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8:43 (금)
사무장병원 해법이 공단 직원에게 사법경찰권 부여?
사무장병원 해법이 공단 직원에게 사법경찰권 부여?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2.28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계, "법체계 뒤흔드는 발상" 반발…의료인 자진신고 체계 확립 먼저

현 제도로는 사무장병원의 적발이나 처벌이 어려워,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도 사법경찰관 지위 부여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는 28일 국회의관에서 개최된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법률개정 공청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박지순 교수

그는 “행정적인 한계에 봉착했다는 건 명확하며, 자진신고제로도 사무장병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현재 식품·의약품·근로감독 분야에 활성화 돼 있는 사법경찰관제도를 제한적으로 활용한다면 적발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립공원관리공단, 금융감독원 등과 같이 건보공단 임직원에게도 사법경찰관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특별사법경찰관제도는 법 경제학 관점에서 본다면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볼 수 있는 제도”라며 “네트워크병원, 병원경영지원회사 등 날로 복잡, 다양화하고 있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행정조사 권한의 한계 극복을 위해 특별사법경찰관리제도의 도입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사법경찰관제도의 남용 방지를 위해 사무장병원 개설 적발 업무로 엄격하게 제한하며 운영업무에 대한 감독권은 불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역시 사무장병원 적발 및 단속 전담인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특별사법경찰관제도를 좀 더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사무장병원뿐만 아니라 보건복지 분야 전반에 걸쳐 특별사법경찰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복지부 및 산하기관에 수사권한이 부여되는 것이 효과적이고 보건의료 분야의 다른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도 관리 감독이 가능하도록 운영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특별사법경찰관제도 도입 등 규제보다는 의료인 스스로 자정노력할 수 있는 여건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공단과 의료기관은 건보법상 수가계약의 당사자”라며 “사무장병원을 단속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공단에 사법경찰관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은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역사회에서 사무장병원의 실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의료인이라고 반박하면서 ‘의료인 자진신고 감면제도’의 확대 적용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사무장병원의 해소에서 지역 의료인들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경찰법적 기능은 행정기관인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되, 공단과 의료인 단체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기구에 사무장병원의 적발과 관련된 일정한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의료인 자진신고 감면제도는 의료인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사무장이나 의료인 중 먼저 자진신고하는 쪽을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는 책임을 감면해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무장과 의사 간 공모를 과감히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면허와 개설권 정책에 있어 직역 간 형평성 문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변호사법에 따르면 오로지 변호사만 법무법인의 구성원이 될 수 있고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 법인도 허용되지 않고 오로지 자연인 약사만 약국 개설권이 있다”며 “반면 의료법상 의료법인 구성원 개념도 없다. 의사가 아닌 누구라도 자본을 투입해 의료법인 허가를 받으면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의료기관 개설권 조항을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해야 사무장병원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자진신고 감면제도, 특별사법경찰관제도 등에 공감을 표하고 사무장병원 단속 및 예방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보건복지부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갈수록 사무장병원이 지능화되고 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단속하기 쉽지 않다”며 “내부고발자를 통해 단속하는 방안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며 행정처분에 대한 감면제도 등 폭넓은 적용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사법경찰관제도 관련해 정 과장은 “2월 23일자로 법무부에서 행정분야 사법경찰권 확대 방안에 대해 입법예고했다”며 “의료법, 감염병예방법 등 보건복지부에서 사법경찰관이 필요한 법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 규제 마련은 물론 이를 집행하고자 하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플로어에 있던 한 의사는 “요양병원 10년 정도 운영했고,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시험까지 치르며 사무장병원 문제에 대해 공부했다”면서 “법이 없어서 사무장병원 근절을 못한 게 아니다. 의료법 90조, 건보법 57조에 처벌, 환수에 대해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법을 제정해봐야 행정부에서 법을 이행할 의지가 없고 사법부에서 집행할 의지가 없다”면서 “관련 자료를 건보공단, 검찰, 권익위 등에 제출해도 실제 운영자는 조사조차 받지 않고, 오히려 개설 합법 판결이 난 곳도 있다. 입법해봐야 행정부에서 시행하지 않고 사법부에서 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고 질타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