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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5번 Bb 장조 작품번호 100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5번 Bb 장조 작품번호 100
  • 의사신문
  • 승인 2017.03.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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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88〉

■자유를 향한 작곡가의 내적 독백

프로코피예프는 1929년 초연한 교향곡 제4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무려 15년이라는 공백기를 가진 뒤에야 비로소 교향곡 제5번을 작곡했다. 이 교향곡은 1944년 여름 모스크바 인근에 위치한 별장에서 두 달여 만에 작곡되었다. 사실 그 기간에 이 작품이 작곡된 것이 아니라 그 오래전부터 악상을 꾸준히 모은 뒤 여러 작곡 방식을 갖고 완성한 것으로 몇몇 아이디어와 멜로디는 1930년대 중반의 메모와 1937년 작곡한 발레음악 〈신데렐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독특하고 신랄한 화성적인 팔레트와 결합한 풍부하고도 특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며 그만의 독창적인 교향곡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작곡된 작품이지만 `전쟁 교향곡'이 아니라 일종의 자유를 향한 작곡가의 내적 고백이라고 말할 수 있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교향곡 제5번에서 나는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들의 환호와 힘, 관대함, 순수한 영혼을 노래 부르고자 했다. 굳이 이 주제를 일부러 선택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머릿속에 나온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이 교향곡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구소련 당국은 정책적으로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작품으로 선전했다. 같은 시기 완성한 피아노소나타 제7번과 제8번 역시 `전쟁 소나타'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프로코피예프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1945년 모스크바에서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진 초연이 대성공을 거두며 개인적으로 엄청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갑작스런 심장발작은 그의 남은 생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정력적이고 활동적이었던 그였지만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되었다. 이 교향곡으로 1946년에는 스탈린상까지 받았지만, 2년 뒤 안드레이 주다노프로부터 `서구화한 형식주의자'로 비판받은 후 죽을 때까지 숨죽이며 패배자로서 살아야 했다.

한편 이 교향곡은 미국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946년 보스턴에서 세르게이 쿠세비츠키의 초연이후 아르투르 로진스키, 유진 오먼디, 조지 셀 등이 앞다투어 지휘했다. 그러나 5년 후 매카시즘의 적색 공포가 미국 전역을 휩쓸며 반공산주의 운동이 열병처럼 퍼지던 1951년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연주회 직전 이 곡을 연주하면 지휘자를 죽이겠다는 한 통의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당시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은 모리스 아브라바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프로코피예프는 몹시 흥분했다. “왜 이 작품을 연주한다고 해서 지휘자가 살해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가? 음악은 인류와 영혼을 위한 찬가가 아닌가? 더군다나 교향곡 제5번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을 위한 찬가인데. 내가 생각할 때 작곡가는 시인이나 조각가, 화가처럼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야. 인간의 삶을 찬미하고 지켜야만 해.”

△제1악장 Andante 플루트와 바순이 옥타브를 오가며 불협화음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이 주제는 관현악 총주로 발전되면서 저음 악기에 의해 중요한 악상으로 등장한다. 제2주제의 서정적인 선율이 플루트와 오보에의 옥타브로 표현되며 드라마틱한 악상으로 제시부가 종결된다. 베토벤이나 브람스를 연상시키는 듯 여러 악상이 반복하며 자유롭게 멋진 모습이 전개된다. 짧은 클라이맥스를 거친 뒤 금관을 중심으로 코다에서 무거운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제2악장 Allegro marcato 기계적인 운동성이 돋보이는 스케르초로 익살스러운 주요 선율이 클라리넷 독주로 제시된다. 기묘한 느낌의 오보에와 비올라가 서로 응답을 하며 진행된다. 쇼스타코비치로부터 힌트를 얻은 듯 심술궂은 유머감각이 돋보이며, 무겁고 튀는 듯한 악상이 펼쳐지는 중간 부분에서는 클라리넷과 비올라가 굽이치는 듯 강한 에너지로 리듬을 더욱 기계적으로 표현한다. 마지막 부분은 첫 부분이 더욱 뒤틀리고 불길하게 재현되며 끝을 맺는다.

△제3악장 Adagio 감각적이고 입체적이며 서정적인 악장으로 클라리넷의 애처로운 선율을 바탕으로 저음 악기들의 침착하고 신중한 리듬의 실타래가 펼쳐진다. 튜바에 의해 흐느끼는 듯 주제가 중심을 이루며 클라이맥스로 확장해 나가다가 현악기들의 구슬픈 선율에 이어 감동적인 마지막 코다는 피콜로와 현악기들 반주위에 떠오르는 고음 현악으로 고요하게 마무리 짓는다.

△제4악장 Allegro giocoso 첫 악장의 주제를 회상하는 짧은 도입부로 시작하며 네 대의 첼로와 클라리넷이 대화를 하며 제시부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주제 요소들이 얽히고설키며 복잡하게 진행된다. 이 가운데 클라리넷이 전체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간에는 장중한 선율이 저음 현악기에서 등장하고, 점점 맹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코다를 향해 돌진해 들어간다. 코다는 오케스트라의 색채와 다이내믹한 효과에 있어 20세기 오케스트라 작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종결부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들을 만한 음반
△드미트리 키타옌코(지휘),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elodiya, 1986)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BS, 1966)
△마리스 얀손스(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handos, 1988)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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