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꾸는 꿈
3월에 꾸는 꿈
  • 의사신문
  • 승인 2017.03.1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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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옥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충남의대 재활의학

필자는 참으로 낯선 3월을 맞고 있다. 학생 시절은 물론 지금까지 매년 3월이면 새로운 사람들과 새 학년을 시작하는 설렘과 어설픔 그리고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분주하였다. 새로 들어온 전공의가 무사히 3월을 지나도록 기도하며 지도해 온 시간이 짧지 않다.

그런데 2017년 3월은 새롭다. 교직에서의 정년을 3년 남겨두고 마지막 기회인 연구년(안식년)을 허락받아 출근하는 의무에서 해방이 되었다. 자유롭다. 많이 낯설지만 곧 익숙해지라.

2013년 11월부터 3년 동안 맡았던 충남대학교병원장의 임기를 끝내고 4개월이 지났다. 우리나라 국립대학교병원장으로서는 첫 여성이라며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을 받고 시작했던 임기 초반에 여성원장으로서보다는 원장으로서 평가받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2500여명의 임직원들이 1200여명의 입원환자, 4000여명의 외래환자와 24시간을 쉬지 않고 돌아가는 큰 병원은 정말 복잡했다. 전임병원장과 후임병원장 사이의 연결자인 것을 잊지 않으려 했고, 재임동안엔 병원가족들이 마음을 열고 같은 방향으로 병원의 미래를 바라보며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돕고 조금이라도 발전된 병원을 후임자에게 인계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적지 않다.

임기 초에 2주기 의료기관인증평가를 마치고 숨을 돌리려는데 MERS의 공격이 있었고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정상화하라는 정부의 시책과 노동조합 사이에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최고의 의료수준과 환자와 직원의 안전을 지켜내는 국립대병원 본연의 사명을 실현해 내는 것도 벅찬 일이었다. 이 많은 일들은 병원가족들이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며 마음을 모으고 꿈을 공유하지 않고서는 풀어내기 어려운 숙제였다. 

정례적으로 운영되던 회의체 이외에 원내 전산망에 소통하는 원장실을 열어 모든 직원과 일대일 비밀대화가 가능하게 하였고, 소통간담회, 소통번개점심 등을 통해 서로에게 소중하면 통한다는 체험을 나누다 보니 병원 업무에서의 갈등이 줄고 부서 간 협력이 수월해 졌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진행했던 생애주기별, 직능별, 직급별 역량강화 프로그램들은 다른 병원에서 견학을 오기도 하였다. 준비해 온 500병상의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은 4월에 기공식을 앞두고 있다.

원장으로서 일했지만 여성인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성폭력피해자 지원을 위한 해바라기센터,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소아암 환자를 위한 병원학교, 장애어린이를 위한 낮병동(소아재활) 그리고 24시간 운영되는 직장보육시설 `아이행복지기' 등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보석 같은 결실이 되었다. 조리원이나 위생원들과 친밀한 관계 유지하기, 직원은 물론 퇴원하는 MERS 환자 안아주기는 여성이 아니었으면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다. 

돌아보니,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대한재활의학회와 한국여자의사회를 통해 평생을 배워온 것을 마음껏 쏟아 부을 수 있었던 3년이었다. 그동안 격려해주시고 참아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제부터 또 다른 선택과 집중을 하려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여자의사회장으로서의 역할이다.

한국여자의사회는 1956년에 창립된 이래 우리나라 여의사들이 진료와 연구 영역에서뿐 아니라 의료계와 사회에서 참된 의사로서, 현명한 여성으로서, 건강사회의 지도자로서 활동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의사의 24%가 여의사이다.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 중엔 여학생이 40% 이상이다. 즉 여의사의 수와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관 단체의 대표들 중에 여성은 아주 적다. 그 대표적인 기구가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아닐까? 

한국여자의사회는 지난 3월 5일에 개최된 대한의사협회 정관 및 제 규정 개정(안) 마련 공청회에서 대의원 250명 중 고정대의원 수의 25%를 여성 회원에게 할당하고 단계적으로 전체대의원의 25%까지 여성회원으로 확대하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을 건의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양성평등을 향한 정책과 문화가 자리 잡는데 의료계도 더 이상 방관자일 수 없으며 회원의 대표성을 가지는 대의원회는 더욱 민주적으로 구성되어야 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적이며 남성 중심적으로 발전해 온 의료계의 의사결정에 24%의 여성의사들, 40%의 젊은 여의사들의 의견이 신뢰와 소통을 통해 전달되고 반영되어지길 소망한다. 더할 수 없이 자유로운 봄날, 예비 여의사와 젊은 여의사들도 당당하게 참여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뒷받침이 필요할지 한국여자의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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