하였고, 누가 이 음반이 좋다고 하면 따라서 사서 듣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컴퓨터 통신이 생기고, 하이텔에 고전음악동아리인 `고클랙식'이 생긴 이후에는 음반을 고르는 데에 동호회의 의견을 많이 참고 하게 되었다. 

꼭 듣고 싶은 음반이 있을 때에는 종로의 큰 음반사에 가서 고르는데 원하는 것이 없을 때는 종로 바닥을 하루 종일 다 뒤지고 다니던 때도 있었다. 

하루는 종로서적 지하에서 우연히 TV로 나오는 클래식 공연을 봤는데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첫 악장부터 시작하고 있어 보기 시작하여 마지막 악장이 끝날 때 까지 그 자리에 서서 봤다. 나중에 그것이 LD(레이저디스크)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당시로는 획기적인 화면과 음향이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했다. 현재는 그것도 더욱 선명한 화질과 음질의 블루레이에 밀려서 잊혀져 가고 있다. 

지금은 컴퓨터와 핸드폰의 발달로 예전보다 음악을 더욱 손쉽게 들을 수 있게 되어 출퇴근 시에는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 클래식음악의 제목을 넣는 것 만으로도 다량의 공연장면을 무료로 볼 수 있으며 미쳐 판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곡까지도 모두 들을 수 있는 아주 편한 환경이 되었다. 

앞으로 음악감상이 어떠한 환경으로까지 변화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예측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LP판을 커버에서 끄집어내어 정성스레 닦고 플레이어 올려 놓으면서 커버에 담긴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며 잡음 섞인 음악을 들었을 때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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