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는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를 넘어가는 전환 시기에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몬테베르디의 드라마틱한 발상과 색채적인 표현이 풍부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아름다운 교회음악으로 `오르페오'와 더불어 몬테베르디의 걸작으로 꼽힌다.
르네상스 후기에 출현한 몬테베르디는 르네상스 정신을 음악에서 가장 강렬하게 표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음악에 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던 당시의 종교음악에 생기와 화려함을 불러넣었다. 이러한 특성이 가장 빛나게 구현된 작품이 바로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이다. 그는 이 음악에 과감한 기악연주를 도입, 성악 못지않은 역할을 부여하여 음악을 다채롭고 활력이 넘치도록 만들었다. 구양식과 신양식, 성악과 기악의 융화를 꾀하는 몬테베르디 혁신적인 걸작이 바로 이 작품이다.
중세 때부터 전해 내려온 가톨릭 전례인 성무일과 중 하나로 하루의 해가 저물어 갈 때 바치는 `저녁 기도'는 성모축일에는 5편의 시편과 찬미가 및 마니피카트가 반드시 포함되는데 앞의 7곡을 먼저 정해진 전례의 순서대로 배열하고, 5편의 시 편송 사이에 한 곡씩 삽입곡을 넣었다.
삽입된 부분은 솔로나 합주양식을 자유로이 구사하여 변화와 통일을 보여주는 1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 Deus in adjutorium(주여, 우리를 도우러 와 주소서) 오페라 “오르페오” 시작부분의 토카타가 사용되었다. 2. 시편 109편 : Dixit Dominus(주께서 말씀하셨도다) 그레고리오 성가 안티포나와 시편이 반복되면서 경건함이 더해진다. 3. 콘체르토 : Nigra Sum(나는 검도다) 오페라 아리아에 못지않은 기교적인 창법이 구사되면서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4. 시편 112편 : Laudate Pueri(종들이여, 주님을 칭송하라) 자유롭고 다채로운 리듬의 변화 속에 안티포나가 반복 제창된다. 5. 콘체르토 : Pulchra es(아름다워라) 8월 15일 동정녀 마리아가 승천한 대축일 저녁기도의 안티포나에 기초한 성가몬이다. 6. 시편 121편 : Laudate Sum(나는 기쁨에 찾았도다) 소프라노 이중창의 화려한 멜로디로 노래하면서 안티포나와 어울려진다. 7. 콘체르토 : Duo Seraphim(두 사람의 천사가) 2성의 테너와 베이스와 통주저음을 위한 모테트 형식으로 놀랄만한 멜리스마 창법이 구사되고 있으며 아름다운 트릴의 효과와 에코 용법이 매우 아름답다. 8. 시편 126편 : Nisi Dominus(주께서 세우지 않으시면) 10성부가 서로 엉킨 폴리포니는 전체적으로 일치된 화성적 진행을 하여 다채로움과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9. 콘체르토 : Audi Coelum(하나님이여 들어주소서) 솔로 테너는 갖가지 기교의 극치를 전개시키면서 그림에서 원근법과 같은 훌륭한 음악적 기법을 보여준다. 10. 시편 147편 : Lauda Jerusalem(예루살렘이여, 칭송하라) 테너는 시종 두 합창단의 축과 같은 역할을 하며 환희를 서로 응답하고 노래하면서 감명 깊은 종결로 이끈다. 11. Sonata sopra Sancta Maria(성모 마리아의 연도에 의한 소나타) 소프라노가 “성모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비소서”를 11번 되풀이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보인다. 12. 찬미가 : Ave maris stella(경사로다. 바다의 별이여) 성모마리아 찬가와 같은 형태로 되풀이 되는
형식으로 일목요연한 형식의 균형감과 조용한 서정미가 특색이다. 13. Magnificat 누가 복음서 제1장 46-55절의 가사 “내 영혼이 주를 찬미 하나이다”로 구성되어 있다.
■들을만한 음반 : 존 엘리엇 가디너(지휘), 몬테베르디 합창단, 잉글리쉬 바로크 솔리스트(Archiv 1989), 미쉘 코르보즈(지휘), 로잔느 보컬과 기악앙상블(Erato 1990); 조르디 사발(지휘), 몬세레 피구레라스(Alla Vox, 1998); 귀도 칸텔리(지휘), NBC 심포니, 로버트쇼 합창단(Testament 1950)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